고독한 먹기행 (4) - 광진구 구의동의 '원조할아버지손두부'
아차산을 등산하는 누군가에게-
두부에 방점하나 찍은 강력한 젓갈과도 같으니,
아차산에 들린다면 이 집을 꼭 찍고 오시라.
당시엔 뜻하지 않은 등산이긴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등산이 좋아집디다. 이야기를 벗삼아 내려오는 기분이 정말로 좋습니다. 얼마 전 용마산을 시작으로 아차산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등산을 했었는데요. 필자의 벗 덕분에 홀로 생각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좋았지만, 마음에 드는 집도 방문할 수 있어 일거양득(一擧兩得)의 등산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라면 단연 음식점이죠. 필자가 만났던 음식은 속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단출한 두부입니다. 자주 들릴 일이 없는 광진구인데 아차산을 오르는 이들에게는 꽤나 정평이 난 두부집인가 봅니다. 등산 후 '원조할아버지손두부' 방문기를 네 번째 이야기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이거 꽤나 고되더군요. 2시간 반을 내리 산속에 있다가 드디어 아스팔트 지면에 발을 딛고 식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네가 왜 이리 익숙한고 하고 살피니, 아 대략 10년 전 '아차산 생태공원'을 찾았던 기억 탓인 듯합니다. 산 아래로 좁게 펼쳐진 도로들이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사진 속 식당 옆으로 보이는 목욕탕. 뭔가 반갑기도 하고 독특합니다. 등산객들을 위한 맞춤 코스라 해야 할까요? 등산에, 목욕에, 탁주와 두부도 즐길 수 있으니 말이죠.
요새 보기 힘든 동네 목욕탕의 ♨ 온천탕 기호. 저 기호도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가게는 확장을 위해서인지 리모델링을 거친 듯합니다. 검색해 본 인터넷의 정보와 조금 다르더군요. 여하튼 간 그렇게 주변을 스윽 눈에 담고 가게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등산 후 바로 만나는 두부가게. 참 맞춤형입니다.
이야. 솔직히 들어가서 조금 놀랐습니다. 압도 당했다고 해야 할까요?
통일감이 없는 각종 의자들과 탁 트인 밝은 내부. 뭐 두부야 당연히 산행과 어울린다지만, 그래도 두부만 파는 집인데 이른 시각부터 사람들로 붐비니 꽤나 놀랍습니다. 연령대도 상당한 편입니다. 이거 필자의 경우 명함도 내밀지 못하겠더군요.
언제인가 은평구 '연서시장'에 대해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산'이 인접해 있어 젊은 레트로 세대의 침략을 맞서고 있는 시장이라 표현했는데. 이곳 또한 만만치 않아 머쓱할 정도입니다.
그나저나 내부가 밝아서 밖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되질 않더군요. 위험합니다. 이러다 한 세월 마실 수 있는데, 주종이 막걸리니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도 낯선 동네에서의 먹기행, 설레긴 참 설렙니다.
자, 먼저 메뉴판입니다. 이거 심플하다 못해 정말 볼 게 없습니다. 게다가 정말 저렴합니다. 주류가 아직 3,000원이라니. 서울이 맞나 싶네요. 오로지 두부와 막걸리. 메뉴판도 참 가게의 내부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정말 하얀 느낌입니다.
필자는 모두부와 순두부를 주문했고, 막걸리는 직접 골라 꺼내 마시면 된다고 합니다.
이거 참 재밌습니다. 흡사 한때 유행했던 셀프 세계맥주점인 '맥주창고', '맥주마트' 같네요.
이곳은 어르신들의 '맥주창고'와도 같습니다. 어르신들이 이번엔 어떤 막걸리로 할지 냉장고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들이 재미지기도 하고 감히 귀엽다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순간 반가워 눈이 확 뜨였는데요. 필자가 좋아하는 '배다리 막걸리' 또한 있더군요.
은은한 맛이 입 속에 층층이 떠있듯이 도는 '배다리 막걸리' 입니다. 경기권인 고양 탁주로 마냥 진하지만은 않아 좋아하는데요. 그 옛날 궁정동, 박정희 대통령의 막걸리로도 유명하죠.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막걸리를 골라오니 상이 차려져 있네요.
음, 굉장히 좋습니다. 두부도 상당히 큼직하고, '배다리 막걸리'도 함께 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무래도 단체가 방문했기에 평소처럼 보다 자세한 촬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담아낸 사진들 중 먼저 생크림과 같은 모양새의 순두부부터 보시죠.
다음은 파운드케이크 같이 두툼하게 썰어낸 모두부입니다. 들리기 전에 필자의 벗이 가볍게 애피타이저를 즐길 곳이 있다해 찾은 곳인데요. 어찌보면 이게 참 한국형 순백의 디저트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 영락없이 부담 없는 맛이 애피타이저가 맞긴 맞겠네요.
여기까진 맛의 깊이는 그렇게 탐구하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반전의 요소가 하나가 등장하는데요.
바로 이 양념젓갈입니다. 두부에 젓갈은 처음인데 굉장히 좋습니다. 두부만큼이나 중요한 녀석이더군요.
생소한 조합은 둘째로 치더라도 맛이 참 범상치가 않습니다. 예상했던 젓갈의 맛이 아닙니다. (그래서 두부와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저 작은 젓갈 한 종지의 파급력이 꽤나 상당한데, 과장 조금 보태어 녀석이 모두부와 순두부를 쥐락펴락할 정도라 생각됩니다.
새우젓과 함께 매콤오징어채의 양념맛이 섞인 느낌이랄까요? 상당히 마음에 들더군요. (지금도 몇 종지 포장해 올 걸 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두부 간장, 양념장은 없습니다. 이건 좀 묽은 다대기 같은데 시큼한 편이더라구요. 순두부에 타는 녀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순두부인데 국밥 같지 않나요? 정말 순두부를 1인 1그릇씩 시켜 국밥처럼 식사하는 분들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초당순두부도 있어 이상한 건 아니지만, 단출한 두부, 막걸리집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조금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긴 손두부집이니 이해가 갑니다.)
여하튼 간 참 좋은 발견이자 부담 없는 한상입니다.
참 모처럼의 산행 후 두부와 막걸리였는데요. '아차산'을 처음 등산하는 이들이라면 찾아 방문해 보길 바랍니다. (주말은 웨이팅이 심하다고 들었으니 이 부분은 유의하면 좋겠습니다.)
'원조할아버지손두부'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광진구 구의동의 '원조할아버지손두부'
- 영업시간 매일 06:00 ~ 22:00
- 주차는 불가
- 테이블식 구조의 전형적인 탁줏집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분리된 구조긴 하나 남녀 공용에 가까운 구조)
- 포장도 가능 (양념젓갈 추가 포장은 강력 추천)
- 주말은 항상 웨이팅이 있을 수 있음
-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 흡사 어르신들을 위한 '맥주창고'의 느낌
- 모든 막걸리는 2,500원, 소주도 3,000원으로 전반적으로 가성비가 상당함
- 안주 및 음식은 모두부와 손두부뿐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퓨어함)
- 두부와 함께 나오는 양념젓갈의 궁합이 강력한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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