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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편/강원 속초시

(강원/속초시) 속 풀리는 강원식 겨울 별미 도치알탕, '선인식당'

고독한 먹기행 (112) - 강원 속초시 금호동의 '선인식당'


도루묵의 빈자리를 채워준 도치.

곰치국 정도의 시원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너도 참 만만치 않은 녀석이었구나!


겨울 별미로 가득하다 못해 그윽하기까지 한 곳이 강원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이번은 여행은 속초를 근거지로 계획한 필자인데요. 속초 먹거리들 중 탕거리 하나로 미리 낙점해 두었던 녀석이 바로 겨울 도루묵이었습니다.

허나 참 쉽지 않더군요. 목표했던 식당은 왜인지 영업을 하지 않았으며, 사전에 전화 문의를 한 식당들마저도 족족 도루묵은 되질 않는다 하니 말이죠. 뭔가 이상했습니다. 널린 백반집들 입구에 떡 하니 붙은 것이 도루묵, 곰치, 삼숙이 등인데 도대체 왜?

 

'선인식당'의 도치알탕. 알음 품은 시원한 김치탕이라 보면 되는데, 자꾸만 손이 간다.

 

오로지 순수 직감만으로 방문한 집의 사장님의 말씀으로 의문의 퍼즐 한 조각은 맞춰졌습니다. 아, 도루묵의 철이 끝났다고 하네요. 11월에나 한창이었고, 12월은 철이 잠잠해져 월말은 아예 종료되었다구요. 도루묵이 이렇게나 짧은 한철이었나? 단골로 추정되는 지긋한 손님들도 이렇게나 빨리? 하고 놀라신 듯한 모습이었는데. 도루묵과의 만남. 다음을 또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에 와 따로 알아보니 슬프게도 남획, 그리고 이상 기후까지 더해진 탓인지, 불과 몇 주 전 한창이었을 도루묵도 씨가 말라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고 하네요. (강원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이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뚫어져라 마주한 메뉴판을 통해 협상한 것이 오늘의 주인공 도치였습니다. (심퉁이라고도 불리는 바다 생선으로 본명칭은 뚝지입니다.)

강원 여행 중 매번 곰치로만 갔었으니 만날 때가 된 건가 싶기도 하고, 알탕으로 등장하는 녀석이니 왠지 도루묵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렇게 도치알탕을 만난 곳은 갯배마을 인근의 작은 식당인데요. 백열두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 강원도의 탕과 조림을 다루는 백반집, '선인식당'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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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숙소에서 걸어나와 어렵지 않게 만난 '선인식당'의 모습입니다. 아직은 웹상에 많이 노출이 되지 않은 점. 더불어 동해 라인의 백반집스러운 탕들을 주력으로 다루고 있는 점에서 목표로 선정한 집이죠. 앞서 기술했다시피 9할 정도의 직감으로 냉큼 방문한 곳인데,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계신 손님들을 보고 나니 뭔가 느낌이 오더군요.

 

 

 

좀 더 내부 스캔을 들어가 보는데, 음. 근하신년 지역 달력까지 개인적인 경험의 직감으로는 틀림없습니다. 나름 오래 묵었을 세월의 내공을 담은 집이란 점이 말이죠. 외지에서 이런 저녁의 한 끼, 꼭 필요했는데 잘 찾아온 느낌입니다.

 

살짝 감상에 빠져보자면 유독 추운 겨울, 유리에 이슬 맺혀가는 습기찬 백반집에서의 저녁 식사. 이게 참 강원도에서만 유독 그윽하고 진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도루묵 종료의 정보를 듣고 고심끝에 도치알탕을 주문한 필자였습니다.

 

 

 

바로 찬부터 가보시죠. 오호, 강원도스럽게 등장해 주니, 외지인은 환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뭐랄까, 강원도에서만 느껴지는 쨍한 맛의 김치. 녀석은 서거리김치와 흡사하게 오징어 젓갈을 첨가한 듯싶더군요. 거기에 이름만으로도 반가운 양미리조림과 감자조림, 그리고 오징어젓갈 등이 함께였습니다. 뭔가 겨울 강원도의 키워드가 한상에 소박하게 담긴 듯한 기분.

 

 

 

양미리조림은 반찬화되니 팍팍한 것이 딱 녀석스러운 맛이었다고 해두겠습니다. 그저 이곳에서나 볼 수 있는 찬이니 만족감이 좀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저 오징어젓갈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확실히 강경의 젓갈과는 맛과 분위기가 딴판이라고나 할까요? 시원한 것이 참 김치 속재료스러운 느낌입니다. 때문인지 단맛의 비중이 적어 물리지 않고 들어가는데, 개인적으론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곰치만큼이나 시원한 메인, 도치알탕입니다. 한 입 떠보니 녀석은 처음인데도 익숙한 맛입니다. 곰치국과 결이 상당히 통하는 맛. 김치찌개와 김칫국의 중간 정도의 국물인데요. 김치의 비중이 생선만큼이나 상당히 익숙한 맛이 지배적인 편이죠. 그래도 확실히 다른 것은 흔히 아는 김치 들어간 국의 시원함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도치 덕분일 겁니다. 거기에 알까지 듬뿍 풀어지니 진한 맛도 살짝 첨가가 된 듯한데. 곰치국도 그렇고, 도치알탕도 그렇고 참 말로 형언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이건 직접 강원도에서 맛을 보셔야 해요.

생각지도 못한 생선과 김치의 조합? 먹어보면 그냥 숟가락이 절로 가는 맛입니다.

 

 

 

그래, 도루묵의 빈자리 너가 대신 채워줘서 고맙구나. 하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식사를 이어간 필자입니다.

도치의 모습도 클로즈업해 보시죠. 살은 소의 깐양을 씹듯 서걱하면서도 껍질은 부드러운 것이 뼈째 씹어도 부드러운 느낌의 생선이더군요. 조금 볼품이 없긴 없습니다. 곰치의 친한 친구스럽달까요?

허나 나름 둘의 차이이자 도치만의 매력을 언급하라면, 큼직한 곰치에 비해 모자라지만 도치는 듬뿍 밴 알이 매력을 서포트해 준다는 점을 들 수 있겠어요.

 

정말 국물을 떠먹는 내내 저 알이 즐거움을 더해줬으니 말이죠. 한 가지 팁으로 국물이 줄어들었을 땐, 물과 김치만을 더해주면 2차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김치와 생선이 주인 탕이다 보니, 이 반복작업을 해주다 보면 몇 공기도 끄떡없겠습니다.

 

 

 

그렇게 식사도 마무리.

아쉬운 속초의 마지막 저녁, 맥주 한 잔 달래기 위해 갯배마을 인근으로 유유자적 발걸음을 옮긴 필자입니다.

 

그나저나 강원도의 곰치, 도치알탕. 얼큰하고 시원한 녀석들임에도 조화가 참 깔끔해 참 부대낌도 적단 생각. 다음에도 도루묵과의 만남을 공치게 된다면 그땐 삼숙이려나? 그런 생각들을 하며 타이핑을 마치려 합니다.

청초호와 갯배마을 인근에 위치한 '선인식당'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원 속초시 금호동의 '선인식당'

- 영업시간은 확인이 불가했다. (웹상의 정보로도 제대로 검색이 되질 않으니, 사전 문의가 필요.)

- 주차는 금호 또는 조광주차장 이용을 권장하고 있는데, 할인권이 지급되는 모양. (이 동네 대부분의 식당이 해당 주차장을 권장 중이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조용한 동네의 백반집. 주력은 각종 탕과 조림이다.

- 주문한 도치알탕은 심히 좋았다. 역시나 세월 묵은 집이라 그런지 손맛이 있더라.

- 등장한 오징어젓갈도 속초스럽게, 즉 김치 속재료처럼 쿰쿰하고 시큼하게 담근 모양새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요소.

- 과거 늦저녁 '중앙집식당'의 곰치국이 오버랩되기도 했는데, 강원도에서 이런 분위기의 한 끼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도치알탕은 곰치국과 생긴 것도 맛도 흡사한 편이다. 생선은 흡사해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나, 보다 잡고 모양이 잡힌 덕에 거부감은 덜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 알탕이다 보니 알의 비중이 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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