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60) - 전남 목포시 상동의 ‘우정식육식당’
선지와 생고기의 육체미 대회!
서로의 탄력과 부드러움을 뽐내며 경쟁했다.
그저 고기의 선도만 좋으면 됐지 했던 늘상 요리라 칭하기 어려운 음식이 육회, 육사시미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왜일까? 이 집에서 만난 생고기는 그런 생각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일반적인 육회, 육사시미와는 너무나도 큰 편차를 보여주더군요. 전북, 전남의 먹기행 중 종합적인 임팩트가 컸던 녀석이라면 바로 이 집의 생고기였습니다.
말이 생고기지 암소 앞다리 뭉티기라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차이라면 보다 육사시미에 가까운 두께로 부드러움과 쫄깃한 찰짐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인데요.
입에 착착 감기는 생고기와 함께 맑은 선지탕도 등장하니 오로지 재료의 신선함으로만 승부였습니다. 여행지에서 드디어 만났구나 하는 기분 또한 느끼게 해 준 집이기도 하구요. 목포시 상동 인근에서 만난 ‘우정식육식당’이 백예순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목포에 도착하고 둘째 날 찾은 ‘우정식육식당’의 모습입니다.
식육이라니, 육식과 별 차이는 없다만 처음엔 다소 어감이 세게 느껴졌던 필자였습니다. 허나 이후 오로지 생고기 한 점 한 점에 취한 필자를 보면 보다 어울리는 표현 같기도 하네요.
내부도 흥미롭네요. 뭐랄까 입구에 재료를 손질하는 공간이 있어 정육식당 같다가도, 그곳처럼 부위를 고르는 집은 아니었으니 말이죠.
그렇게 적당한 자리에 앉아 메뉴판 먼저 살피는데, 오.
무엇보다도 눈에 들어오는 건 단연 생고기였습니다. ‘식육’이란 단어와 마찬가지로 어감이 센 편. 육회도 육사시미도 귀여운 뭉티기도 아닌 그대로의 생고기라니.
이 지역이 이런 식인지, 고기의 싱싱함을 강조하기 위함인진 모르겠으나 응수! 생고기로 주문한 필자입니다.
이후 식탁 위로 찬들이 깔리기 시작했는데요.
기본 제공 맛보기 육회
음? 찬들 중 소량의 육회가 함께 나와 여쭈니 서비스 아닌 기본 제공이라고 하시네요. 쌩큐! 때깔도 훌륭한 게 한 점을 하니 회심의 미소가 절로 나왔고, 연인과도 눈빛이 통했습니다. 이 집 괜찮겠구나 하는 직감 말이죠.
역시나 사람은 예측불가의 순간 무너지기 마련이지.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 희로애락을 느끼곤 하니 음식 또한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싶네요. 그나마의 차이라면 음식은 희. 뻔하지 않은 건 결과가 대부분 좋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구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기본 제공 맑은 선지탕
(돈을 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훌륭한 맛)
갈비탕 베이스의 맑은 선지탕이 추가로 등장했습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훌륭합니다. 국물이 식어 선지가 퍼석해지기 전 한 입을 슥 하는데, 음. 입에서 와돌와돌 하고 무너져내리는 극강의 부드러움. 무엇보다도 뻘건 해장국과 달리 말간 국물에 꾸밈없이 내준 것부터가 재료가 좋다는 방증이지요.
생고기 400g
(특제 고추장 양념장과 곁들여 먹는 찰진 생고기)
이렇게 되니 생고기는 두 말하면 입 아프죠. 육안으로 봐도 그 찰기와 점도가 느껴지는 녀석이 등장했습니다.
뭉티기? 아니, 그보단 육사시미에 가깝고 조금은 도톰하게 저민 ‘우정식육식당’의 생고기. 꿀이 발효액을 배합한 것일지 진한 당도가 감도는 장에 콕 찍어 한 입하고, 또 한 입하니 진정 식육과 딱 맞아떨어지네요.
거기에 다시 맑은 선지탕으로 입가심을 해주는 극락 코스.
지방층이 적어 굽질 못하는 녀석임에도 육회의 세계에선 빛을 발합니다. 앞다리살의 암소는 부드러움과 힘이 공존하는구나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자극적이라 생각되는 키워드들임에도 이날은 식육식당에서 식육인임을 자처한 필자네요.
육회, 아니 생고기에서 참으로 오래간만에 만끽한 만족도였고 말이죠. 허 선생님이 이래서 지방의 고깃집은 꼭 들리시는가? 뻔하지 않은 격 높은 생고기를 맛보게 해 준 집, ‘우정식육식당’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남 목포시 상동의 ‘우정식육식당’
- 영업시간 매일 10:00 ~ 22:00
- 주차 가능 (식당 바로 옆, 또는 바로 맞은편 공영주차장 이용 가능. 공영주차장 지원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 테이블식 구조로 단체의 룸도 구비 중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으로 기억)
- 한우 암소를 중심으로 한 구이 및 생고기, 식사류를 제공 중인 집. 낙지 또한 만날 수 있다.
- 엄선된 고기를 입구에서 손질하는 모습도 마주할 수 있는데, 확실히 정육보단 식육에 가깝다.
- 앞다리살 생고기의 식감이 참 일품. 거기에 포장된 강한 조미 없는 맑은 선지탕 맛만 봐도 재료적인 우월도가 높다는 생각.
- 찬들도 정갈하다. 생고기 양념장, 김치 등에서 진한 달달한 맛이 도는 것이 발효액, 청, 꿀 등을 쓰는 것인가 싶다.
- 서비스와 주문도 속전속결. 종합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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