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32) - 태국 방콕 아이콘시암의 ‘쑥시암’ 실내 야시장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여행의 필수 코스로 시장 분위기에서 이것저것 맛볼 수 있는 순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피렌체에선 중앙시장의 푸드코트가 그런 감성을 꽤나 해소시켜 주었는데요. 방콕에선 의외로 시장 아닌 어느 쇼핑몰의 지하에서였습니다.
대형 쇼핑몰 지하 1층에 그런 공간이 구성되어 있을 줄이야. 방문 장소인 ‘아이콘시암’에 대해서는 그리 자세히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는데, 놀랍게도 쇼핑몰 지하에서 시장이 통째로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녀석들부터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이싼소시지
굴전
망고 스티키 라이스(망고 찰밥)
방문하며 느낀 장점들을 먼저 소개하자면,
하나. 태국의 대표 음식이 집대성된 푸드코트로 웬만한 음식들은 모두 한 번에 접할 수 있다는 점.
둘. 쇼핑몰 내 입점으로 인해 다른 길거리 음식 대비 보다 위생적으론 안정적이라는 점.
서이. 실내이니 시원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가능하단 점.
대표적으론 위의 세 가지를 들 수가 있겠습니다.
다만, 단 하나의 단점도 들 수가 있는데요. 음식의 퀄리티는 딱 푸드코트스러운 정도에 머문다는 점입니다.
아이콘시암 지하 1층에 위치한 시장 컨셉의 푸드코트 ‘쑥시암’의 음식 탐방기를 이백서른두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둘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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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잡고 이동해 도착했습니다. 짜오프라야강 정반대 편 입출구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땐 건너편의 근사한 풍경도 알지 못했습니다. 애플 스토어를 가볍게 살피고 몇몇 층을 오가며, ‘음. 그저 변화한 쇼핑몰이구만.’ 하고 만만히 생각했던 것도 같습니다.
여행을 오기 전 들리는 말로만 자주 접한 키워드 ‘쑥시암’. 그 지하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인데, 이때까지도 인지를 못했었네요.
그리고 맞닥들인 것이지요. ‘으헉!’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자 보이는 광경에 물음표가 떡 하니 채워졌습니다.
‘이것이었구나. 옳거니, 그래.‘ 그제야 기억이 났습니다. ‘무슨 실내를 저리 시장 같이도 한껏 꾸며 놓았는가?’ 했던 곳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이곳을 찾기 전, 사전에 찜해두었던 음식점이 있었는데요. 이 정도 분위기라면, 그리고 규모라면 여기서 해결할 맛이 났습니다. 아니, 표현을 바꿔 이곳을 그냥 지나쳤다가는 필자의 발에게 섭섭할 것 같은 정도의 분위기였다고 해두겠습니다.
예정된 식당은 다른 일정으로 미루었고 즉석 점심의 자리로 판을 깔았습니다.
실내에서 야시장의 분위기라 참으로 묘합니다. 푸드 페어에 온 기분도 들고, 그 옛날 행사를 이끌던 향수도 떠오르네요.
이런 인공 물가도 조성을 해놨기에 아기자기한 맛도 있었는데요. 역시 먹기행의 참미는 시장입니다. 그런데 시장 아닌 백화점 안이라니.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사전 탐색을 마친 뒤, 빈자리를 하나 잡고 골라둔 가게 공략을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한창의 시간엔 자리 잡기가 상당히 힘든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평일임에도 관광 인파가 상당했기에 자리 눈치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쑥씨얌’입니다.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이미 방송으로 접한 적이 있는 이싼소시지. 싸이끄럭 이싼, 세이콕 이싼, 쎄이꺽 이싼 등으로 불리는 똘망똘망 농축 발효 소시지입니다.
고추와 즐기는 소시지로 이전부터 궁금했었기에 바로 찾아갔습니다.
8개, 즉 8알에 100바트입니다. 생긴 건 야시장이지만 쇼핑몰 내 입점한 탓인지 값은 좀 나가는 편이네요.
내같이 곁들여 즐기는 쥐똥고추(프릭키누)와 양배추까지 획득 완료.
이게 웃긴 것이 테이블에 가져다 두고, 찜해뒀던 다른 점포를 찾으러 가기가 상당히 어렵고 힘듭니다. 그 정도로 복잡하고 규모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다음 타깃은 굴전입니다. 겨우 찾았네요. 따로 목표한 집은 있었으나 이후 계획이 틀어질까도 싶어 만난 김에 여기서 만나보기로 한 녀석입니다. (다행이었습니다. 정말 이후 목표한 집은 이른 영업 종료로 만나보지 못했으니까요.)
마무리는 마찬가지로 앞의 녀석들만큼이나 궁금했던 망고 스티키 라이스였습니다.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이 녀석은 조합성 음식이기에 굳이 맛집을 찾아두진 않았었습니다. 그나마 위생 상태가 좋을 이곳에서 맛을 보기로 했습니다.
밥 모양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동글동글 만 녀석이 더욱 비싼 건진 모르겠습니다. 가장 기본값인 120바트 짜리를 주문하니 노랗고 하얀 찰밥짜리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나 홀로 지정한 태국 길거리 3인방과의 도킹 완료입니다.
전날 저녁부터 급속도로 친해진 맥주인데, 창(Chang 맥주)까지 두 캔을 사오니 진정한 연결고리의 완성이네요.
이싼 지방의 소시지를 먼저 들었습니다. 왜 똘망 농축 소시지라 기술했냐 하면 맛이 정말 그대로거든요. 찐득하고 특유의 진한 향이 맴도는 소시지입니다. 후에 찾아보니 밥과 마늘을 넣어 발효시킨 맛이라 하네요. 독특한 풍미, 왜 그런지 절로 이해가 갔습니다.
생소한 듯 익숙한 듯 그 진한 맛에 프릭키누라는 쥐똥고추 하나 깨작 물어 씹으니. ‘어허!’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이건 태국에만 있는 맛이다. 그리고 저 고추도 신의 한 수다.’ 짧지만 아주 강렬하게 매운 녀석. 매우 소장하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녀석은 이후 ‘짜뚜짝 주말 시장’에서도 한 번 더 구매했습니다.
다음은 굴전인데요. 음, 이건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생각했던 부드러운 굴전이라기보단 쌀가루 때문인지 눅눅한 누룽지 튀김스러운 맛이 강합니다. 계란물로 인해 부드러움을 연상했는데 눈에 보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전개이자 결괏값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이후 방문하려는 유명 굴전집 또한 들리지 못했으니 태국에선 비교 우위를 가릴 수 없어 그냥 모르겠는 걸로 하겠습니다.
마지막은 망고 찰밥입니다. 과일과 밥, 그리고 연유의 조합이라 하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던 녀석. 아마 필자보다의 윗세대들은 ‘과일에 밥이라니 어머 웬일이야!’ 하고 해괴망측하다 했을 겁니다.
‘스티키 라이스, 그래도 그 착착 감기는 영문명에 설렐 수밖에.‘ 한 입 해보았는데요. 으음, 왜 인기가 있는지 납득이 충분히 가는 맛입니다. 완전 나의 취향이야까진 아니어도 끄덕여지는, 그런 맛입니다. 단짠이었으니까요.
찹쌀밥의 간이 망고와 연유의 달달함에 밀리지 않을 정도이니, 이 참 조화가 오묘하면서도 팽팽합니다. 개인적으론 연유를 넣지 않는 편이 더 나은 것도 같습니다.
그렇게 태국 길거리 3인방과의 적절한 점심이자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탐색전을 즐겼습니다.
확실히 푸드코트스러운 맛의 정도이지만 다채롭게 즐기기엔 참으로 좋네요. 대표적인 야시장만 들려 기회가 많진 않았는데, 시장 같지 않은 공간에서 제일 시장스럽게 음식을 즐긴 것도 같아, 이곳 ‘쑥시암’이 은근이 기억에 많이 남기도 합니다.
필자와 같이 이런 순간이 필요해주의인 여행자라면 방콕 여행 중 꼭 한 번은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이지만은 바로 반대편 출구로 나와 배를 타고 건너 딸랏너이 골목부터 차이나타운까지 걷는 그 시간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적당히 배를 채워 넣고 또 음식을 넣으러 가는 길이었지만 말이죠.
태국 방콕 아이콘시암의 ‘쑥시암(쑥씨얌)’ 실내 야시장
- 영업시간 10:00 ~ 22:00
- ‘아이콘시암’ 지하에 위치한 실내 야시장
- 쇼핑몰 지하다 보니 쾌적함이 생명이다. 길거리 음식은 취향이 아닌 이들도 찾기 좋겠다.
- 태국의 대표 음식들을 한 공간에서 두루두루 골라 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
- 다만 자릿값 탓인지 시장 컨셉치곤 가격이 좀 있는 편인 것 같다. 한창의 시간엔 자리를 잡기도 꽤나 힘들다.
- 맛은 딱 푸드코트스러운 정도. 개별 매장에 비해 깊이는 살짝 떨어지긴 한다.
- 찜해뒀던 이 집 저 집을 찾는 것이 곤욕. 그만큼 복잡하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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