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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은평구/응암1동) 오로지 두부로만 승부, '이김순두부'의 얼큰 순두부와 코다리찜

고독한 먹기행 (94) - 은평구 응암1동의 '이김순두부' 


긴 시간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충분히 이해갔다.

식당을 나가며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대신 '잘 먹었습니다.'를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가고 말이다.


음식점을 찾다 보면 발생하는 가장 난감한 경우. 목표로 해 찾아간 집이 문을 닫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입니다. 당시도 그러했죠. 금요일 저녁, 기대를 안고 방문했으나 찾아간 집은 만석이었으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 여기서부터 그럼 어디로 가지? 라는 기로에 서게 되는데요. 경험상 차선책으로 급히 찾아간 집은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에 앞서 걱정부터 들기 시작합니다.

 

허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집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억에 남기도 한 집이죠. 오히려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길 잘했구나. 목표했던 집이 만석이라 다행이다. 싶을 정도의 나름의 만족감을 선사한 집. 응암동 이마트 인근에 위치한 두부요리 전문점, '이김순두부'를 아흔네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으로 만나보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번화가는 아니지만 동네 한복판에 이런 두부전문점. 흔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등산로 인근이라면 모르지만 말이죠. 때문인지 식당을 마주한 순간 조금 이질적이고 묘한 느낌을 받은 필자였습니다. 가게 외관에 붙은 메뉴는 거의 모든 것이 두부. 상호도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이긴다는 뜻일지, 사장님 내외가 이 씨와 김 씨 일지 말이죠.

 

 

들어가기 전에 받은 묘한 느낌은 내부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범상치 않은 메뉴판. 군더더기 없는 메뉴판이랄까요? 왜인지 모르겠으나 장인 정신이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막 이때부터 기대감이 증폭했던 것 같아요.

얼큰순두부와 코다리찜을 주문한 필자입니다.

 

 

내부는 외관의 사진과 같이 그리 넓진 않습니다. 테이블은 4인석으로 한 5개 정도 되는 듯하고, 안쪽으로는 좌식도 두 테이블 정도 있는 듯한데, 들어가 보진 못했습니다. 그렇게 주문 후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는데, 식사시간이 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작은 가게 안은 만석이 되었습니다.

 

 

기본 찬으로는 백김치와 열무김치. 무난한 녀석들이었는데요.

 

음, 이거 찬이 나온 후에 음식이 등장하는 텀이 상당히 길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체감으로 20~30분 정도? 그런데 희한한 것은 동시에 입장해 테이블에 자리 잡은 손님들은 익숙한 듯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

묘함의 연속이었죠. 가게 사정을 꿰고 있는 것을 보니 추정컨대 단골들인가 봅니다. 이해한다는 듯 무심하게 앉아 핸드폰을 보며 기다리거나 급기야 신문을 펼쳐 보며 기다리는 사람까지. 기다리긴 힘들었나 묘한 기대감을 들끓게 만든 이유입니다.

 

 

자, 그런 인고의 시간 끝에 등장한 '이김순두부'의 코다리찜입니다. (조림은 콩나물이 없다고 하네요.) 필자가 당시 차선책으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 본래 방문하려던 곳이 아귀찜집이었거든요. 음, 이 정도만 대체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한 입 크게 집어 먹어보는데. 음, 좋습니다. 맵기가 있는 점도 마음에 드는데 기분 좋은 맵기. 아귀찜의 대체재라니, 그 말은 취소. 대항마까지 되겠는데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나 서울에서 이런 코다리찜을 만난 반가움도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주문하다 보면 워낙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등장하는 것이 코다리찜이었거든요. 어느 곳은 코다리에 양념을 적시듯 나오는 곳도 있었고 말이죠. 허나 이 집은 필자가 추구하는 비주얼.

 

잘 말린 코다리도 쿰쿰함이 올라오는 것이 농축된 맛 또한 참 좋습니다. 늦긴 했지만 때마침 밥도 갓 지은 밥으로 나와주었으니, 반찬으로도 참 제격인 녀석. 반주가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두부전문점에서 두부에 대한 소개가 늦었군요. 등장한 얼큰 순두부입니다. 역시, 두부를 직접 만드는 집답게 정통 순두부의 스타일이네요. 알갱이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듯한 두부. 맛은 얼큰이라 해서 칼칼하고 진한 맛을 예상했으나 아니었습니다. 북창동식의 순두부찌개와는 다른, 시원한 신김치 베이스의 김치순두부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집에서 먹던 옛날 순두부의 맛. 음, 과장 보태어 응암동에서 초당순두부를 만난 느낌도 들더군요.

 

 

이런 김치 순두부. 자극적이지 않아 부대낌이 없어 좋습니다. 직접 갈아 만든 두부라 그런지 구수한 콩물의 맛도 함께 섞여 있는데요. 자칫 신김치로만 뒤덮일 수 없는 맛을 순두부의 콩물이 적절히 방어를 해줍니다. 시큼 칼칼한 맛과 구수한 맛이 적절하게 서로 줄다리기하는 느낌. 때문인지 국물이 뽀얀데, 은은하게 구수한 맛이 도는 것이 일품이더군요.

 

 

이런 기대 이상의 갑작스러운 만남의 집. 참 좋아합니다. 긴 시간 손님들이 얌전히 기다리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인근 주문이기도 한 필자에게도 재방문 의사는 충분. 간만에 땀을 빼고 제대로 먹은 속 시원하고 구수한 저녁이었습니다.

 

응암동에 위치한 두부요리 전문점, '이김순두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응암1동의 '이김순두부'

- 영업시간 11:30 ~ 22:00 / 매달 2, 4번째 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과 좌식이 혼재된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

- 오로지 두부로만 승부 중인 집으로 직접 콩을 갈아 끓여 두부를 만드는 곳.

- 두부를 제외한 메뉴는 코다리찜뿐, 때문에 당연히 시판 두부와는 다른 구수한 맛을 뽐낸다.

- 단점이라면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는 점. 멀리서 찾는 이들이 방문하기엔 상당한 위험 요소다.

- 단골 위주로 방문하는 듯한데, 모두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안다는 듯 익숙하게 기다리는 모습. 인상 깊었다.

- 내부가 어수선한 점은 살짝 아쉬웠으나 간만에 제대로 먹은 한 끼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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