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04) - 강원 삼척시 정하동의 ‘만남의식당’
들어보셨나요? 겨울 하면 떠오르는 강원의 별미 곰치국. 주문진에서 생애 첫 곰치국을 만나고 난 뒤에 다시 강원도에 온다면 또 한 번은 정복하리라 마음먹었던 메뉴이기도 합니다. 부쩍이나 추워진 요즘 이따금씩 이 뜨끈하고 칼칼한 녀석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흔히들 가시는 속초, 강릉, 주문진 일대가 아닌 이사부 장군의 기운이 가득한 삼척, 그곳의 어느 곰치국 한 그릇을 가볍게 추억해 보려 합니다.
이곳은 부루스타로 끓이는 스타일은 아니고 한 그릇의 형식으로 담겨 나오는 곰치국집으로, 때문인지 곰치해장국이라 표현합니다.
가끔 곰치가 동이 나면 주문이 불가하다고도 들었었는데요. 마침 입구서부터 곰치를 손질 중이신 사장님을 보고 다행이다 싶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삼척항 인근에 위치한 유명 곰치해장국집입니다. 이백네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다소 생소하실 수 있는 ‘만남의식당’의 곰치해장국을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상세한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필자는 장호항 스노클링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었습니다. 이날 바로 통영으로 떠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교차가 심한 날씨였기에 그전에 배를 뜨끈하게 하고자 찾았었네요. 마침 누가 봐도 흐물텅 곰치를 손질 중인 사장님이 보였고, 반갑게 입장했습니다.
그 뭐랄까, 가게의 상호와 함께 위치. 딱 그것만 놓고 보자면 휴게소를 연상케 했던 집입니다. ‘만남의광장 휴게소’로 인해 그런 인상을 받았나 봅니다.
여하튼 간 들어가자마자 독특하다 해야 할지, 강렬하다 해야 할지 한 문구가 눈에 들어오는데. ‘얍샵하게 살지말자’고 하십니다. 이곳의 구호인가 봅니다.
그나저나 메뉴판에 보이는 곰치해장국 한 그릇에 2만 원에 상당히 부담을 느낀 기억이 납니다. 이곳은 삼척, 더 이상의 후퇴의 장소는 없기에 직진할 수밖에 없었지요. 늘 즐기진 않다 보니 판단이 어려웠으나 그래도 관광지에서 찾았던 곰치국 2인보다도 값이 위였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곰치국 두 그릇을 주문합니다.
주문과 함께 등장한 기본 찬입니다. 깍두기는 정말 먹었던 깍두기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시큼해 정신을 번쩍 들게 했습니다. 기분 탓일지 모르겠으나 서거리김치스러운 아린 듯한 익은 맛이 느껴지는 깍두기. 기억을 더듬어 보면 강원도의 김치가 대개 이렇게 아리단 느낌입니다. 그 외엔 열무장아찌 등의 무난한 찬들인 점 참고해 주시구요.
곰치해장국
조금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 같네요. 오래간만에 마주한 곰치국, 아니 곰치해장국입니다. 값은 차이가 좀 있다만 모습이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그래도 특징이라면 이곳은 잘 익은 듯한 김치와 함께 좀 내장 싱싱하게 비중 있게 들어간 모습입니다. 곰치애와 위로 추정되는 부위가 아주 실하게도 들어있더군요.
국물 맛을 한 숟갈 음미를 해보는데, 음. 여기서 확 차이가 느껴졌네요. 비교 대상인 주문진의 곰치국보단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편이 스타일이었습니다. 칼칼하고 깊은 감은 살짝 적은 시원한 김칫국스러운 곰치국이라 하겠습니다. (칼칼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탁 치는 맛이 살짝 약하게 다가올 순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무시 못할 현지의 맛. 그런 살짝은 슴슴하게 느낀 아쉬움을 고소하고 싱싱한 간이 달래줍니다. 곳곳에 간과 위 부위가 떠다니는 모양새가 오래전 만난 포항의 생아귀탕을 생각나게도 합니다. 재료의 신선함은 역시 이루 말할 것이 없네요.
곰치 녀석이 원래 그렇지만 살 역시, 입안에서 사라지다 못해 증발해 버립니다. 특유의 흐물텅함과 녹아내리는 맛으로 인해 속 빈 강정 같기도 한 곰치살. 때문에 적당히 아시고 덤비시면 그 뚝뚝 흐르는 식감과 맛에 ‘이게 뭐야!’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과거 물텀벙이(남도에선 물메기 등으로도 불립니다.)라는 불명예스러운 작명을 안고 있는 생선이 곰치이니깐 말이죠. (먹을 것이 없어 잡히면 첨벙 소리 나게 버려졌다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다만 이게 김치와 만나면 신통하게도 비린 맛없이 시원한 한 그릇의 맛을 뽐내니, 이젠 귀한 음식이 되었다고 하죠? 그렇게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끓이는 방식으로 처음 접해서인지, 화려하게 고춧가루와 파가 듬뿍 들어갔던 당시의 칼칼한 곰치국보단 좀 아쉬웠습니다. 가격도 조금은 그랬구요. 다만 여행 첫날의 한 끼로는 나쁘지 않은 정도였네요. 무엇보다도 강원도에서만 인기이고 만날 수 있는 녀석, 지금이 아니면 다음은 또 한참일 겁니다.
그나저나 당시엔 곰치였다면 그 해 돌아온 겨울엔 도치였는데, 또 한 번 올 겨울 기회가 있다면 삼숙이를 목표 삼아봐야겠습니다.
삼척 ‘만남의식당’의 곰치해장국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원 삼척시 정하동의 ‘만남의식당’
- 영업시간 08:00 ~ 15: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 가능 (가게 앞 갓길로 3대 정도 가능하며, 바로 인근이 모두 넓은 주차장이기에 어려움은 없다.)
- 테이블식 구조로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구분이나 조금은 취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곰치해장국을 주력으로 하는 집. 끓이는 식 아닌 한 그릇 해장의 방식이다.
- 당시 물가 인상 탓인지, 관광지 특성일지 모르겠으나 과거의 경험 기준으로 가격은 다소 센 편이라 생각했다. (1인분, 즉 한 그릇에 2만 원) 내장이 듬뿍 들어가 있는 모양새였기에 싱싱한 녀석이라 그런가도 싶었다.
- 유명인인지 일반인인지 모를 한데 섞인 내부의 싸인들도 인상적이었고, 이 집의 구호인 듯한 ‘얍샵하게 살지 말자.’도 기억에 남는다.
-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맛은 살짝 아쉬웠던 편. 얕은 감이랄까? 원하는 칼칼함은 덜해 김칫국 맛의 비중이 보다 컸던 곰치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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