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67) -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간대리의 ‘부경식당’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필자의 이야기에 할머니의 이야기도 담긴 것 같아 좋다.
우어회. 이 특이한 이름을 가진 회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약 2년 전, 부모님을 통해서였습니다.
* 우어 :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웅어’란 생선으로 현지에선 ‘우어’라고도 많이 부른다. 왕의 수라로도 오르던 생선으로 금강을 사이로 마주한 익산, 강경, 부여 등에서 자주 잡혀 근방에서만 우어 요리를 접할 수가 있다. 제철은 3~5월.


당시 활발히 고독한 먹기행을 집필 중인 때라 이 존재를 듣고는 머리가 띵하니 울렸네요. ‘이걸 이제야 알았다니.’ 하고 말이죠.
어딜 가나 바다가 인접해 있거나 큰 강을 끼고 있는 곳이라면 그곳의 독특한 어종이 있다는 건 먹기행으로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양양의 꾹저구탕와 은어튀김, 주문진의 도치, 도루묵, 곰치부터 당진의 실치, 기장과 남해의 멸치회 등) 허나 그럼에도 유독 놀란 이유라면, 이걸 선보이는 곳이 다름 아닌 필자의 외가 충남 부여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할머니를 뵈러 이따금 찾는 곳이기에 금세 기회가 닿겠지 했으나, 철이 있는 녀석이었더군요. 몇 해를 그리다가 이번에 겨우 만나게 되었습니다. 만난 곳은 부여 세도면의 조그마한 읍내 아닌 면내에 위치한 ‘부경식당’. 몇 안되는 인근의 식당들이 모두 우어회를 취급 중인 듯했습니다. 이백예순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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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어가 잡힌다는 금강입니다.
서해와도 통하는 큼직한 이 강.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이곳에서 산란기에 잡히는 것이 바로 웅어라 합니다. 그 옛날은 근방으로 포구 및 나루들이 거점마다 위치해 있었다고 하네요. 우어잡이 후 우어를 실은 작은 배들로도 가득했다고도 합니다. 실제로 이곳 또한 다근이나루(구경정나루)였으나 지금은 작은 흔적들만 남아 있는 듯했습니다.
강 건너편은 전라북도 익산입니다. 필자가 촬영 당시 서있는 곳은 외할머니의 친정이기도 한 ‘다근이 마을’ 인근으로 이 강을 기점으로 충남과 전북으로 나뉜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부경식당’에서 차로 10분 남짓 한 곳에 갑자기 펼쳐진 큰 강줄기의 모습. 어린 시절부터 줄곧 찾았음에도 우어회도 이 강도, 존재들을 눈에 담는 것이 처음이라 기분이 조금 묘했습니다.

이 주변이 모두 과거와는 그 명성 다른 듯합니다. 식당은 이제 시골의 작은 노포였기에 촬영할 거리가 그리 많진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기억에 가득 들어찬 건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우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어찌 보면 현지인 가족들과 함께 우어를 만난 셈이었으니.
식당 탐방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더욱 거슬러 올라간 우어회의 기원과 다근이 마을을 본 글에 실어 봤습니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대본을 쓰는 것도 같은 기분입니다.

돌아와 고독한 내 고향 아닌, 먹기행으로.
필자가 먼저 찾은 우어횟집, ‘부경식당‘입니다. 다근이 마을과 금강을 찾기 전 할머니를 모시고 찾았습니다.
세도 면내로 뜨문뜨문 우어를 파는 식당들이 여러 개 보였는데, 워낙 동네가 작고 밀집해 있어 어디가 좋은가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건너건너의 비법도 통하지 않을까 싶은 면내의 규모였으니까요. 그나저나 과거엔 금강에 우어잡이 배들이 가득했듯 이곳도 상당히 번화한 동네였다고 하네요.
하기야 마주한 강경도 지금은 논산에 속하지만 최초의 읍이자 과거엔 전국구 시장이 자리 잡고 있던 요지라고 하니, 어찌 보면 허리 꼿꼿이 세우고 자리와 명성을 보전하고 있는 건 우어뿐일 수도 있겠습니다.

바로 소금에 재운 우어가 저 녀석입니다.
연로한 할머니께서 사진 속 우어를 보시곤 써는 방향을 보여주는 손길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반세기는 더 이전이었을 그때 우어를 잡아 직접 손질하고 드시던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몸이 기억하고 계셨나 봅니다. 그만큼 이곳 사람들에겐 익숙한 생선이었겠죠.

들어온 부경식당의 내부. 노포란 말은 사실 이런 곳에선 무의미합니다. 오랜 시골의 식당은 다 이러하니깐요. 테이블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점심의 시간, 어디서들 오셨는지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테이블엔 우어와 술 한 병씩은 꼭 깔린 것이 대부분 이곳 주민들로 보였네요.

메뉴판입니다. 봄 특선 메뉴라는 하수오우어회. 그렇습니다. 3~5월이 제철인 듯한 이 생선은 늦겨울에서 봄 사이가 제철이라고 합니다. 더워지기 전 반짝 빛나는 생선이지요. 필자는 좀 이르게 만난 셈. 소개해 주시려는 부모님도 필자도 마음이 상당히 급했습니다.
옆 테이블로는 우어탕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이는 듯했는데 메뉴엔 없었으니, 음? 시골 특유의 동네 장사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하수오우어회 中짜와 청국장뚝배기를 주문했습니다.


하수오우어회
그리 튀지 않는 무난한 찬들이 깔리고 등장한 우어회무침. 무침이라 금세 등장했나 봅니다. 미나리와 파, 배 등과 함께 양념 짙게 버무렸습니다.

청국장 뚝배기
구수한 청국장도 맞춰 등장합니다.

기본 찬은 대략 위와 같은 정도로 나오는 걸 참고해 주시면 되겠구요.

참을 수 없는 시식의 시간입니다. 아, 지금 사진을 보면서도 군침이 싸악 도네요. 색감만 보자면 양념이 강할 것 같아도 아주아주 적절했습니다. 후술할 내용을 참고해 주시죠.


먼저 한 입 후 느껴지는 식감만으로 묘사를 하자면, 역시 멸치과라 그런지 멸치회무침과도 상당히 흡사했다는 점. 근데 멸치보단 살이 무르지 않고 살이 뚝뚝한 감이 조금 있습니다. 이른 철인가 그런진 몰라도 뼈도 보다 억셌고 말이죠.
때문인지 갖은 채소와 함께 한 무더기를 집어 와그작 씹으니 힘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느낌. 뭉그러지는 멸치회와 팍팍한 맛의 목포의 준치 사이 정도 식감이라 하겠습니다. 비린맛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고소름한 맛이 잘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말 팟하고 눈이 뜨인 지점이라면 바로 여기. 밥이 나이스한 타이밍에 갓 지어 나오기도 했는데, 윤기 좌르르 상태여서 좀 더 힘이 실렸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회비빔밥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밥과 비벼먹기가 참으로 좋더군요. 그만큼 양념이 좋단 뜻이기도 한데, 사진으로 보면 새빨갛기에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정말 맛있게 적절한 양념이었습니다. 양념 맛이 일품이었다 하겠습니다.

그렇게 먹기행을 마무리한 뒤에 연장선으로 방문하게 된 금강이었습니다.
이젠 한산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세도. 과거와는 다른 지금의 모습이라, 그 옛날은 손주들로 시끌시끌 붐볐을 외가의 모습과도 많이 닮은 것도 같네요.
어린 나이엔 사람들을 올려다봐야 했던, 그저 넓고 크게만 느껴졌던 외가댁이 지금은 한없이 작아 보이고 조용하지마는. 이제 좀 으른이 된 건지 조금은 더 깊은 걸 들여다보고 한없이 넓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개 들면 보이는 미소 가득했던 얼굴은, 이젠 나란히 하니 이제 선명한 주름만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그저 웅어처럼 굽지 않으시고 늘 그 자리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충남 부여군 세도면 간대리의 ‘부경식당’
- 영업시간은 확인하지 못했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로 추정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 일요일 점심을 기준으로 웨이팅은 없었으나 손님으로 만석.
- 시골 특성상 주차는 인근을 활용해 가능한 듯보였다. 바로 앞에 조그마한 공터가 있기도 하다.
- 주변으로는 마찬가지의 우어횟집들이 있기에 차선택도 많은 편
- 하수오는 왜인지 볼 수는 없었지만, 양념은 참 적절하니 좋았다.
- 회비빔밥은 좋아하지 않는데 밥에 곁들이기에 가장 좋았던 회무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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