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3) - 성동구 행당동의 '우동가조쿠'
이건 뭐, 먹는다는 행위가 아닌 촉감을 느끼는 경험이었다. 그만큼 면에 들인 공이 느껴지더라. 면이 살아있다.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다 생각하는 것이 우동 맛집인데, 당시 만났던 우동의 면은 촉촉함과 쫀득함의 극치를 보여줬습니다. 정말 쫀득해서 그런지, 면의 탄력과 결속이 좋아 이거 꽤나 '단단하다.'라는 인상까지 받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어느 대학가 앞에서 이 정도라면 인기를 끌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구요. 붓카케 우동을 넘길 때 시원하고 쫀쫀한 식감. 지금도 생생하네요.
열세 번째 이야기로 '한양대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우동가조쿠'에 대해 소개해 보려 합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부탁드립니다. ※
자 방문기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필자는 브레이크타임 종료 30분 전으로 조금 이르게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잠시 마실을 다녀오니 개시시간에 맞춰 대기줄이 금세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한양대 정문 맞은편 도로변에 위치해 있는데요. 꽤나 작은 규모로 생각보다 눈에 띄진 않습니다.
이미 인기가 상당한 집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요. 이런 집의 경우 당연히 대기줄이 발생하기 때문에, 브레이크타임은 여지없는 칼이라 봐도 되겠습니다. 물론 원칙을 중시 여기는 일식 전문점의 특징이기도 하단 생각입니다.
과연, 그런 올곧음만큼이나 각 잡힌 면일지가 궁금하네요.
간판과 천막에 붙은 '제면소'. 저 단어가 참 신뢰를 가게 만들기도 합니다. 가게 좌측으로 조금만 더 가면 비슷한 집이 있어 별관인가 했으나, 재료 및 음식을 준비하는 전용 공간인 듯합니다.
그렇게 조금 일찍 도착해 인근으로 마실을 다녀온 필자인데요. 개시를 앞두니 두 팀 정도 대기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점심 백그릇, 저녁 백그릇 정도씩 만들고 있다고 하네요. 2호점 오픈 소식도 붙어 있는데, 지금은 벌써 4호점을 거느리고 있으니 꽤나 오래 전 공지인가 봅니다.
필자도 그렇게 줄에 합류합니다. 여유 있게 들어갈 순번이라, 나름 적은 웨이팅 시간이겠네요. 마음에 듭니다.
자, 입장 전이지만 메뉴판입니다. 미리 정할 수 있도록 가게 앞에 비치되어 있는데요. 덕분에 가볍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네요. 대표가 붓카케(쯔유 베이스 국물의 냉우동), 가조쿠(튀김이 올라간 사누키), 키츠네(유부 토핑 사누키), 이 세 가지인 듯 하구요.
우동만으로 시즌 메뉴도 선보이고 있는 '우동가조쿠'입니다. 제대로네요. 한양대생들 꽤나 부럽습니다. 그 외 사이드 격의 메뉴들도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주류는 캔맥주와 사케 한 잔뿐입니다. 당연히 분위기가 느긋하게 술을 즐길 그런 집은 아닙니다.)
이렇듯 각 잡고 찾지 않으면 참 마주치기 어려운 것이 우동전문점인데, '제면소'라는 단어와 같이 하단의 문구도 신뢰감을 줍니다. 매번 이자카야의 국물 안주로만 만나다가 오래간만에 마주하게 된 사누키우동이니. 참 반갑네요.
드디어 입장했습니다. 10명 정도 조금 넘는 인원이 일제히 입장해 선착순으로 주문을 시작합니다. (이건 좀 아쉽더라구요. 대기 인원 일부는 순서대로 주문을 받아두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후 대기 리스트판을 가게 외부에 비치해 둡니다. 기다리던 손님들이 일시 착석했으니, 이후 입장하는 손님들은 운이 좋으면 남은 자리에 착석하거나, 대기판에 적고 기다려야 합니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겠어요. 이제 막 모든 테이블 주문을 받아 아슬아슬하게 걸치면 웨이팅 텀이 조금 더 길어질 수 있으니 말이죠.)
내부는 굉장히 좁은 편이지만 아늑합니다. 유명 인사들의 방문 흔적도 더러 보이더군요.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분인데, 그 분의 영광의 흔적일지 그런 사진도 한켠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일본 음식점스러운 깔끔한 분위기네요. (주방엔 일본분도 계시더라구요. 더해 그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서빙 직원도 일본 사람이었구요.)
무엇보다 입장 전으로 인상 깊었던 점은, 브레이크 타임 개시 전으로 가게 내부를 점검 중인 직원분의 모습이었습니다. 테이블에 부족한 것들을 채워두고, 물, 메뉴판 등을 비치하는 모습. 사소할 순 있겠지만 인상 깊더라구요.
음식뿐만 아니라 가게에서도 일본 식당 특유의 서비스 정신이랄까요? 그런 걸 더러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얼마 되지 않아 등장했습니다.
먼저 '우동가조쿠'의 붓카케우동입니다. 자루우동을 좋아하는 필자인데요. 때문에 쯔유 베이스의 이 녀석을 선택했습니다. 참 면이 담긴 모양새가 먹음직스럽게, 가 아닌. 정말 먹고 싶게 담겨 나왔다는 생각입니다.
쪽파와 텐카츠(튀김 부스러기), 나루토마키 한 점이 툭 올라가 있습니다.
이것은 새우튀김과 함께 붓카케와 동일한 고명이 들어간 사누키우동, '가조쿠우동'입니다. 가쓰오부시 베이스 국물이랍니다.
그렇게 두 가지 메뉴가 모두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메뉴마다 접시가 다른 점 또한 사소하지만 꽤나 마음에 드네요.
시작해 보겠습니다.
먼저 붓카케 우동부터. 맛을 보는데, 이야. 이거 상당히 면이 대찹니다. 찬 국물까지 더해져 그런 느낌을 배가시켜주는데, 쫀득한 면의 식감까지 더해지니, 어느 정도냐면 단단한 떡을 먹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제대로 된 생면입니다. 우동뿐만 아니라 면 요리 통틀어서 인상적인 식감으로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한 가닥씩 먹어도 쫀쫀함과 포만감이 입안에 들어차는데요.
국내에서 맛보는 사누키 우동의 극치입니다. 마음에 듭니다.
더해 저 쯔유 국물. 그윽함도 그윽함이지만, 뭐랄까 상큼함이 함께 느껴졌어요. 다소 간이 세긴 한데요. 아무래도 일본 간장 베이스다 보니, 전 감안할 만했습니다.
그나저나 단순한 쯔유의 기본 맛 이상으로 느껴지는 과일 비스무리한 상큼함. 참 좋더라구요. 때문에 면이 국물에 딸려 들어오는 첫맛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이어서 훈연의 향이 느껴지는 사누키우동입니다. 붓카케에서 느낀 인상보다는 조금 약합니다. 동시에 먹어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그래도 국물은 참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은은합니다.
재료가 떨어져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유부초밥도 운 좋게 주문이 가능했습니다. 아, 이는 좀 간이 상당히 센 느낌이라 조금 아쉽네요. 쯔유의 우동처럼 허용되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식사는 마무리했는데요.
간이 센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정말 좋은 발견이자 경험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이후 예정인 우동 맛집 명지대의 '가타쯔무리'에 방문하더라도 꽤나 도움이 될 것도 같구요.
처음 맛보는 이들에겐 단연 붓카케 우동을 추천합니다. 제대로 뽑은 일본식 우동면과 함께, 면에 깃든 주인장의 인생도 느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우동가조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성동구 행당동의 '우동가조쿠'
- 영업시간 매일 11:00 ~ 22:00 (브레이크타임 15:00 ~ 17:00)
- 수량 소진시 조기 마감, 명절만 휴무
- 주차는 불가 (바로 옆 한양대 교내 주차장 활용 권장)
- 항시 웨이팅이 있는 것으로 추정 (정시에 도착하면 웨이팅이 길 수 있을 것 같다. 개시 시간 앞뒤로 텀을 두고 방문을 권장)
- 카운터석, 2인, 4인 테이블의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으로 추정)
- 이곳 본점을 필두로 3개의 분점을 운영 중
- 근사한 맛 대비 가격도 저렴한 편, 가성비집
- 개인적으로는 면발이 인상적이었던 '붓카케 우동'을 추천
- 주류는 테라 캔맥주 및 사케 한 잔 주문 가능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은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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