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77) - 경북 포항시 남구 신창리의 ‘양포생아구 본점’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소주 한 잔 걸쳤다면 이곳에 자리를 깔고 누웠을 수도.
바다가 인접한 곳이라면 그곳의 해산물은 꼭 접하라.
뻔할 수 있지만 시간이 풍족했던 백수의 시절 나름의 여행을 떠났다가 몸소 배운 지론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선인들의 말은 틀린 게 없습니다. 생물, 즉 자연산은 당연지사고, 근방에서 나고 자란 것은 양식이라도 내륙과는 그 갭이 확실한 것 같았습니다.

오늘 소개할 집, 그런 이치를 처음으로 깨우치게 해 준 집입니다. 고독한 먹기행을 스멀스멀하던 집필 시절 만난 집으로, 생아귀를 만날 수 있는 곳인데요. 어찌나 바다와 인접하던지 악천우엔 파도가 육지를 삼킬 듯한 위용을 자랑하던 동네로, 기억에도 참 많이 남아 있습니다.
포항의 양포항 인근으로 위치한 ‘양포생아구 본점’을 이백일흔일곱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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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근의 자랑이 아닐까 싶네요. 자연산!
간판만 봐도 뿌듯. 도착한 포항 양포항 인근의 양포생아구의 모습입니다. 인근으로는 건물도 인적도 뜸한 동네라 점심시간 차들과 손님들로 가득한 것만 봐도 알려진 내공이 상당하겠거니 예측되었습니다.

역시 한쪽을 채운 유명 인사들의 사인. 매번 느낍니다. 이 외진 곳을 어찌들 알고 오시는지. 내부의 구조는 좀 특이합니다. 외관만 보면 컨테이너 같은데 가정집의 향이 솔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내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호기로운 삼생이죠. 아구 수육, 찜, 탕이 끝.
단 한 번의 방문이기에 선택은 조금 어려웠습니다. 이럴 땐 나름의 근거를 만들어줘야 후회가 없기 마련. 점심이기에 수육은 과했고, 찜으로 가자니 너무 익숙한 녀석을 고르는 게 아닌가 싶었네요.
모처럼 아닌 좀처럼 없을 자연산 생아구인데, 싱싱한 생물 그대로를 받아들여보는 게 좋지 않을까? 나름의 근거가 마련되었고. 아구탕 지리(맑은)로 주문했습니다.


기본 찬부터. 역시 지방스러운 찬입니다. 멸치볶음 옆으로가 참외장아찌인데 오독오독 거리는 것이 늘 좋아합니다. 아귀지리탕을 기다리기에 괜찮았던 찬들로 기억합니다. 미역조림일지 모르겠는데 양념이 좋아 생소하면서도 손이 갔던 의외의 반찬도 기억이 있네요.

생아구탕 지리 (맑은 탕)
자 그리고 당시의 대미라 할 수 있는 아귀탕 등장. 끓여야 하는 녀석인지라 꽤 빠르게 나왔습니다.
큼직한 덩어리 보이시나요? 아귀애, 간입니다. 저리 덩어리진 채로 큰 건 처음 접했던 것 같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선 지리죠. 그래, 선택이 좋았다 거듭 생각을 하다가.

팔팔 끓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시식.
크, 제대로네요.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짜르르 올라왔는데요. 아주 살짝은 청양고추 쫑쫑 썰어 넣었으면 하는 바람도. 작은 부담도 없는 순하고도 시원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간과 위가 적지 않게 들어가 있어 내장 수육, 샤브를 즐기는 기분도 들었네요. 아귀의 간을 한 스푼 떠먹는데, 음. 투술투술. 입안에 퍼지며 녹진한 풍미가 올라옵니다. 소주 한 잔 걸쳤다면 아마 이곳 양포에 자리를 깔고 누웠을 수도 있겠습니다. 로컬의 생물이기에 가능한 맛.

쫀쫀한 껍데기와 살도 훌륭하고 말이죠. 찜으로 즐기던 아귀와는 정말 차이가 크네요.
이건 개인적인 팁인데요. 간은 다 섭취하지 마시고 국물에 조금 양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끓일수록 국물에 녹아서는 단계별로 깊은 국물을 또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죠. 매운맛 굳이 첨가되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대로를 즐기는 클래식함.
그나저나 테이블의 8할이 아귀찜이었는데, 알고 오는 이들은 대부분 찜이었던 것 같습니다. 밥까지 볶는 모습에 마음이 휘청, 하기도 했으나 후회는 없었던 생물 아귀 한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바다가 앞인 곳에서 즐긴 포항의 양포생아구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양포생아구에서 바라본 ‘장기천’과 동해가 맞닿은 지점
경북 포항시 남구 신창리의 ‘양포생아구 본점’
- 영업시간 10:00 ~ 20:30 (브레이크타임 15:00 ~ 16:00)
- 격주 화요일 정기휴무
- 주차 공간은 공터가 넓어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가정집 같은 화장실다.)
- 생아귀 요리를 취급 중인 곳으로 수육, 찜, 탕 주문이 가능하다.
- 외진 곳임에도 한창의 시간엔 손님으로 붐빈다.
- 지금은 분점이 꽤 되는 듯하다. 당시엔 본점이 어딘가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찾아본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확실한 듯. 이곳이 본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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