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63) - 전남 목포시 옥암동의 ‘유달먹거리’
흡사 늦은 밤, 오랜 극단의 조명이 비추는 공연장에서
유달 생똥집과 쿵짝을 맞춘 듯한 기분.
생닭회. 아직은 미지의 영역인 그 세계에 발을 담가볼 기회가 있었던 것이 이번 목포 먹기행이었습니다. 향토 음식점 아닌, 실내 포장마차에서 서비스 중인 메뉴가 다름 아닌 생닭똥집회였으니 말이죠.
순닭회보단 예상이 되는 식감으로 진입 장벽은 조금 더 낮지 않을까? 게다가 언젠가는 만나게 될 닭회의 허들을 넘을 디딤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방문을 감행한 필자였습니다.
소개할 집은 똥집보다도 강렬한 생닭발도 만나볼 수 있는 곳인데요. 이 생똥집은 전국 어디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목포만의 이색 음식이자 안주였죠.
* 목포의 ‘유달먹거리’와 ‘88포장마차’만이 선보이는 굉장히 유니크한 음식.
목포의 몇 안 되는 거점 중 사전조사로 연인과 필자가 찾은 곳은 보다 잔잔하고 탄탄한 평들로 인해 호감이 갔던, 숙소 인근의 ‘유달먹거리’였습니다. 백예순세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 본 무대 입장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숙소 인근으로 잡은 2차의 장소였기에 어렵지 않게 도보로 도착했습니다.
유달산의 유달. 이날 일찍이 목포의 풍경을 한눈에 담기 위해 유달산을 찾았었는데, 그 마무리도 유달 생똥집이네요. 참으로 억지스러우나 여기서부터 쿵짝이 좋았습니다.
오호라, 그런데 들어가니 내부의 느낌도 무대의 조명 비추듯 쿵짝쿵짝이네요.
이렇게 꾸며진 지는 얼마 안 되어 보이긴 했습니다. 깔끔하면서도 급 세팅된 유랑 극단? 서커스장과 같은 무대와도 같았던 ‘유달먹거리’의 내부였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역시나. 지방이 늘 그러하듯, 거리에 뜨문뜨문했던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숨어들었는지 이 공간만은 박작박작 했는데요. 좋네요.
포장마차도 아주 가벼운 듯 Since 1987 입니다. 나름의 역사가 있어 보이는데 과거엔 ‘유달먹거리타운’이었나 봅니다.
그래, 필자와 함께 오늘 화려한 목포의 밤무대를 연출해 보자! 응수하기로 했습니다.
심벌즈 챙하는 소리와 함께 주문 개시. 하고 메뉴판을 보는데, 이런. 눈에 가는 메뉴들이 꽤나 보입니다.
값은 비등한 듯한데 역시나. 지방의 메뉴판은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다름이 있는 게 매력이죠. 포장마차라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익히 만난 딱돔(군평선이, 금풍생이)부터 처음 듣는 깡다리조림까지. 깡다리란 녀석은 이후 검색해 보니 황새기, 황석어였습니다. 여긴 또 이리 부르는구나. 거기에 벌교의 꼬막도 철 따라 만나볼 수가 있었는데요. 1차에서 상당한 내공을 쏟아 부운 필자였기에 다 소화할 수 없는 게 통탄일 뿐이었습니다.
침착한 뒤 본래의 목적을 이지 않고 생똥집과 김밥을 주문한 필자였습니다.
유달김밥
(한 입 사이즈로 좋은 꼬마와 일반 사이의 준중형 김밥)
먼저 김밥과 기본 찬이 나와주었는데요. 가장 먼저 쾌재를 부른 것은 김밥 러버인 연인이었습니다. 하기야 포장마차에서 이런 김밥은 참을 수가 없지요. 흔할 것 같으면서도 흔치 않은데, 제공하기가 은근히 고된 것이 바로 포장마차의 김밥입니다. (은평구 연신내의 ‘연서시장’을 찾는 것도 그런 유니크함 때문입니다.)
이게 사이즈는 꼬마라기엔 조금 큰 녀석인데, 음. 한 입 하니 옳거니! 굉장히 준수한 맛이었습니다.
녀석, 필시 여기저기 주력 안주들에 많이도 섞여서 나왔을 분주한 핵심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여기저기를 서포트해 주었을 소박한 대표 메뉴라니. 이렇다 안 봐도 탄탄합니다.
기본 제공 계란찜과 오뎅국
추가로 등장한 기본 제공들입니다. 이렇게 되니 지방 가성비의 아쉬움은 좀 덜어내진 듯한 느낌이네요. 계란찜이 괜찮았어서 그러했습니다.
생똥집
(생닭똥집회로 고르게 채 썰었다. 고소함이 풍기는 맛과 아작아작한 식감이 일품.)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이곳의 생똥집입니다.
닭회의 세계 일주문으로 진입. 이 뭐랄까, 시각적으로 고소함의 풍미가 느껴지는데 센스가 좋네요. 고소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뿌려지기도, 그리고 부서지기도까지 한 깨가 그런 모습을 더욱 자극시킨 것 같습니다.
전국의 모든 게 서울에서 시작돼 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음식만큼은 지방이 시작이자 끝이죠. 전국 유일무이, 목포만의 닭똥집회 되시겠습니다.
그 맛은 어땠을까요? 참기름장 콕 하고 한 입 하는데, 으흠. 확실히 식감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식감이네요. 개불과 흡사하기도 한데 그보단 좀 더 뽀드득 씹히는 감이 좋고, 무엇보다도 부드럽습니다.
게다가 신기하리만치 여느 닭똥집, 염통볶음보다도 잡내가 전혀 느껴지질 않았는데요. 살짝 얼린 감이 있지만서도 매우 신선한 녀석을 쓰는구나 단박에 느낄 수 있었지요. 전국적으로 흔치 않은 이유가 이것일 겁니다. 모르겠으나 이곳에서만 내올 수 있는 이유도 있을까요?
보통의 것들과 애매한 정도의 것으로는 손님상에 내밀 수 없는 녀석입니다. 아, 이런 세계였구나.
1라운드에선 생고기가 2라운드에선 생똥집이 강한 원투 쨉을 날려줬습니다. 전라도 여행 중 의외의 언더독이라면 단연 생닭똥집.
덕분에 유달의 정기를 받은 이 날 유달로 끝나는 라임의 마무리까지 깔끔했고, 진정 목포만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하겠습니다. 다음엔 생닭회일까요? 여전히 살짝 주춤하지만은 덕분에 멀리 보이는 그 벽은 살짝 낮아 보이네요.
목포에서 생똥집을 포함한 매력적인 먹거리를 만나 볼 수 있었던 곳, ‘유달먹거리’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남 목포시 옥암동의 ‘유달먹거리’
- 영업시간 17:00 ~ 02:00 (라스트오더 01:3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인근에 갓길 주차를 하는 듯한데 권장하진 않는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생똥집, 생닭발을 서비스 중인 곳으로 단순 포장마차라기엔 나름의 연식과 목포 먹거리란 자부심이 있는 실내 포장마차.
- 요샌 접하기 힘든 야외 포장마차에서의 인기를 구사하다 현재의 위치로 자리 잡은 듯했다.
- 존재감 있는 생똥집과 고작 김밥 하나 주문했을 뿐인데도 실로 탄탄함이 느껴졌다. 생똥집회의 맛은 예상과도 다르게 극호.
- 아작아작, 서걱서걱의 식감이 인상적이었는데 별미에 가까운 안주이자 음식.
- 생똥집용일지 김밥용일지 이곳 또한 전라도의 단골 게스트 초장이 등장.
- 계란찜도 기본 서비스로 제공된다.
- 그 외에 딱돔구이(금풍생이) 또한 서비스 중이었는데, 2차의 집으로 찾았으니 보다 많은 메뉴를 섭렵하지 못한 것이 통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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