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31) - 대전 유성구 신성동의 ‘천리집’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천리의 반인 오백리를 건너와 만난 순댓국집.
멀리서 들른 손님 넉넉하게 반겨주는 인심과 정성이 느껴졌다.
아, 다음 날 또 오백리를 건너 돌아갔으니 천리길을 넉넉하게 채워준 것인가?
칼국수, 두부두루치기만큼이나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바로 순대국밥입니다. 대전에서만 나고 자라 지내는 현지인들은 등잔 밑이 어두운 것인지, 너무 익숙해 이 점을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요. 타지에 살면서 여럿 순대국밥을 접해봤지만 확실히 대전만 한 곳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확실히 순댓국만큼은 노잼이 아닙니다.
먼저 소개했던 ‘천복순대국밥’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하는 대전의 순댓국이 되겠네요. 매번 가는 곳만 가다 보니 새롭게 방문한 이곳은 대표적으로 유명한 오문창, 설천, 천복 등의 아성을 바짝 추격 중인 집입니다. 아무래도 대전 외곽에 위치한 점이 꽤나 핸디캡일 순 있겠네요. 그럼에도 나름 이곳만의 무기도 갖추고 있습니다. 간이 기본 서비스 찬으로 등장하는 ‘천리집’을 이백서른한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대전의 순대국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집들 외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치락골 순대’도 그렇고 대전의 순대국밥집은 2군 주자들도 탄탄한 것이 특징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잉글랜드 스쿼드와 흡사하다 하겠다. 그리고 대전의 순대국밥은 늘 병천식 순대에 파다대기(파무침)가 함께 한다.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도착하자마자 그 모습에 놀란 ‘천리집’이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지붕이 인상적이었는데, 다락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튼간에 굉장히 독특한 외관이었습니다. 2층 지붕만 보자면 을씨년스럽기도 하네요.
내부는 따땃합니다. 통나무집 같은 인테리어로 상당히 고즈넉한 내부. ‘천복순대국밥’에 비하면 햇수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의자에 끌려 세월을 맞은 마룻바닥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네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도 그렇고 말이죠.
메뉴판부터 보겠습니다. 크게 다르지 않은 순댓국집의 메뉴인데, 이곳은 곱창볶음, 머릿고기수육 등의 안주류도 다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겠네요.
메뉴판에 드러나지 않지만 이곳은 순대도 직접 만든다고 합니다. ‘음? 그러고 보니 필자가 즐겨 찾는 곳은 직접 만드는 것일까?‘ 갑자기 좀 더 찾아봐야 하나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반찬은 셀프인데요. 여기에 주목할만한 키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처음 봤습니다. 삶은 간 리필이라는 동일 선상에 김치와 함께 놓여있는 것은 말입니다. 굉장히 투박한데 매력적인 모습이었네요. 무슨 연유에서, 논리에서 떠오른 건지 모르겠으나 대인배의 간. 대인배는 천리집이란 생각이 튀어나옵니다.
담아 온 간과 곁들임들. 아, ‘조점례남문피순대’에만 순대 초장이 있는 것이 아니었네요. 이곳에서도 전라도식과 같이 초장을 함께 접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모든 면이 각지의 경계와 맞닿아 섞여 들어오는 대전.
매콤 새우젓파이긴 하지만, 텁텁한 간을 찍어먹기엔 나쁘지 않습니다. 리필 간에 어울리는 초장이네요.
머릿고기 수육
당시엔 입들이 많아 이 머릿고기도 하나를 주문해 주었구요. 순댓국을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머릿고기는 굉장히 보들보들, 야들야들하네요. 껍데기도 부드러운데 잘 달여진 스타일의 머릿고기 느낌. 이것이 참 탁주와는 기가 막힌 조합을 발휘하는데, 집마다 맛과 내오는 스타일이 달라 접하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기도 하지요.
이곳은 진득한 맛의 부드러운 머릿고기로 차갑고, 빡빡한 식감은 덜한 뜨끈한 머릿고기입니다.
순대국밥
이어 ‘천리집’의 순대국밥 등장입니다. 다대기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맛을 보는데, 음. 굉장히 깔끔한 스타일입니다. 배가 부른 상태로 방문한 점이 판단을 다소 흐리게는 하지만, 보이는 모습은 너무 탁하지도 너무 맑지도 않은 국물의 중간 경계. 굉장히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어서 의외였습니다.
대전 순대국밥의 필수 아이템, 준비를 합니다. 다대기를 푸는 걸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대전 순대국밥에서만큼은 넣어드시길 꼭 권장하고 싶네요.
싸악 첨가하니 안정적인 색감을 드러내는 순대국밥. 좋네요. 천복보다는 조금 맑은 스타일의 순댓국. 순대의 내장들에서도 마찬가지의 신선함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기본 제공되는 간에서도 그러했으니, 역시나 순대를 만드는 집답네요.
장소가 대전에서 조금 외곽에 위치한 것만 제외하면 정말 괜찮은 집입니다. 무엇보다도 6시 30분에 오픈이니 한 겨울 이른 시간부터 속을 든든히 채우기에도 좋고 말이죠. 넉넉하게 열린 영업시간만큼이나 넉넉한 순댓국의 고기들의 양까지. 간도 그렇고 정성과 인심이 느껴지는 집입니다.
조금 더 일찍 들렀을 걸 하는 아쉬움도 떠올랐던 집이네요. 다음은 공복 상태에서 벗과 단둘이 방문을 기약해 봐야겠습니다. ‘천리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전 유성구 신성동의 ‘천리집’
- 영업시간 매일 06:30 ~ 21:00 (명절 당일만 휴무 예정)
- 전용 주차장을 지원하진 않는다. 갓길 주차가 많다.
- 테이블식 2층의 구조 (2층을 올라가 보진 않았는데, 2층에도 좌석이 있나 보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셀프서비스로 배추김치, 깍두기와 함께 간도 기본 찬으로 제공되며 리필도 가능하다.
- 다대기는 역시나 파다대기로 순대도 당연히 병천식 스타일의 순대. 직접 만든다고 한다.
- 굉장히 깔끔한 스타일의 순대국밥으로 기억한다.
함께 읽으면 좋을 ‘고독한 먹기행’의 또 다른 순대국밥 관련 글
(대전/유성구) 파다대기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천복순대국밥'의 깔끔한 순댓국
고독한 먹기행 (63) - 대전 유성구 궁동의 '천복순대국밥' 아이러니하게도 대전의 유명 순대국밥은 거의 파다대기인데, 이 맛은 노잼이 아님을 자부한다.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이면 바로 튀어나
lonelyeating.tistory.com
(경기/포천시) 이곳은 순댓국에 간튀김이 기본, '한방제일순대국'의 순댓국과 간튀김
고독한 먹기행 (118) - 경기 포천시 일동면 화대리의 '한방제일순대국' 식당을 나설 때 함께였던 그 시절의 전우와 상관들은 어찌들 지내시는지. 순댓국에 아련한 추억 또한 함께 삼켰다. 나라를
lonelyeating.tistory.com
(강남구/대치동) 잡내 없이 깔끔하고 진한 국물, '농민백암순대 본점'의 순댓국과 수육 정식
고독한 먹기행 (27) - 강남구 대치동의 '농민백암순대 본점'된장부터 새우젓까지, 국밥 한상 곳곳에서 대충이 느껴지지 않는 곳. 미각이 자신 있게 증명해 줄 정도.좁은 골목에 본관과 별관이 서
lonelyeating.tistory.com
(영등포구/대림동) 평범한데 맛있는 서울 3대 순대국밥집, '삼거리먼지막순대국'
고독한 먹기행 (122) - 영등포구 대림동의 '삼거리먼지막순대국'60년 전통의 순댓국은 참으로 평범했는데,누구보다도 익숙하게 맛있었다.순댓국 퍼즐을 또 한 조각 습득하기 위해 이번엔 서울 3대
lonelyeating.tistory.com
'지방 편 > 대전광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전/대덕구) 푹푹 퍼먹기 좋은 순대국밥 ‘오문창순대국밥’ (2) | 2025.02.16 |
---|---|
(대전/중구) 구도심에서 낭만 가득 호주미트피자 ‘홀리데이세븐펍’ (0) | 2025.01.18 |
(대전/중구) 칼국수의 도시에서 유명집 방문기 ‘미소본가스마일칼국수’ (3) | 2024.12.21 |
(대전/중구) 선화동의 매운 직화 뼈닭발, ‘한가네닭발 본점’ (5) | 2024.12.20 |
(대전/동구) 맵싹한 피순대, 중앙시장 순대골목의 ‘3번집’ (6) | 2024.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