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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중구/태평로2가) 얼큰 스타일의 북창동식 순두부찌개, '북창동순두부 본점'

고독한 먹기행 (106) - 중구 태평로2가의 '북창동순두부'


추운 겨울, 솥받에 익숙한 찌개 한 그릇. 거기에 생선구이까지 더해지니,

역시 한국인. 이만한 것이 또 없다는 생각이다.


신당동 떡볶이, 용두동 주꾸미, 창신동의 매운족발과 유사한 결로, 순두부 하면 자연스럽게 붙는 지명이 북창동입니다. 현재의 얼큰하고 얼얼한 베이스의 계란 탁 순두부가 바로 이 북창동에서 비롯되었다고 들었었는데요. 앞선 키워드들만큼의 존재감은 아니지만, 동등 또는 그 이상으로 익숙한 명칭이 아닐까 싶네요.

 

중구 태평로2가 '북창동순두부 본점'의 순두부찌개와 고등어구이.

 

이러한 북창동 순두부. 사전에 조사를 좀 해보니 가장 원조가 되는 곳은 한국 아닌 LA 한인타운의 BCD(북창동)인 듯합니다. 그리고 LA의 지점과는 별개로 한국에서 활성화된 프랜차이즈가 바로 오늘 소개할 '북창동순두부'이구요. 뭐, LA의 그곳도 북창동을 기원으로 하고 있고, 본디 동네에 순두부찌개집들이 많았었다고도 하니, 사실상 어디가 원조냐라는 물음은 무의미하기도 하겠습니다.그래도 때마침 북창동에 본점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인근을 방문하게 되었으니 겸사겸사 찾아가 보게 되었습니다. 백여섯 번째 고독한 먹기행. 뜨끈뜨끈한 찌개와 솥밥을 다루는 '북창동순두부 본점'을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도착한 '북창동순두부 본점'입니다. 내심 방문하며 기대가 되더군요. 고대하던 북창동 순두부의 타이틀을 이제야 제대로 만나보게 되었으니 말이죠. 워낙 입에 붙는 익숙한 키워드임에도 전면에 내세운 식당들은 만나보질 못했으니, 베일에 싸인 느낌이다라는 했었는데요. 이제 와 글로 푸니 조금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납득이 가네요. 가장 일찍이 유명세를 떨치던 곳은 나성에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현재 한국에선 이곳을 제일로 치는 듯하니, 들어가 보시죠.

 

 

 

으음? 들어가자마자 조금 의외란 생각을 했습니다. 심플한 내부. 그래도 나름의 전통이 있는 북창동 순두부이니 한옥의 집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했는데, 상당히 깔끔한 프랜차이즈 식당의 느낌이라 말이죠. 전혀 다른 동네지만 평창동 때문에 으리으리한의 키워드를 떠올린 건가도 싶네요.

 

내부는 직각의 형태로 상당히 넓은 편이었는데요. 안쪽으로는 룸 비슷한 공간도 보이더군요. 애매한 시간에 찾았기에 이모님들도 식사 중이시고 휑했었는데, 금세 손님이 절반이나 들어찼습니다.

 

 

 

어디 보자. 순두부만 있을까 했는데, 외국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메뉴는 꽤나 많았습니다. 같은 곳은 아니지만 LA BCD의 아성을 듣고 찾은 것인지, 방문 당시 외국 손님들도 몇몇 보였으니 말이죠.

그런데, 음. 개인적인 취향엔 부합하지 않는 퓨전식 메뉴들. 치즈김밥, 치즈라면이 익숙해지기도 약 10년 가까이 걸린 필자인데, 독립적인 영향력이 강한 두 음식이 섞인 메뉴는 여간 눈이 가질 않았습니다. 때문에 당연히 기본으로 북창동순두부를 깔아주었고, 조금 허하겠다 싶어 고등어구이 1인 한상차림으로 주문.

 

그나저나 LA갈비는 LA의 BCD를 염두에 둔 마케팅일지 또 모르겠습니다.

 

 

 

이제 기본 찬부터 살피는 시간. 딱 보통의 서울 한식집의 기본 찬입니다. 지방 먹기행을 하며 느끼는 거지만 항상 서울 기본 찬의 디폴트값은 저 콩나물. 거기에 더해 구운 김과 오징어젓갈 정도인데요.

저 젓갈은 꽤나 손이 갔습니다. 마늘종, 해바라기씨 등을 더한 씨앗젓갈 비스무리한 다지고 비빈 젓갈인데, 솥밥 반찬 삼기엔 제격이더라구요. 평범한 보통의 찬들 속에서 그나마 칭찬.

 

 

 

테이블 한쪽으로 위치한 계란 바구니. 요 녀석은 팔팔 끓는 순두부찌개가 등장하면 톡 쳐주면 되겠죠. 미리 끓여 나오지 않는 점은 좋네요. 계란 푸는 맛에 먹는 '모이세해장국'도 문득 생각이 납니다.

 

 

 

겨울에 든든하면서도 근사한 손님, 고등어구이와 함께.

 

 

 

등장한 '북창동순두부'의 북창동순두부입니다. 솥밥 덜어내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음, 좋네요. 적절한 얼큰 스타일. 홍합, 새우, 소고기 베이스의 순두부찌개인데, 재료의 실함은 굉장히 아쉬웠지만 국물은 부정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날씨의 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유독 추웠으니 말이죠.

 

확실히 접해왔던 순두부찌개들보단 우위에 있는 맛. 대개 일반 여러 찌개류를 구비한 백반집의 순두부찌개는 두부를 풀기 시작하면(즉, 먹다 보면) 간수로 인해 맹맹해지기 십상인데, 이곳은 풀어도 유지가 되더군요. 조리 중 띄워주는 고추기름이나 양념간장만으로 맛을 포장한 녀석들보단 깊이가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고등어구이까지 잘 구워져 전반적으로 맛있는 한 끼였네요.역시 한국인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한국인은 찌개인가? 입맛 달아나는 맹추위엔 뜨끈한 한식만한 것이 또 없네요. 전율이 돋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편안하고 만족스러웠던 점심의 식사.

 

 

 

시내에서 그럴 일이 많진 않겠지만, 인근에서 순두부찌개가 생각난다면 들르기 좋을 듯합니다.

그렇게 다른 곳이긴 해도, 아이러니하게 미국에서 역전파 중인 북창동 순두부 브랜드를 드디어 만나봤습니다. 그것도 북창동에서 말이죠. 본 고장에서 발 도장 하나 찍어봤단 사실도 만족스럽네요. 베일에 싸인 녀석과 드디어 악수 좀 해봤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글도 마무리.

 

북창동에서 만난 순두부찌개, '북창동순두부 본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구 태평로2가의 '북창동순두부'

- 영업시간 10:00 ~ 21:00 (브레이크타임 15:00 ~ 17:00, 라스트오더 20:00)

  * 주말의 경우 20시까지로 브레이크타임은 없음. 라스트오더는 19시까지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분리)

- 미국 LA BCD와는 별개인 한국의 북창동 순두부 프랜차이즈 본점. 물론 가보지 않아 비교는 어렵지만, 전형적인 순두부찌개 한상이었다.

- 거나한 한식의 집 느낌 아닌 시청역 대로변 오래된 건물 2층에 위치한 깔끔한 식당으로, 이 또한 기대와는 달라 재밌었다.

- 반찬의 가짓수는 적지만 제대로 잘 먹었다는 생각. 역시 한국인은 잘 끓여진 찌개구나.

- 순두부찌개 주문 시 솥밥이 기분으로 등장한다.

- 기본 찬은 무난했는데, 마늘종 쫑쫑 썰어 씨앗과 버무린 젓갈은 밥반찬으로 굉장히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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