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02) - 마포구 상암동의 ‘만복국수’
함께 했던 이들은 지금은 없지만 추억은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내부의 묵은 흔적들이 마치 그렇게 보였다.
상암동에 오랜 추억이 있는 집을 정말 오래간만에 찾아가 봤습니다. 물론 이 집 또한 그때와 같진 않습니다.
당시의 회사는 지금 이곳에 있지 않으며, 힘든 시기를 함께 했던 전우들의 목소리 또한 지금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 추억만 고스란히 남은 집을 그때의 감정으로 퇴근 시간에 맞춰 찾게 되었는데요.
작년 한강불꽃축제 때 ‘만복국수 합정점’을 찾긴 했었으나 필자만의 진짜배기 만복국수는 바로 이곳입니다.
상암월드컵파크 상가 2층의 작은 공간에 위치해 조금 존재감이 독특한 이곳. 2층 창가에 앉아 오가는 차들과 꺼지지 않는 누리꿈스퀘어를 감상하곤 했었네요. 퇴근 후, 은밀한 한잔으론 참 제격인 곳이기도 했습니다.
‘만복국수 상암점’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를 이백두 번째(두온둘) 고독한 먹기행으로 떠올려 보겠습니다.
※ 상세한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이 시각의 이 그림, 참으로 오래간만이고 반가웠다.‘
상가 건물에서도 뒤편에 위치해 있다 보니, 어찌 보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마주한 ‘만복국수’의 전경입니다. 작게 위치해 아기자기한 그림이라 표현하고 싶네요. 숱한 업무적인 수다를 떨고는 흠뻑 취해 이 다음은 어디로 할지에 대해 요 앞에서 많이도 얘길 나눴었습니다.
당시엔 이른 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었기에 이른 초저녁쯤에 도착했는데요. 술 없이 국수 한 그릇씩 하는 손님 한 테이블이 있었고, 연예인들의 사인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반겨주고 있었네요.
우려와 다르게 한산했기에 좋아하는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고, 그럼 늘 이렇게 밖을 보곤 했습니다. 이 좁은 공간에서 보이는 상암동의 모습을 참 좋아했었지요.
길다면 길게 제 집처럼 머물렀던 그 건물을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감상에서 빠져나와 메뉴판으로 시선을 옮겨보겠습니다. 탁주에 알맞은 구성이 많은 편이긴 한데, 포차도 조금 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술도 섞여 있는 것을 보면, 음.’
당시엔 별 생각도 없었는데 먹기행을 집필하고 나서부터 이런 게 더욱 잘 보입니다. 나무톤의 인테리어도 그렇고 근대화의 시기인가? 하고 말이죠. 그러고 보니 둔탁한 테이블도 그렇고 미닫이 문도 그렇고 맞나 봅니다. 프랜차이즈 사이트를 들러 일치함을 확인하고는 무릎을 탁 하고 쳤습니다.
당시 자주 시켰던 홍어삼합과 이 집의 시그니처 멸치국수를 한 그릇 주문했습니다.
멸치국수
이 집의 국수는 꽤나 훌륭한 편입니다. 체인치고는 좀 알맹이가 있달까요? 아무래도 잣대 높은 직장인들이 가득한 상암동이기에 이곳이 더 빼어날 수도 있겠으나 한 젓가락하니 당시의 맛이 납니다.
‘그래, 저 다대기장이며 옛날 멸치국수 한 그릇.‘ 시작을 알리는 훌륭함 애피타이저입니다.
홍어삼합
이어 바로 삼합으로 가보겠습니다. 국수와 마찬가지로 꽤나 알차지 않나요? 쿰쿰함이 세지 않은 홍어라 입문으로도 좋은 정도인데요. 그 예전엔 맛을 모르던 시기라 이 순한 녀석도 입에 대질 못했었습니다. 지금은 다르기에 저 적당히 쿰쿰한 녀석으로 맘 속의 그리움을 가벼이 삭혀보겠습니다.
음, 역시나 좋네요. 누군가에겐 평범한 수준의 술집 홍어 정도겠으나, 필자는 조금 다릅니다. 한 점 한 점 할 때마다 홍어에 대해 떠들던 개발자 형님의 목소리도 떠오르고, 면면의 얼굴과 목소리가 스쳐 지나갑니다.
추억이 있는 집은 이래서 참 무섭네요.
최면에 빠진 듯 판단이 어렵고 기억이 분위기와 맛을 끌어올려주니깐 말이죠.
몇 년 전보단 많이 한산해진 듯한 금요일 퇴근 시간의 상암동.
손님들도 그리 많지 않은 덕에 그렇게 내내 추억에 빠져 탁주에 잠겼습니다. 옳은 선택이었다 연발하며 말입니다.
그리고 2차의 자리에서 뜻하지 않게 무언가 빠진 듯한, 허전했던 하나가 자리를 완성시켰으니. 그 시절 막바지의 막내가 불쑥 자리를 밝혀주었네요.
젊었던 필자의 열정과 패기를 이따금 지치지 않게 달래주었던 추억의 집, ‘만복국수 상암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마포구 상암동의 ‘만복국수 상암점’
- 영업시간 11:00 ~ 22:30 (토요일은 21시까지)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해 보이는데 정확진 않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구분이나 상가 화장실로 조금 취약하다.)
- 막걸리에 적합한 안주류로 구성된 술집 체인으로 국수는 식사만으로도 즐길 수 있다.
- 모든 만복국수가 그런진 몰라도, 이곳 ‘만복국수’의 맛이 보다 좋단 생각이다.
- 2015년부터 찾았던 집이니 햇수로 9년, 꽤 됐다.
- 어둡고 비좁은 편의 내부. 허나 2층에서 보이는 밤 풍경이 주는 매력이 있기도 하다.
- 홍어삼합은 그리 쿰쿰하고 세진 않은 편. 양이 넉넉친 않아도 구성이 좋다. 멸치국수 또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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