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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종로구/관훈동) 야심한 밤 한옥집에서 홍어와의 맞선,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의 홍어삼합과 감자전

고독한 먹기행 (55) - 종로구 관훈동의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 


 

부끄러울 수 있겠으나 필자가 유일하게 즐기지 못하던 음식이 바로 홍어입니다. 흔히 매스컴을 통해 소위 미식가로 불리는 유명인들이 항상 극찬을 하는 음식이 홍어인데, 때문일지 넘어야 할 관문같기도 하고. 음식 블로거라지만 아직은 멀은 것은가? 싶더군요.

평양냉면, 고수와 향신료 짙은 태국, 인도 세계 요리는 요샛말로 최애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한데, 유독 넘기 힘든 관문 홍어.

 

그래도 이날은 일말의 가능성이 보였던 날이었습니다. '인사동 문화의거리' 인근의 관훈동 골목의 어느 조용한 한옥의 집에서 말이죠. 아무래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집들이 많아 음식점으로는 자주 찾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단골로 찾는 어르신들이 많은 곳이 인사동이니. 제가 그 역사를 너무 얕잡아 봤나 봅니다. 

 

이 집도 그런 집들 중 하나라 할만합니다. 오십하고도 다섯 번째 먹기행, 주인공은 홍탁을 주력으로 다루는 홍어삼합집.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 입니다. 살펴보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먼저 가볍게 이곳의 내부입니다. 탁주가 담길 사이즈별 주전자, 그리고 하회탈과 각시탈. 누가 봐도 나 지금 인사동이오. 할만한 내부입니다. 한옥 내부를 부분 개조한 식당이다 보니, 가정집의 느낌도 꽤나 들더군요.

만남의 장소로는 참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인생 친구 녀석과 만나는 자리였는데요. 녀석의 추천으로 찾은 집으로, 경복궁의 현장일을 도맡았던 당시 동료들과 자주 찾았던 집이라 하더군요. 좋았습니다. 홍탁을 즐기진 못하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의 집을 원했었거든요. 

 

 

내들어가는 길은 좁지만 곳곳에 사진과 같이 룸들이 포진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필자도 자리를 안내받아 앉았는데요. 정말 한옥의 집을 찾을 때마다 느끼지만, 냉방 중임에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구요. 천정의 서까래들도 한 번 바라봐주고 그랬습니다. 조용한 밤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욱 온기가 느껴집디다.

 

늦은 밤 조용한 인사동 골목의 한옥집, 이리도 낭만적이었나? 싶었습니다.

 

 

메뉴판도 한 번 살펴보시죠. 야심한 밤의 회동은 메뉴판을 본 순간부터 시작됐습니다. 삼합 소짜와 감자전으로 주문했는데요. 비록 아직 홍탁은 초짜라지만 이 날은 왠지 모를 자신감이 들더군요. 분위기에 등이 떠밀린 것도 같구요.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시작의 구성부터가 정말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호방한 기운의 사장님이 내어주신 건 두부와 갓김치. 뽀얀 두부와 정갈한 갓김치의 모양새가 바라만 봐도 흐뭇합니다.

 

 

그리곤 뚝딱하고 한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제대로 묵은 듯한 김치부터 한 점한 필자인데요. 이야, 제대로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예요. 단순히 푹 있었다기 보단 정말 맛있게 묵은 묵은지더군요. 돼지고기 수육 한 점까지 하는데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살짝 이상한 기분이 스쳤으니.

모르겠습니다. 김치가 정말 맛있는 탓인지, 홀린 듯 홍어와의 만남을 추진하고 싶은 감정이 무럭무럭 샘솟더라구요. 처음이었어요.

 

 

색이 탁한 감이 강하게 느껴져 머뭇한 것도 사실이었는데, (물론 홍어삼합을 좋아하는 벗과 동행한 연인의 말로는 평범한 수준이라더군요.) 김치와 수육만을 집어먹기엔 아쉬워 과감히 도전해 봤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아까의 그 느낌,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더군요. 거부 반응이 약해졌다 해야 할지, 이 집이 맛집이라 그런 건지 특유의 매력적인 맛을 느꼈습니다. (홍어삼합을 좋아하는 연인의 말로는 맛집이라 합니다.) 그러한 내공이 어느 정도 필자에게 통한 것일까요? 양념 소금만 쳐서 즐기기엔 아직 무리였지만, 홍어삼합에게 '다음에도' 라는 여지를 처음으로 갖게 된 필자입니다.

인생의 첫 인도 커리도, 고수도, 태국의 똠얌 또한 그러했었는데 말이죠.

 

 

조금 늦게 나온 감자전. 직접 가는 공정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부드러운 것이 녀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심야의 인사동에서 회동은 마무리.

 

 

분위기에 취하는 그런 매력적인 하루였습니다. 뭔가 홍어와 은밀한 맞선(?)을 펼친 것도 같네요.

 

골목은 인적이 드물어 조용한데, 유독 진한 조명으로 유혹중인 홍탁집.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종로구 관훈동의 '홍어가막걸리를만났을때'

- 영업시간 15:00 ~ 24: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 (한옥집의 구조로 룸들로 구성된 고즈넉한 내부가 매력적.)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홍어 요리들과 각종 전들을 주력하는 전형적인 홍탁집.

- 삼합의 경우 국산 흑산도 홍어로, 제대로 된 묵은지, 갓김치와 함께 삼합 한상을 즐길 수 있다.

- 사장님의 기운이 친절하면서도 호방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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