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36) - 강북구 미아동의 '소문난순곡주'
달콤하고 그윽했던 대대포블루를 끝으로, '취하는 건 바다'와 같은 하루는 마무리되었다.
연인의 젊은 시절 추억이 흠뻑 배어있는 곳이 있다길래 찾아 나선 집입니다. 미아역 6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민속주점인데요. 민속주점, 뭐 두부김치, 부침개 있고, 동그랑땡 있는 그런 주점이겠지 별게 있겠어? 했는데, 일반적인 민속주점과는 꽤나 차별화된 그런 집이더군요.
아주 싱싱한 해산물과 함께 다양한 탁주를 다루고 있는 민속주점이라 하겠습니다. 서른여섯 번째 먹기행의 소개지는 '소문난순곡주'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정말 특이하더군요. 기름진 음식들을 위주로 어두운 조명 아래서 걸걸한 막걸리 마시는 그런 주점을 생각했는데, 기본 안주부터가 조금 의아했습니다. (좋은 쪽으로요.)
'소문난순곡주'의 기본 안주인 홍합탕입니다. 이거, 파는 메뉴라 해도 손색이 없겠더라고요. 실한 새우가 들어간 것도 놀라운데, 홍합 또한 굉장히 싱싱한 편입니다. 이어 메뉴판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던 필자입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저렴한 편입니다. 새우는 원래 들어가는 것인지, 오래간만에 방문한 이들을 위한 서비스일지 모르겠지만 사이좋게 세 마리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맛도 좋더군요. 청양고추도 들어가 시원하고 매운 기운의 맛이 참 훌륭합니다. 미리 주인장의 솜씨를 뽐내는 듯한 느낌의 범상치 않은 홍합탕이었습니다. 왜 이 지하의 어두운 주점의 해산물이 싱싱한 것인가? 했더니, 한켠에 수조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정말 독특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좋습니다. 해산물과 막걸리 주점의 조합이니 말이죠.
직전에 먹었던 부추전은 아쉽게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더군요. 바로 다음으로 주문한 산낙지와 도토리묵입니다. 막걸리에 산낙지. 주점에서 이런 조합으로 접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필자였었기에, 보다 소탈한 행복감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산낙지 역시나 싱싱합니다. 데코 역할을 하는 채소들은 다른 안주 도처에서도 등장하는데요. 덩그러니 산낙지만 나오는 곳보다 보기도 좋고, 정성도 느껴집니다. 준비만 해두면 큰 힘들이지 않고 여러 곳에 쓰일 수 있는 재료들이니, 다시 한번 주인장의 솜씨에 감탄했던 필자입니다. 참, 쌈으로도 먹기에 좋았구요.
이쯤 되니 산오징어도 만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통 산낙지, 오징어를 연달아 주문하진 않지만, 적절히 배합된 채소들 탓인지 물리는 감도 꽤나 적었습니다. 산오징어는 깻잎을 채 썰어 깔아주시더군요. 음, 좋습니다. 뚜걱뚜걱 식감은 좋지만 단맛으로 금세 불릴 수 있는 오징어인데, 저 쌉싸름한 깻잎의 향이 첨가되니 말이죠.
참 저렴한데, 색다르고 맛있습니다. 인근이었다면 정말 자주 찾았을 법한 집입니다.
마무리는 오래간만에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막걸리 하나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사장님의 무뚝뚝한 듯 친절한 넉살도 참 매력이었는데요. 10년도 훨씬 더 지나 방문한 연인의 옛 방문기를 아직까지도 추억하고 계시더군요. 음식, 장사 솜씨뿐만 아니라 마음씨까지 따스하신 분입니다.
앞으로 해산물과 막걸리는 여기서.
'소문난순곡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북구 미아동의 '소문난순곡주'
- 영업시간 매일 16:00 ~ 새벽 01:00
- 주차는 불가하다.
- 지하 1층에 위치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해 있으나 조금 취약했다.
- 해산물이 함께 하는 민속주점의 컨셉, 해산물도 대부분 싱싱하다.
- 탁주의 종류도 상당한 편이다. 맑은 술도 있어 다양한 술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도 좋겠다.
- 굉장한 가성비집이라 할 수 있겠다.
- 유일한 단점이라면 골목에 위치한 상권이라 그런지, 거나하게 취한 어른신들도 종종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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