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61) - 강북구 미아동의 ‘소문난순곡주’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여전히 안녕한가 하고 찾아가니 여전히 후하게 맞이해 줬다.
블로그 집필 초반에 소개했던 소재 삼기 좋은 집입니다.
허나 당시엔 고독한 먹기행을 집필하던 시기가 아니었기에, 남아 있는 소량의 사진으로 글을 집필했기에 아쉬움이 남아있던 집이기도 했는데요. 모처럼 날을 잡고 정반대의 이 동네를 찾게 되어 다시금 소개를 위해 취재해 봤습니다.

당시도 동일하게 기술한 바가 있으나 또 한 번 강조해도 모자란 이곳의 메리트. 바로 다양한 희귀 막걸리와 함께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전통주점이란 점입니다.
하나. 흔히들 아는 탁한 막걸리 외에도 맑은 막걸리, 동동주 등 유사 주류를 통틀어 아우르는 레알 순곡주를 만날 수 있는 곳이자,
둘. 특이하게도 어두컴컴한 분위기에서 해산물 수조까지 만날 수가 있는 희귀함이 2가지 장착된 곳이라 하겠습니다.
연인이 한창의 시기에 자주 찾던 그곳을 2년 만에 다시 또 찾게 되었는데, 여전히 안녕할는지 이번 고독한 먹기행을 통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백예순한 번째 이야기입니다.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2년 만에 찾은 ‘소문난순곡주’. 차를 동반하기가 어렵기에 북한산 정반대편의 이 동네를 오는 길은 항상 고됩니다.
그나저나 그때도 미아역에서부터 걸어오며 노을이 지는 풍경을 맞이했었는데, 여전하네요. 근방은 큼직한 빌딩들이 없는 동네기에, 가는 길로 매번 탁 트인 노을이 ‘익은 술을 만날 때야’ 하고 반겨줍니다.

그렇게 계단으로 내려오면 나오는 지하에 위치한 주점입니다. 기분 탓일지 모르겠으나 2년 전보단 좀 더 밝아진 듯한 느낌이네요. 그리고 여전한 수조도 보였는데요.
그렇습니다. 이곳의 포인트. 스타일은 민속 주점인데, 전 지지는 치열한 사운드보단 졸졸 수조 흐르는 소리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바로 앉아서 주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역시. 들어보지도 못한 녀석들이 즐비한 이곳. 이 정도면 실로 간판에 순곡주를 내 걸만하겠습니다.

더해 안주류도 보시죠. 가성비가 상당하지 않나요? 꽤 오래전보단 조금 오른 것 같지만서도, 요새 물가 대비해 여전히 저렴하게 느껴진다 생각했습니다.
‘그래, 여기선 이렇지.‘ 접하지 못한 막걸리를 도전하고픈 열정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곳입니다.
필자는 치악산 막걸리 탁함 스타일로, 연인은 예전부터 이곳에서 즐겼다는 화순맑은동동주로 각자의 노선을 택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안주는 산낙지와 도토리묵, 부침개 세트로 갔습니다.

먼저 등장한 탁함, 맑음 스타일의 막걸리가 등장했습니다.
한눈에 봐도 이건, 뭔가 시중에 널리 보급되지 않을 것 같은 강렬한 폰트와 색감의 디자인입니다. 치악산은 PPT 기반인지 올곧은 감이 엄청나네요. 이렇게 대중적인 막걸리와는 디자인부터 다른 노선을 타는 지역 막걸리. 맛은 모르겠지만 부딪히고 싶어 집니다.
이어 맛을 보는데, 음. ‘치악산, 너 색이 아주 탁하구나.’ 그런데 그 속에서 알밤과 같은 달콤함의 끝맛이 찾아오는 듯한 맛이었습니다. 이 지점부터 술잔과 함께 빠르게 전개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홍합탕 (세트의 구성)
먼저 맵싹함이 가미된 홍합탕입니다. 과거 방문 시에는 단품에 서비스로 녀석을 내주셨던 것 같은데, (참으로 오래간만에 단골들의 방문인지라) 그래서인지 튼실한 새우도 이번엔 없나 봅니다. 2년 전의 그림과는 사뭇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치열한 전투 직전 신호탄으로는 여전합니다.

생물 산오징어 데침 (모처럼 단골에겐 특별한 선물이 있다.)
이번엔 다른 황송한 보상이 있었습니다. 생물 산오징어 데침입니다. 산낙지를 만나기도 전에 녀석에 먼저 치였습니다. 오징어 데침에 초장은 참을 수가 없지요.
참 희한하게도 횟집에서 소주에 아주 가끔 녀석을 접할 때보다 이곳에서 막걸리에 만날 때 더욱 매력이 산다는 생각입니다.


도토리묵무침 (여기서부턴 다시 세트의 구성)
도토리묵무침과 산오징어 데침의 투샷입니다. 도토리묵 간은 정말 좋았습니다. 쑥갓의 향과 김의 조화도, 꽤나 충돌할 것 같으면서도 호기로운 조화를 이루어 냅니다.

김치전
이건 예상 밖. 기대와는 좀 달랐습니다. 노랗게 지진 부침개가 나오길 바랐는데, 김치전은 개인적인 선호도로는 좀 아쉽습니다. 그때그때 전도 조금씩 다른가 봅니다.

산낙지 (상큼한 오이, 고추와는 찰떡궁합)
그리고 세트의 마지막, 산낙지입니다. 전반적으로 해산물들은 이러합니다. 채소와 함께 조합이 되어 나오는데, 색감까지 더해주는 이 궁합이 참으로 좋습니다.
산낙지와 오이는 참기름에 찍어 털어 넣고, 고추는 초장 살짝 해서 털어 넣으면 아주 절묘해 좋더군요.
속성으로 소개해 드린 ‘소문난순곡주’의 가성비 세트 안주 구성되겠습니다.
과거에도 소개한 이력이 있기에 녀석들은 가벼이 하늘천따지 읊는 것으로 마치고.


두부김치 (전골식으로 볶음김치의 고소한 맛은 덜하다. 허나 끓이는 방식은 이색적)
이날 만난 독특하고도 새로운 녀석은 끓이는 스타일의 두부김치였습니다.
뭔가 처음엔 생소해 놀랍기도 하다가 아, 이것도 순곡주스럽구나 싶었던 두부김치입니다. 김치가 고소하게 볶아지진 않아 아쉽지만서도, 뜨끈한 두부가 오래가니 이 또한 나름 매력이 있네요.


송명섭 막걸리, 그리고 사장님의 두 번째 선물 치악산 찹쌀 동동주
(아스파탐이 첨가되지 않아 요거트의 향이 물씬이었던 송명섭 생막걸리)
그리고 다시 시작된 막걸리 릴레이였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약해진 필자이기에 여기서부터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지난 2년 전, 대대포블루에 이어 그 독특한 명인의 막걸리가 눈에 띄어 주문해 봤는데요. 마찬가지로 상당히 강렬한 폰트죠. 원색의 조합이 이젠 호방하게까지 보입니다. 단맛은 제로인 막걸리로 함부로 접근해선 안 되겠습니다. 그나마 집중해서 음미하니 단맛이 살포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건네주신 달콤한 찹쌀 동동주를 마지막으로, 필자의 HP는 6할 이상 깎여 주황색이 되었습니다.

칡즙, 사장님의 마지막 선물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태자면 이날은 연인에게 듣기만 했던 시원한 칡즙도 만나볼 수가 있었습니다. 탁주로 텁텁해진 입을 가셔 내기엔 아주 제격이더군요. 깔끔한 단맛도 쌩큐!
그렇게, 이날 하루는 이곳에서 적시고 적셨습니다.
그저 이상의 과한 설명은 이곳의 품격을 낮출 수 있겠단 생각입니다. 맛보다도 분위기가 중한 것이 주점의 매력이기에, 평소보다 깊고 과하지 않게 소개해 봤습니다.
그런 향과 소리와 서비스가 은은하게 맴도는 이곳. 미아역 인근의 ‘소문난순곡주’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북구 미아동의 ‘소문난순곡주’
- 영업시간 매일 17:00 ~ 익일 새벽 01:00
-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대중교통 이용 시 미아역 6번 출구에서 도보 5분가량 소요
- 테이블식 구조로 지하에 위치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건물 화장실로 남녀 구분이긴 하나 상당히 취약할 수 있다.)
- 이 지역 외에도 타 지역 단골손님들의 방문이 잦은, 빠지기 쉬운 해산물 민속주점
- 아마 사장님만의 노련한 서비스가 오랜 단골들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 상당한 가성비집으로 저렴한데 맛도 무시할 수 없다. 유사 민속주점들 중에선 그래도 수준급
- 맑은 막걸리, 동동주, 그 외에도 사장님 픽으로 추정되는 희귀한 막걸리들을 여럿 맛볼 수 있는 곳.
- 산오징어, 산낙지의 수조도 인상적인데, 해산물에 막걸리는 참 기가 막힌 콤비다.
- 방문 연령대는 높은 편으로 유의해야 할 점은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곳이란 점. 꼴딱꼴딱 넘어가는 탁주를 두고 방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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