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46) - 강원 삼척시 정하동의 ‘동남호대게’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여수와 통영이 이순신 장군이라면 삼척은 독도로 유명한 신라 장군 이사부였습니다. 숙소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적한 삼척이었으나 그나마의 재미라면 곳곳에서 이사부 장군의 향기를 느낄 수가 있는 점이었는데요. 그런 삼척항 인근에서 만났던 집입니다. ‘장호항’에서 낮은 수온을 뚫고 스노클링을 감행했다가 큰 소나기가 내리던 변화무쌍한 날에 찾았었습니다.

이내 비가 그쳐 마주하게 된 평온한 삼척 여행의 첫날 저녁으로 선택한 집입니다. 강원도니 게가 빠질 수가 없지요. 삼척항 인근의 ‘동남호대게’를 이백마흔여섯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만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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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지나간 초저녁의 평일이라 그런 더욱 한산했던 삼척. 여행객이라고는 필자와 연인 뿐인 것만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작은 산세와 바다가 맞물린 항구 마을이라 그런지, 굉장히 깊숙한 타지에 온 듯한 기분도 듭니다. 여하튼 글도 끼니를 위한 식당은 찾아야 했으니 조회되는 몇 가지 정보와 글귀가 마음에 들어 택한 곳이 바로 ‘동남호대게’였습니다.


깔끔하고 넓은 내부와 메뉴판입니다. 들어가 착석하니 어디선가 사진 속 사장님이 불쑥 등장하여 게를 골라주시는데, 희망하는 게와 키로수를 협의하면 바로 녀석의 조리가 시작됩니다.

홍게 2.5kg (수입산)
그렇게 기다림의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동남호대게’의 홍게 2.5kg 부터 소개해 보겠습니다. 러시아 수입산으로 기억하는데, 판매를 위해 수율이 높아야 하다 보니 당시엔 수입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시더군요. 여름철이라 수온 탓인지, 환경 탓인지는 몰라도 그냥 동해면 한 바다라 매한가지 아닌가? 싶은 생각에 그냥 큰 의미를 두진 않았습니다.
여하튼 간 대략 키로당 4만 원이었던 같은데 굉장히 저렴하게 먹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물론, 2년 전의 시세라는 건 감안하셔야겠습니다. 좋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아쉬운 건 녹장이었다는 점. 게가 먹고 자라는 것에 따라 황장과 녹장이 갈리게 된다지요. 느끼기에 녹진한 맛은 황장이 더욱 일품인 듯합니다.

그래도 저렴한 시세의 한상이 차려집니다. (양이 적은 편인 필자인터라 키로수가 나오지 않는 걸 사장님이 잘 맞춰주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대게, 홍게를 먹으러 와서 줄줄이 뻔한 스끼는 그리 큰 기대는 하질 않습니다.

다만 하나 방점을 찍은 녀석이 바로 이 문어숙회. 아마 딸려 잡힌 작은 문어를 숙회로 내주신 듯한데, 역시 작은 녀석이 매섭습니다. 온갖 찬들을 단숨에 물리치게 해 버리는 상위 티어의 문어입니다. 큼직한 문어숙회보다도 좋았습니다.

가자미 초장범벅도 내어주시긴 했는데 숙회에 상대가 되질 않습니다.

자, 이제부턴 본격적인 홍게살 해체 작업. 대게보단 홍게를 선호하는 필자인데요. 실한 홍게를 보니 대게랑도 구분이 무의미해 보입니다. 필자는 그랬습니다. 말인즉슨, 흔히들 중시 여기는 수율은 만족스러웠던 편.

홍게장에도 찍어 한 입 해봐야죠. 아, 황장이 아닌지라 맛이 약하네요. 아쉽습니다.
때문에 볶음밥 아닌 라면으로 이번 홍게 한 상은 마무리했습니다. 별도 보관된 잔부위를 쓰는 듯한데, 오징어, 새우라면 보다도 맛이 덜합니다. 그저 그랬습니다.
좋은 일로 찾은 여행의 첫날이기도 하고, 물에도 들어가고 물도 맞고. 삼척항 대게거리에서 저녁은 그렇게 두루두루 만족스러웠던 편이었습니다. 바로 앞에 소소하게 보이는 바다는 보너스구요.
갑자기 꺼내든 여름 강원도의 기억. 이 또한 참 나름의 매력이 있다란 생각과 함께 글도 마치겠습니다. 삼척 동남호대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원 삼척시 정하동의 ‘동남호대게’
- 영업시간 매일 10:00 ~ 21:00
- 주차 가능 (가게 앞에도 해안을 맞닿은 무료 주차 공간이 있다. 워낙 사람이 적었던 항구 도시라 그런지 주차 걱정은 없는 삼척항 인근이었다.)
- 테이블식 구조로 상당히 넓고 룸도 지원한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 필자는 홍게를 주문했는데 수입산. 당연한 이치로 거의 모든 가게가 수율로 인해 수입산에 의존 중이라 한다.
- 서비스로 주신 소량의 문어숙회는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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