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11) -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의 '유포리막국수'
참으로 한적한 동네 유포리에서 명품 주조연을 만났다.
앞으로 막국수엔 감자부침!
눈이 살포시 쌓인 덕에 아름다운 설악산 절경과 내내 함께였던 속초 여행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금세 지나가 아쉬운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었는데요. 대미의 마무리가 하나 남아있으니, 바로 경유지 맛집 방문의 시간입니다. 장거리 여행 중 쉽사리 지나치는 지역들이 아쉬워, 앞으로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경유지를 정해 방문하기로 했거든요.
이번 글은 경유지 맛집의 글이 되겠습니다. 위치는 춘천, 그리고 목표는 강원 여행 중 늘 고배를 마셔야만 했던 막국수입니다.
몇 번의 고배로 인해 꼭 잘하는 막국수집을 찾아가 보자 했던 다짐을 이제야 달성하게 된 필자입니다.
그나저나 춘천의 막국수. 사전의 철저한 검색과 검증 없이도 손꼽히는 집들의 윤곽이 상당히 뚜렷하더군요. 막국수 하면 대표적인 지역들 중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춘천이니 말이죠. 그곳의 내로라하는 집들 중 선택한 건, 확 와닿는 이름의 매력. 더해 간장식 양념장을 쓰는 듯한 모습으로 끌렸던 '유포리막국수'입니다.
백열한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으로 만나보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바로 맞은편으로 큼직한 산이 위치해 있어서일까요? 눈발이 솔솔 날려대는데, 눈이 오는 건지, 바람에 흩날려 온 건지 헷갈리더군요. 때문인지, 유독 이 이름도 귀여운 유포리라는 마을은 아주 작은 설국과도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속초에서 약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필자인데, 도착하자마자 참 막국수를 먹기 위해 이 춘천까지 올 줄이야 했네요. 그래도 묘하게 느껴지는 간판의 신뢰감. 기대가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올곧은 꽉 찬 폰트와 단색의 간판은 항상 알 수 없는 신뢰감을 준다는 생각입니다.
입장했습니다. 드디어 내가 왔다 막국수야 라는 기분으로 말이죠. 내부는 확장을 위해 증축을 한 것인지 집의 외벽이 내벽인 모양새입니다. 내부는 상당히 넓은 편이었는데요. 크리스마스 때문일지, 애매한 시간 때문일지 손님은 적었습니다.
음, 물막과 비막으로 나눠져 있진 않네요. 앉자마자 김치와 동치미 국물, 메밀 면수를 세팅해 주셨는데, 직접 첨가하는 동치미 국물에 따라 물과 비빔으로 나눠지는 모양입니다. 준비된 식초, 겨자, 설탕 등을 비비라 권장하고 있긴 한데, 직접 맛보며 느낀 점이라면 그냥 나온 그대로 비벼 먹어도 맛있다는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나오는 막국수에 설탕이 첨가되어 있고 말이죠.)
필자는 막국수 두 그릇과 사이드 감자부침을 주문해 봤습니다.
먼저 등장한 것은 동치미와 김치. 역시, 살짝 강원도스러운 김치입니다. 시큼한데, 쨍한 건 속초보단 덜하네요.
더해 막국수에 더할 동치미는 따로 국물을 접해봤는데요. 흠, 오묘합니다. 과일의 삭힌 시큼한 맛이랄지, 사과식초의 느낌이랄지, 일반적인 동치미보다 강한 시큼함이었어요. 분명히 어디서 맡아보고 느껴본 맛이긴 한데, 도통 생각이 나진 않았습니다.
자, 그리고 오늘의 주연 막국수와 조연 감자부침이 등장했습니다. 그래, 이런 걸 원했어. 이런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뭔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도 슴슴하니 맛있는 그런 막국수. 잘 뽑은 메밀과 김가루, 양념장이면 끝나는 그런 막국수 말이죠.
딱, 이곳 막국수의 비주얼이 그런 느낌이었는데, 진득한 비빔의 장 아닌 간장스러운 느낌의 양념장 덕에 더욱 그러한 인상을 받은 것 같기도 하네요.
그 때문일까요? 비벼줘도 깔끔한 색감으로 떨어지니 말입니다. 허나 맛은 약하진 않더군요. 슴슴한 메밀면과 진한 양념장이 고르게 섞여 진했다가 약하게 섞여서 순했다가 하는데, 들이킬 때 메밀의 향은 사라지지 않아서 조화가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맛이 참 꾸밈없이 투박한 느낌이라 좋더군요. 서울엔 이런 막국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춘천에서 자랑하는 막국수집들 세네 곳들 중 한 곳이 바로 이곳인데요. 필자에겐 처음 만난 이 집의 스타일이 제격이었습니다. 이곳 유포리를 시작으로 나머지 집들도 꼭 한 번 들러봐야겠어요.
그렇게 슴슴하면서도 투박한 양념장의 막국수 이야기는 마무리.
고독한 먹기행의 마무리 명언으로 끝낼까 했으나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바로 막국수만큼이나 복병이었던 것이 바로 이 감자부침이었으니 말이죠.
음, 어느 정도냐면 인생의 감자전들 중에선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감자전을, 아니 감자란 녀석 자체를 싫어하는 연인조차도 녀석을 마음에 들어 했으니 말이죠. 감자전이란 장르와 아예 별개로 두고 싶을 정도의 만만찮은 녀석이었습니다.
막국수엔 닭갈비가 주거니 받거니 정도였는데, 막국수와 감자전도 나쁘지 않네요. 아니, 오히려 남우조연상급 녀석의 활약에 오늘의 씬이 더욱 살아났습니다.
매번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기만 하니, 언제 또 만나게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인근을 거친다면 또 한 번 들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그 정도로 좋았으니 말이죠.
조금 늦긴 했으나 필자 인생에서 올겨울, 시원한 강원 막국수의 성공적인 만남을 드디어 이뤄냈구나. 라는 생각으로 글도 마치겠습니다.
춘천 유포리에 위치한 '유포리막국수'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원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의 '유포리막국수'
- 영업시간 매일 11:00 ~ 19:30 (라스트오더 19:00)
- 주차는 가게 앞 넓은 부지에 여유롭게 가능하다.
- 춘천 외곽, 마적산 자락에 위치한 곳. 필자는 속초를 기준으로 미시령-인제-양구를 거쳐 복귀길로 방문했는데, 접근성은 상당히 취약하다는 생각이다. 시골 동네다 보니 춘천 사는 사람들도 자차 이동 없이는 방문이 힘들 듯싶더라.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구분)
- 뭐랄까 개인적인 느낌으로 요즘 입맛을 위한 조미를 덧대지 않은 듯한 투박하면서도 깔끔한 막국수. 경험치는 적지만 느끼기에 막국수 원류의 느낌도 났다. 재료 고대로의 맛. 투박한 맛. 시골의 맛.
- 진한 양념장 아닌 파를 잘게 썰어 담근 듯한 간장 느낌의 양념장도 참 좋더라. (개인적으로 요런 막국수를 염원했었고 말이다.)
- 동치미 국물, 설탕, 식초 등을 가미하라 권장하는데, 필자는 나온 그대로에 동치 국물 아주 조금이 안성맞춤이었다. 첫맛의 향이 좋았기에 이후 첨가를 하고 나니 후회도 되더라.
- 감자부침도 주문했는데 엄청난 복병. 그냥 감자전이라 하지 뭘 부침이라고까지 생각했으나, 오판이었다. 아예 감자전이라는 명사와는 별개로 두고 싶을 정도의 감자부침. 손에 꼽을 정도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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