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17) - 은평구 응암동의 ‘플롭 불광천’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특유의 분위기와 그림들로 인해 색감도 맛이 더해진,
맛의 일부인 느낌이었다.
확실히 이탈리아를 다녀오며 피자와의 만남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늦바람이 분 피쏘조차(피자와 소주) 생각이 나질 않더군요. 그런데 희한하게 이 집만은 좀 기억에 크게 남아 있습니다. 이태리의 가세에도 밀리지 않는 기백을 지닌 피자랄까요?
불광천길로 위치한 어느 피자집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아마 이 집 앞을 지나친 것만 해도 족히 스무 번도 더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매번 기다리는 손님들을 목격할 수 있었지요. 찾아보니 강북 주요 거점에 딱 3개의 지점을 갖춘 피자집이었습니다.
소개할 불광천 그리고 연남과 안국까지 총 세 곳. 상호를 보며 요새 방식의 작명이란 생각도 했네요. 어느어느지점이란 단어보다 그 지명만으로 분점의 상호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이 말이죠. '부암동스코프', '서촌스코프'와 같이 요즘의 감성이 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주제는 독특한 피클 소스와 곁들여 즐기는 피자입니다. 당시의 메모를 날려먹어 기억은 희미하지만 풍부하게 맛있다란 기억과 색감만은 선명했던 집. '플롭 불광천'을 이백열일곱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떠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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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을 따라 걸었을 은평구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목격했을 겁니다. 워낙 북적이니 말이죠. 매번 웨이팅이 있고 실내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었는데, 필자도 물음표만 그리다가 절친한 아우님과의 중한 약속으로 한 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웨이팅은 있었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이 애매한 점심시간에 찾아 그런지 한 10분 정도 뒤에 입장한 것 같습니다. 브레이크타임은 없는 듯한데 필자가 식사를 마칠 때쯤엔 왜인지 웨이팅은 받질 않더군요. 좁은 도로변에 위치해 그런지, 재료 준비 때문일진 몰라도 이런 부분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입장했습니다. 은평구에서의 웨이팅은 여전히 좀 낯섭니다. 마찬가지로 불광천에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색적인 분위기. 이 또한 낯섭니다. 중심가의 핫하다는 집을 그대로 떠온 듯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유라면 그 컨셉 때문인 것 같습니다. 브랜드아이덴티티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사장님이 일러스트레이터인가?’ 싶을 정도로 만화적인 요소들이 여기저길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만화에서나 볼법한 그림체와 설명으로 말이죠.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이 맞나 봅니다.
그렇게 베이컨 메쉬드포테이토와 투머치 페퍼로니의 조합으로 반반피자 스몰, 토마토 팬네 오븐파스타와 베이직프라이즈을(감자튀김) 주문했습니다. 마지막으론 함께 한 아우님과의 추억이 있는 레드락 생맥주도 빠질 수가 없었네요.
레드락 생맥주
맥주잔에서도 피자의 토핑이 튀어 오르네요. 활기 넘치는 불그스름한 레드락 생맥주 먼저 등장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에 참 많이도 마셨던 맥주이기도 한데요. 오로지 생으로만 즐길 수 있던 녀석이 요새 들어 급부상하는 느낌이라 이따금 보이면 참 반갑기도 합니다. 라거같이 쨍하면서도 진한 맛이 특징이죠.
당시의 우리에겐 지난 날의 추억을 회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 이 녀석이구나.’ 했습니다. 피클소스입니다. 섞어서 얹어 먹으란 녀석인데 별것 아녀 보여도 이 피자판에서 판을 뒤집고 엎는 지배력이 상당했다 기술하겠습니다.
하프앤하프 스몰 피자
(베이컨메쉬드포테이토&투머치페퍼로니의 반반)
상호와 일러스트처럼 잔뜩 떨어트리고 뿌려낸 듯한 피자도 등장입니다. 각자 한 조각씩을 집어 들어 맛을 보는데, 음. 서로가 맛있다 바로 첫 말이 나왔네요.
얼핏설핏 기억이 나는 게 꽤나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깊은 풍미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때문일지 똑같이 납작하게 편 피자지만 일반적인 피자 대비 두툼한 무언가를 먹고 있단 느낌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게다가 이곳의 특제 피클소스, 곁들이니 아주 기가 막힌 한 수더군요. 달콤 짭조름한 맛이 물리지 않게, 끈기 있게 피자를 즐기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 필자가 바삐 타이핑 손을 놀리는 지금은, 나폴리와 밀라노의 유명 피자를 맛보고 온 이후의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집 피자가 맛있었단 기억이 선명히 남는다는 게 맛있었다는 증빙이 아닐까 싶습니다.
토마토 팬네 오븐파스타
사이드인 이 녀석도 충분히 임팩트가 있었고 말이죠. 눈도장을 아주 제대로 찍은 집입니다. 연인과도 한 번 찾아야겠구나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잔의 생맥주와 감자튀김을 더해 근사한 점심을 마무리했습니다.
몇 개월 전이기에 당시 느낀 디테일한 맛까진 기억 못 해 아쉽지만 꼭 소개하고파 고이 사진을 모셔둔 피자집입니다. 조만간 찾지 않을까 싶네요. 늘 그렇듯 불광천을 따라 걷다 말이죠.
일러스트와 상호처럼 맛도 분위기도 통통 튀는 피자 가게, ‘플롭 불광천’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응암동의 ‘플롭 불광천’
- 영업시간 매일 12:00 ~ 22:00 (라스트오더 21:30)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 테이블식과 중앙 바테이블식의 구조 / 화장실은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 웨이팅 필수의 집. 브레이크타임은 없지만 웨이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하니 이는 유의하는 게 좋겠다.
- 미국식 피자의 느낌이 나는 곳. 곳곳의 일러스트 굿즈와 만화들이 더욱 그런 느낌을 부각해 준다.
- 특이하게 레터링 피자라는 토핑으로 글자를 새긴 피자도 선보이고 있다. 주문을 해보진 않았다.
- 풍부한 토핑과 재료의 조합. 피클소스가 그 맛을 한층 끌어올려 준다.
- 동반한 이와 추억이 가득한 레드락 생맥주가 있는 것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요소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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