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64) - 전남 목포시 상동의 ‘미락식당’
남도의 맛이자 목포 9미 중 하나가 바로 꽃게무침이라 하더군요. 양념게장과는 다른 것이 게 껍데기 없이 무친 순게살무침이라 하는데, 음. 꽃게범벅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목포에 도착하자마자 남도 먹기행의 첫 시작점으로 잡은 곳이 어느 꽃게살비빔밥집이었습니다.
매한가지인 녀석이니 꽃게무침을 먹어봤다 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껍데기 없는 게살무침은 또 처음이니깐 말이죠. 무엇보다도 점심 한 끼의 거리로도 제격이었습니다.
이곳과 함께 유명한 곳이 두어 곳은 더 되는 것 같은데, 보다 덜 찾는 듯한 곳으로 방문했습니다. 지역의 필수템이 아니라면 유명세 따라가지 않고 직감으로 가보자란 주의에서입니다. (물론, 말이 무색하게 이곳 역시나 꽤나 알려진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벗이 추천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목포 상동에 위치한 ‘미락식당’이 이번 백예순네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다룰 식당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약 4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목포, 그리고 처음 맞이하게 된 식당인 ‘미락식당’입니다.
요때까진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동네가 한가하다 못해 휑한 느낌이었으니까요. (이 땐 아직 목포의 바다도 보지 못한 타이밍이었습니다.)
용케 먹기행을 위한 첫 식당까지 찾아오긴 했으나 잘 온 거겠지? 라는 불안한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던 것도 같은데. 그렇게 입장.
평일 브레이크타임을 앞둔 시간이라 그럴 겁니다.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도 내부는 꽤나 한산했습니다. 이거 지방 여행의 첫 행선지에서 마음이 좀 허한데? 이럴 땐 바로.
메뉴판으로 힐링이죠.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풍경과 드문 인적으로 인해 붕 떠있던 마음이었지만, 메뉴들이 다가와 처질 듯한 필자의 영혼을 끌어올립니다. 그리곤 속삭이더군요.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여긴 남도의 어느 항구 도시야.’ 라고 말입니다.
그래, 꽃게비빔밥이라니. 조합은 쉬워도 은평구에선 절대 만날 수 없는 녀석이 아닌가? 서남해 일대에서 주를 이루는 간재미에 병어, 민어까지.
그렇게 메뉴판으로 힐링을 받고 지방 여행 첫 끼를 위한 마음가짐을 가다듬은 필자입니다. 바로 꽃게비빔밥 두 그릇을 호기롭게 주문합니다.
기본 찬으로 탐색전 시작입니다.
음, 가짓수가 그리 많은 건 아닌데, 익숙한 것과 생소한 것이 섞인 모양새입니다. 중한 것은 생소한 것이죠. 부추를 나무처럼 무쳐낸 찬이 좀 신박했고, 처음 맛보는 나물도 있었는데 이건 당최 모르겠더군요. 간은 좀 있었으나 맛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바다 인근의 도시가 그러하듯 무말랭이무침엔 밴댕이 같은 녀석이 들어가 있었는데. 그래서 느껴지는 서거리김치와도 같은 쿰쿰함. 역시 바닷가네요. 방심했습니다.
꽃게비빔밥 2인분
(껍데기는 가라. 순수 살과 양념만이 어우러진 범벅)
이내 반찬과 비슷한 타이밍으로 뚝딱 나온 꽃게살비빔.
2인을 기준으로 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미리 준비된 녀석이라 그런지 로딩 없이 딱 하고 등장했습니다. 그게 또 살만 발라진 게라니 참으로 놀랍고도 생소하네요.
이후 참기름과 김이 가미된 양푼에 밥과 꽃게무침을 취향껏 비벼 먹는 단순한 방식입니다. 껍데기가 발라져서인지 뭔가 번거로운 일련의 과장이 싹 사라진 느낌도 드는데, 전개가 빠른 감이 느껴졌습니다.
그나저나 미역국도 조금은 관심이 갔습니다. 국물에서 게향이 치고 올라와서요. 이는 대부도의 올갱이미역국과도 같이 처음 느끼는 경험의 풍미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어 적당한 자리에 무침 한 숟갈 올려주고 슥슥 비벼 한 입 와앙하고 물어봤습니다. 이런 한 숟갈의 녀석은 크게 와앙이지. 그리고 밥도둑 스타일이라 그런지, 식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끝나버렸습니다.
날 것을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확실히 호불호는 없을 맛이겠습니다. 참기름, 김, 양념장의 조화이니깐요. 다만 뭔가, 뭔가가 조금 아쉬운 기분이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게살이 좀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설명이 어려우나 가격 대비 쏜살같이 식사가 끝나버린 느낌도 들고 말이죠. 뭐 그만큼 잘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는데, 사라진 껍데기로 인해 양념의 지배력이 높아 게의 맛도 함께 휩쓸려 들어간 듯한 느낌이었죠.
이건 별개로 보이는 맛이 있긴 하지만 밥도 양푼에 포슬포슬 규격 없이 퍼 담겨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했네요. 이런 간이 강한 음식에 정량의 한 공기는 너무나 빠르게 순식이라 원치 않는 야박한 프레임이 씌워집니다.
뭐 그래도 무난한 식사이자 처음의 경험이었습니다.
운전 중 주류 없이 과하지 않은 점심으로만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향토 음식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요. 방문하신다면 점심을, 그리고 식당마다의 양념의 정도도 봐가며 취향 따라 방문해 보시길 추천하며 글도 마무리하겠습니다.
목포의 첫 끼니였던 꽃게비빔밥을 다루는 ‘미락식당’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남 목포시 상동의 ‘미락식당’
- 영업시간 11:00 ~ 21:00 (브레이크타임 15:30 ~ 17:00, 라스트오더 20:3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 가능 (식당 맞은 편으로 3~4대 주차 가능한 구역이 있었고, 폭이 크고 한적한 도로가에 위치해 주변 활용이 가능할 듯싶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한 그릇의 꽃게살비빔밥을 주력으로 하는 집으로 그 외 조림, 구이 등의 남도 생선요리도 만나볼 수 있는 곳.
-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 가능하다면 차량으로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 굉장히 전라도스러운 맛이라 표현하고 싶다. 반찬들이 간이 좀 있기도 했고, 꽃게비빔과도 같은 마찬가지로 특유의 진한 맛이 강했으니 말이다.
- 꽃게무침, 금세 한 공기 뚝딱할 수 있는 범벅이긴 했는데, 개인적인 임팩트는 좀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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