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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편/전남 목포시

(전남/목포시) 얇은 면과 되직한 소스 중깐의 원조, ‘중화루’

고독한 먹기행 (161) - 전남 목포시 상락동2가의 ‘중화루’


역시 진정한 별미는 역사에서 나온다.


이번 전라도 먹기행에서는 신기하게 짜장이란 소재를 두 번이나 만났습니다.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짜장면이 있었기에 이거야 원. 지나칠 수가 없었는데요. 하나가 전주의 물짜장이요. 둘째가 지금의 글에서 소개할 목포의 중깐이었습니다.

중깐, 이름만 들어도 강렬한 그 표현에 호기심이 증폭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 덕분에(?) 중식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연인은 잡채밥을 두 번이나 시켜야 했지만 말입니다.

 

‘중화루’의 중깐(중화간짜장)

 

코스 요리의 마지막인 후식 짜장면이 기원이 되어 현재의 메뉴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중깐. 면을 얄쌍하게 뽑아 되직하게 다져진 짜장 소스와 비벼 먹는 부담 없는 짜장면입니다.

그 강렬한 두 단어의 원조가 되는 집, ‘중화루’가 이번 백예순한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 되시겠습니다.

 

*중깐: ‘중화루’의 구 상호인 ‘중화식당 간짜장’ 이 중화간짜장이 되고 중깐이 되었다고 한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후식 짜장으로 지금은 목포의 상징이 된 짜장면.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날씨 좋은 주말, 바로 옆에 위치한 ‘코롬방제과점’을 먼저 찾은 뒤에 기다렸다가 오픈에 맞춰 방문한 필자였습니다.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평범한 중국집의 모습인 ‘중화루’였는데요. 간판의 Since가 평범한 외관 속에 쌓인 내공을 말해주지요.

 

목포, 땅끝의 항구도시라 그런진 몰라도 참으로 연식이 오랜 집들이 많은 동네였습니다.

 

 

 

 

아뿔싸, 벌써 오픈한 것인가? 자리가 차있길래 들어와 어영부영 있다가 창가 쪽 2인석에 착석한 필자입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기다릴 뻔했네요.)

오픈 대비 조금 이른 개시였는데요. 무작정 들어온 손님들이 착석해 버린 탓에 줄줄이 입장 러시가 이루어진 모양이었습니다. 포기하는 모습으로 영업을 개시해 버린 주인장이었습니다. 뭔가 측은해 보이긴 했으나, 시스템이 어느 정도는 마련되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네요.

 

 

 

 

여하튼 간 그렇게 일괄적으로 주문을 받기 시작하였으니, 식탁 속에 비치된 메뉴판 먼저. 다른 중식당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차별화되는 건 단 두 글자, 바로 ‘중깐’이라는 녀석의 존재감 때문입니다. 직접 보고도 신기했습니다. 중깐이라니.

 

가만 생각해 보면 짜장에 이리도 구분이 있었던가? 싶었네요. 유독 전라도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중식의 묘미이기도 하죠. 그 숨은 키워드로 인해 메뉴판 하나도 쉽게 넘길 수가 없습니다.

중깐과 잡채밥을 한 그릇씩 주문한 필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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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나. 내부를 살피다 보니 역사 자체를 전시해 둔 그 옛날의 메뉴판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중깐은 없지만 그래도 원조의 집답네요. 보꾼밥이라니, 부르는 그대로를 적은 것인지 그 표기가 참으로 재미납니다.

다른 건 다 알겠는데 소마면은 무엇인가? 하고 찾아보니 백짬뽕이라 합니다. 그래서 짬뽕이 없었습니다.

 

 

 

 

유명 인사들과의 모습과 기사의 흔적도 조금 살펴봤습니다. 음, 이 기사 또한 언젠가는 역사의 흔적이 될는지 모르니 말입니다. 이젠 기록과 보관이 당연한 시대라지만, 중깐을 이어온 왕 사장님의 저 순간의 저 모습은 유일하니 말입니다.

 

 

 

 

중깐

(중화간짜장, 전주와 군산에 물짜장이 있다면 목포엔 중깐이 있다.)

 

 

 

잡채밥

 

유사 메뉴들의 주문이 많았던 덕인지 생각보단 빠르게 등장한 중깐과 잡채밥입니다.

오호라, 역시나 그 소문답게 한눈에 봐도 얇게 뽑아낸 면. 때문에 일반 짜장치고는 가벼운 기운이 모락모락입니다.

잡채밥은 강하지 않은 스타일의 양념으로 등장해 주었구요.

 

 

 

먼저 짜장 양념부터 부어 보는데, 음. 잘게 다져진 재료가 들어간 것 일반 짜장과의 차이지만, 짜장의 소스 또한 되직한 스타일이네요. 엇비슷해 보여도 면밀히 보면 차이가 꽤나 확연합니다. 때문일지 유니짜장과 비슷하다 싶다가도 그보단 날 것의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재료의 식감이 보다 자잘자잘 강하게 살아있었으니 말이죠.

 

 

 

슥슥 비벼서 바로 한 입을 해봤습니다.

면도 얇다 보니 더욱이 아작아작 씹는 식감이 사는 유니짜장의 맛. 마치 속 재료들이 재잘재잘 떠드는 것도 같았는데, 면은 후루룩 군말 없이 부드럽게 들어가더군요. 왜 후식 짜장이었나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묽은 짜장과는 다르게 자글자글 느껴지는 질감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맛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이 뭔가 맛은 특출나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닌데, 굳이 뽑아보자면 춘장의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때문에 내내 일반 간짜장 아닌 생짜장, 춘장짜장의 키워드가 아른아른했나 봅니다.

 

 

 

연인의 잡채밥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론 달큰한 맛이 너무도 강했거든요. 그리 큰 임팩트는 느끼지 못한 무난한 맛이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일반 중국집보다야 그윽하달지 풍미는 더욱 뛰어났습니다.)

 

 

 

그래도 포장마차의 가락국수에 되직하고 강한 짜장 비벼 먹는 느낌의 이 녀석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발견이었네요.

 

이후 전주에서 만나게 된 물짜장과의 대결은 아쉽게도 물짜장의 승리였으나, 결이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그래도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녀석이 아닌가? 목포 중깐의 시작이란 점, 그리고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전주의 물짜장과 목포의 중깐은 칭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지역 별미가 나오는 전라도의 중식 또한 목이 닳도록 칭찬하고 싶고 말이죠.

 

이젠 말할 수 있겠네요.

전북과 전남의 명물 짜장은 다 후루룩 들이켜봤다고 말이죠.

 

 

 

개인적인 욕심입니다만 이런 상징과도 같은 집, 그냥 오래오래 명맥을 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한 짜장 아닌 독특한 짜장 이야기.

이곳에 온다면 으레 들러야 할 집이자 목포 중깐의 원조, ‘중화루’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남 목포시 상락동2가의 ‘중화루’

- 영업시간 11:00 ~ 19:00 (브레이크타임 15:00 ~ 16:30, 라스트오더 18:3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보는 게 맞겠다. (필자는 목포근대역사관 2관주차장에 주차했다. 무료.)

- 테이블식 구조 (큰 룸도 1개 구비 중) / 화장실은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 주말 토요일 기준, 오픈런이 다소 존재해 보였다.

- 오픈과 동시에 입장한 필자였는데, 맞춰 대기 중인 손님들로 인해 순식간에 내부는 만석. 외부엔 웨이팅이 생겼다. 다만 음식의 회전율은 좋아 이는 금방 빠지는 편인 듯.

- 웨이팅 시스템은 없고 만석이 되면 그냥 외부에 줄을 선 뒤에 순차적으로 입장한 방식.

시스템이 부재해 손님들이 수시로 들어와 묻는데, 외부에 대기 명부라도 만들어 놓으면 번잡스러움은 좀 사라질 듯하니 이 부분은 아쉽다.

- 1947년에 시작해 현재 ‘중깐’이란 키워드의 짜장면을 만들어 낸 원조의 집이다.

- 중깐, 맛은 유니짜장과 흡사하지만 확실히 차별점은 있다. 소스가 조금 더 되고 면은 얇게 뽑아낸 짜장.

- 비유가 이상하지만 나름의 표현이라면 생짜장(?), 춘장짜장을 먹는 느낌도 난다.

- 면이 얇은 덕에 부담 없이 술술 들어가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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