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24) - 태국 방콕 짜뚜짝 주말시장의 ‘아케 아로이’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방콕에서 제일 시장다웠던 시장, 청량리 시장에 버금가는 최대 규모의 시장은 이름도 귀여운 짜뚜짝 시장이었습니다. 아유타야 투어 중 진정 태국스런 시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만득 가이드의 추천으로 찾게 되었는데요. (사실 ‘조드페어’ 방문 전까진 평이 그럭저럭이었기에 코스로 생각하진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원하던 시장의 분위기였습니다. 살 것, 볼거리도 많았지만 시장 초입엔 온갖 노점과 시장 밀집 음식점들이 위치해 있었는데. 앞서 기술했던 ‘조드페어’보다도 현지의 시장 분위기로는 강력 추천입니다.
주말을 겸해 찾게 된다면 하루도 채 부족할 것만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기억에 남는 짜뚜짝이란 단어처럼 강렬했던 음식은 바로 오징어알 튀김이었습니다. 울릉도에서만 유명하다는, 그곳에서만 접할 수 있다는 오징어 내장탕은 물론이거니와 알은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반사적으로 연인과 필자는 이 노점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콕의 짜뚜짝 주말시장에서 만난 노점 ‘아케 아로이(Ake Aroi)’를 이백스물네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 ’아케 아로이’란 상호는 구글 맵스로도 검색되지 않아 추정이다. 번역기를 돌리니 순간 ‘존 맛있다.’ 번역이 되기도 했다. (위치는 본문 하단의 지도를 참고) Ake Aroi가 맞는 건지 Aek Aroi가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GLN 결제 내역에 찍힌 정보는 Aek 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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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해외에 가면 영문과 국문 번역이 없는 로컬의 집을 찾으시라 하는데, 이런데선 또 이런 게 통합니다. 간판은 번역기를 돌린 사진이 아닌데요. 한국어로 적혀 있었는데요. 만약 ‘튀긴 오징어’란 익숙한 우리말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어라도 ‘소세지, 치킨‘이었다면 또 그냥 지쳤을 터인데, 하필 튀김 오징어알이네요. ‘이건 서양 사람뿐만 아니라 동양 사람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단 말이지.’
주력은 오징어알과 메추리알 후라이(quail eggs)입니다. 메추리알은 한눈에 봐도 우리가 아는 그 메추리알보단 커 보였는데요.
워낙 오징어알 튀김을 만드는 모습에 온 관심과 시선이 쏠려 구매욕을 자극하진 못했습니다.
1차로는 삶습니다. 길거리 음식 또는 내장류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에겐 다소 취약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비단 오징어알뿐만 아니라 방콕 내의 모든 길거리 음식이 그러하긴 했습니다.
해외니깐, 이런 나라니깐 하고 박쥐같이 유연한 태세 전환이 가능한 이들에게만 허용되는 음식. 필자는 다행히 그게 됩니다. 이 나라 국경 안에선 엄격한 기준을 허물 수밖에 없었네요. 여행을 즐기기 위해선 말이죠.
우리나라처럼 파스스 튀긴다란 느낌은 좀 적었는데, 2차로는 다른 동일 모양의 대형 웍에서 복고 튀긴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색감을 뽐내기 시작하는 오징어알입니다.
그 명칭이 약간 동태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추측해 봤습니다. 동태 이리(내장)나 곤이(알)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섞어 부르는 것처럼 이 녀석도 순수 알이라기보단 그런 내장의 일부가 섞인 것이 아닐까 하는. 튀김 표면의 짜글짜글 몽골몽골 맺힌 것들이 알인 걸까 궁금하기도 했으나 이는 모르겠습니다.
오징어알 튀김
자, 그렇게 획득했습니다. 100바트로 당시 환율 기준 한화 약 4천 3백 원.
솔직히 시장치고는 그리 저렴하단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관광객이 지배적인 관광지다 보니 이는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의 태국이었기 때문에 그리 신경 쓰진 않았습니다.
‘오호라, 가까이서 보니 튀김의 향이 물씬 나긴 하는구나.’ 노릿한 알튀김과 야채 위로 자주 보고 맛본 조합의 새콤달콤 소스가 듬뿍 얹어졌습니다. 생긴 것에 그리 맵진 않고 달콤한 맛의 비중도 꽤나 비등비등 하네요.
한쪽에 자리를 잡고 추가 구매한 시원한 맥주와 함께 시식의 시간입니다. 채 썬 양배추와 함께 슥슥 비벼주고는.
입으로 직행해 봤습니다. 으음, 확실히 오징어 내장, 알이라는 구성 떄문인지 노점 음식치곤 맛이 깊습니다. 이 코리코리한 맛. 식감은 동태탕의 이리보다는 더욱 부드러운 몽글몽글의 느낌입니다. 약간 풍선 오징어를 먹는 듯한 기분도 든달까요? 오징어인데 속 빈 오징어란 뜻에서입니다. 그 속은 말캉하면서도 겉은 까끌까끌한 것이 찝찌름한 오징어의 풍미는 가득 품고 있었으니.
군시절의 관등성명처럼 바로 튀어나옵니다. ‘이거 맥주 안주로는 아주 기가 막히겠구만!’
정말입니다. 지금도 이 짓궂은 듯한 길거리의 녀석이 생각이 나 저녁에 반건조 오징어를 굽고 추억하고 있으니까요. 아마 방콕의 길거리에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음식이 아닐까 싶네요.
여담으로 상호는 Ake Aroi 인지 Aek Aroi 인지, 그리고 무슨(?) 맛있다의 뜻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설마, 일본어의 튀김 아게에서 기원한 Ake는 아니겠지?’ Aek 이 맞고 간판이 오타인 것도 같네요. GLN 결제내역엔 Aek 이라 찍혀있었으니 말이죠.
그러고 보니, 간판과 설명이 흡사 번역기를 돌린 이미지와도 같았던 곳. 정말 그걸 그대로 넣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이런저런 재미가 있었던 짜뚜짝 주말시장에서의 이야기였습니다.
태국 방콕 짜뚜짝 주말시장의 ‘아케 아로이(Ake Aroi)’
- 영업시간 알 수 없었다.
- 구글 맵스로는 조회되지 않는 시장의 음식 노점
- 짜뚜짝 주말시장이 열리는 금토일이 영업시간인 것으로 참고.
- GLN 해외결제 이용 가능 (스깬)
- 시장치곤, 금액이 저렴하진 않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어쩔 수 없는 관광객들이 가득한 동네기에 높여 파는 것도 같다.
- 기분을 내는 구매였고 마지막 날이라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 오징어알 튀김은 기대 이상. 꼬리꼬리 짭조름한 부드러운 오징어 내장에 새콤달콤 태국의 양념을 얹어 먹는 맛.
- 맥주 안주로는 그만이다. 지금도 생각난다.
- 주인장은 아주 로봇처럼 호객과 동시에 오징어를 볶고 튀기고 하고 있었는데 친절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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