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18) - 경기 포천시 일동면 화대리의 '한방제일순대국'
식당을 나설 때 함께였던 그 시절의 전우와 상관들은 어찌들 지내시는지.
순댓국에 아련한 추억 또한 함께 삼켰다.
나라를 지키던 시절. 그 시절의 맛집이라 하면 딱 한 곳 떠오르는 집이 있습니다. 한방순댓국에 솥밥이라는 독특한 조합에 보기 힘든 간튀김까지 더해져 나오는 곳이었는데요. 때문인지 첫 만남이 꽤나 강렬했지요. 전역한 이후에도 간간이 떠오르기도 했고 말이죠.
그런 좋은 기억 때문인지도 구전으로 설파한 적도 꽤 됩니다. '군시절 간부와 종종 방문했던 순댓국집이 있는데, 거긴 특이하게 간튀김이 서비스로 나와.' 하구요. 그렇게 15년 만에 추억으로만 간직했던 집을 찾아가 보게 되었습니다.
언제인가 무심코 지도 앱을 통해 검색하니 아주 여전히. 좋은 평을 달고 장사를 유지 중에 있었거든요. 오로지 그 추억의 진한 한방순댓국과 간튀김을 만나러 무작정 주말 점심에 출발. 장소는 2년이란 시간을 보낸 포천입니다.
백열여덟 번째 먹기행. 막걸리로 유명한 포천 일동면에 위치한 '한방제일순대국'을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차가 있으면 이게 좋죠. 음식과 돌발 회동이 가능하단 점. 냅다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30여 분만에 도착했습니다.
그나저나 그냥 순댓국을 먹기 위해 포천까지 갔다면 좀 오바스러울 순 있지만, 필자에겐 그 이상의 의미와 추억이 있어 그런지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군 생활을 했던 곳이라 그럴까요? '자네 아직도 이곳에 계셨구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오랜 전우를 만난 듯한 기분도 들더군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때만 못한 집들이 많은 편인데, 찾는 사람들도 여전한 듯했구요. 역시 이 집만의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과연 느껴지는 맛도 그때와 같을는지.
10년을 훌쩍 넘어 찾은 곳이다 보니 그땐 이랬었나? 아, 이건 이랬었지 하는 기분으로 입장한 뒤 메뉴판을 살핀 필자입니다.
한방순댓국과 일반만 있었던 것 같은데, 얼큰도 원래 있었나? 이 부분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더군요.
연인과 함께 찾았기에 가장 대표 격인 한방과 얼큰을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아, 이건 확실히 기억합니다. 김치가 맛있었다는 점 말이죠. 이곳은 새콤한 깍두기와 갓 담근의 스타일인 배추김치가 함께 나옵니다. 더불어 부추무침이 나왔는데요. 저 녀석을 함께 순댓국에 첨가했던 기억도 날랑말랑 하네요.
그리고 이 친구는 아주 좀, 많이 반가웠습니다. 녀석 참 오래간만이다! 어찌 보면 순댓국보다도 이 추억의 간튀김이 간절했나 봅니다. 순댓국만 시켜도 기본으로 등장하는 '한방제일순대국'의 묵직한 간튀김. 역시 여전히 그때 그 모습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독자님들 보시기엔 어떤가요? 정말 근사하지 않나요? 이 큼직한 간튀김이 단돈 아닌 기본으로 등장하니 말이죠. 양도 상당해 소주, 맥주 안주로도 제격입니다.
반가움에 순댓국이 나오기도 전에 한 입 베어 물어봤습니다. 음, 솔직히 원체 배고팠을 그 시절보단 감동은 조금 약하네요. 그래도 참으로 훌륭합니다. 먹기행을 집필 중인 현재의 관찰력으로 살피니, 튀김옷엔 잘게 썬 고추가 첨가되어 있었습니다. 느끼함을 방어하기 위함인 듯한데, 이 또한 마음에 든 포인트였습니다.
참 묵직하고 든든한 것은 여전하네요. 아마 이 간튀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을 자부합니다.
자, 이어서 이곳의 순댓국 2종 등장. 뭔가 나옴새가 이전과는 살짝 다른 듯한데(뚝배기가 조금 더 컸던 것 같기도), 이는 정확지 않아 패스하겠습니다.
돌솥까지 나와주니 이젠 순댓국과 얼쑤하며 춤을 출 시간.
순댓국의 솥밥. 흔치 않다 생각하는데, 은근히 이 조합이 괜찮습니다. 돌솥이다 보니 왠지 국물에 그대로 말기보단 곁들이는 스타일로 먹게 되지만 말이죠.
순대는 병천식 순대 스타일인데 그곳만큼 소가 푸지진 않아요. 허나 직접 만든 순대라 그런지 이 녀석은 이 녀석대로 맛있네요.
필자의 선택인 얼큰은 국물의 맛을 보니 음? 흡사 들깨맛이 풍부한 강남의 유명 순댓국 '농민백암순대'와 상당히 흡사하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시 이거 이거. 등용되지 못한 지방의 인재입니다.
연인에게 권했던 한방순댓국도 스윽 맛을 봤습니다. 그런데 음? 이 녀석은 뭔가 필자의 기억보다 한방의 향이 진하네요. 당시엔 얼큰 아닌 이 녀석으로만 맛있게 즐겼었는데, 이리도 향이 진했단 말인가? 모르겠습니다. 가릴 것이 없던 시기라 그런지, 필자 특유의 방식으로 고추기름과 다대기를 듬뿍 넣고 즐겼어서인지 말이죠. 그래도 순댓국에 녹아든 한방의 조화는 그 독특함에 칭찬하고 싶습니다.
기억에 첫 만남 당시엔 생소했으나 이후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던 녀석이기도 하거든요. 때문에 이리 시간이 지났음에도 추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서울에선 보기 힘든 순댓국과 간튀김 한 상. 물가는 그때와 다르지만 여전한 인근 부대의 군인들부터 어르신들까지. 그 분위기와 넉넉함은 여전했습니다.
제대로 그 시절로 회기한 것 같은 기분도 느껴서 좋았네요.
무엇보다도 그때의 그 간판 그대로 변함없이 그곳에 있어줘서 고맙기도 한 마음입니다.
포천 군 생활 중 자주 찾았던 추억의 순댓국집. '한방제일순대국'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경기 포천시 일동면 화대리의 '한방제일순대국'
- 영업시간 09:00 ~ 21:00 / 매주 목요일 정기휴무
- 전용 주차 공간에 넉넉하게 주차 가능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돌솥밥을 곁들인 순댓국을 주력으로 하는 집. 물론 일반 공기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 한방 재료가 들어간 순댓국이 있다는 점이 독특한데, 기본 찬으로 쏠쏠한 간튀김까지 함께 나온다.
- 외진 동네 플러스, 점심이 지난 시간임에도 순식간에 만석이 되었다. (역시나 인근의 장교, 부사관들이 자주 찾고 있더라.)
- 한방순댓국의 맛은 그때보다 강해진 느낌이 들었는데, 이는 기억이 정확지 않아 모르겠다.
- 순대는 직접 만든 순대. 병천식과 비슷하단 느낌이다.
- 얼큰순댓국 맛을 기준으로 서울 강남구의 '농민백암순대'와 꽤나 흡사했다.
- 아마 서울에 있었으면 훨씬 인기를 끌었을 집. 지방의 숨은 인재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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