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77) - 이탈리아 피렌체 ‘피렌체 중앙시장’
국내 여행 시 항시 체크하는 코스가 그 지역의 대표 시장 방문입니다.
허나 유독 시장과의 연은 닿지 못했던 이태리와 스위스였는데요. 급 단비같이 등장한 소재가 바로 피렌체의 중앙시장이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발품을 팔아야 했으니, 야외에 늘어선 비슷한 가죽 점포들만 보고 실망해 발길을 돌리려 했다가 큼직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각종 가게들을 시작해 2층엔 푸드코트의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진풍경과 경험을 놓칠 뻔했네요.
아, 그나저나 시장 구조물의 스케일도 역시 이탈리아인지 작은 실내 놀이공원에 온 기분도 급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라면 흡사 필자가 즐겨 찾는 은평구 연서시장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유럽의 시장도 좋네요. 정말 좋습니다.
피렌체의 마지막 날, 떠나는 길로 찾게 되어 부쩍이나 아쉬웠던 피렌체 중앙시장 탐방기를 이번 백일흔일곱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둘러보겠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먼저 여기부터.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이곳입니다. 상호는 모르겠습니다. 이때까진 2층 푸드코트의 존재를 몰랐던 상태로, 그저 귀국 후 선물을 고르기 위해 1층을 돌다가 발견한 곳입니다. 상호 확인은 어려우니 상단의 번호 85번 집으로 명명하겠습니다.
주목적은 선물용 트러플 오일이었는데요. 음, 그런데 보이는 익숙한 글자들. 잘 찾은 듯한 기분이 드네요. 수많은 한국인들의 정성 어린 포스트잇이 한가득 붙어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주인분인 할머니가 굉장히 따스한 느낌입니다. 과하지 않은 나긋나긋한 설명에 필자도 귀를 쫑긋하며 듣게 되었습니다. 주문을 외는 것과 같은 마법과도 같은 편안한 설명이었다 하겠습니다.
여기서 꽤 많은 트러플 오일과 소금을 구매한 필자와 연인이었습니다.
사진은 선물로 증정해 주신 리조토용 쌀. (역시나 송로버섯의 향이 첨가된 쌀이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집을 방문했다며 이곳을 떠나고 다음 날 때쯤, 다시 근방을 찾게 되었는데요.
2층도 올라가 보니 이야, 이거 장관이네요. 전혀 다른 풍경이 우릴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시장 낙원. 아, 너무 늦게 발견해 버렸습니다. 하필 피렌체를 떠나는 점심에 찾게 될 줄이야.
천장의 철골 구조물을 잠시간 넋을 잃고 바라봤는데, 꽃 모양으로 채도가 낮은 빨간, 초록의 구조물. 시장의 모습 그 자체가 피렌체더군요.
당연히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마지막 점심은 이곳에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먼저 찾은 곳이 ‘라 비레레리아(La Birreria)’라는 맥주 펍입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고 씩씩한 남자 직원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친절하니 열심히 설명해 주었거든요. 아페론, 레몬 스피리치를 한 잔씩 주문했고, 어느 테이블에 있든 간에 본인이 찾을 수 있으니 안심하고 기다리랍니다.
그리고 ‘일 지라로스토(Il Girarrosto)’라는 구이 및 반찬 가게 비스무리한 곳을 방문.
여러 가지의 닭구이, 조림, 반찬 등이 깔려 있고 고르면 되는 방식이었는데요. 닭구이와 오늘의 밥이라 칭하는 듯한 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확실히 유럽이라도 시장 안이라 그런지 가성비가 있는 편이구나 생각했는데, 둘이 즐기기에 괜찮은 양이었음에도 15유로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곳만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테이블을 하나 잡고 착석했습니다.
레몬, 아페론 스피리츠
(각각 4, 5유로 했던 것으로 기억, 이태리에서 친해진 친구)
이쯤 되니 친숙하다 못해 너무도 익숙한 음료들입니다. 특이하게 잔에 표식이 있는데, 이곳에서 점포별로 수거하기 위한 표식인가 봅니다.
닭 넓적다리 구이(샐러드)와 오늘의 밥
(이렇게 약 15유로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
그리고 주문한 음식입니다. 음, 대단한 맛은 아닌데요. 이곳 사람이 아님에도 시장에서 먹는 맛이구나, 이런 느낌은 듭니다. 무난하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다만 특이한 점이라면 닭이 유독 한국의 것과 다르게 질깁니다. 우리나라에선 부드럽게 먹히는 부위임에도 말이죠. 닭의 차이인지 팍팍한 것이 생긴 거에 비해 좀 말 안 듣는 녀석이었던 것으로.
그래도 훌륭했던 시장 탐방기. 유럽에서는 유일했습니다. 피렌체에도 연서시장과 같은 곳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고, 시장통은 어딜 가나 그 분위기가 똑같구나. 그런 생각을 했네요. 늦게 만나 아쉬웠긴 했다마는 늦게라도 만난 것이 어디냐?
유럽만의 아름다운 구조물을 느낄 수도 있는 ‘피렌체 중앙시장’이었습니다.
가신다면 여긴 꼭 들러보시라 추천을 하며 글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피렌체 중앙시장’
- 영업시간 매일 09:00 ~ 24:00
- 실내에 위치한 시장으로 각종 식료품 상점들과 푸드코트를 만나볼 수 있다. (야외의 가죽시장만 보고 발길을 돌리지 않도록 주의.)
- 화장실도 실내의 화장실은 물로 이용할 수 있다. (남녀 구분, 다만 줄은 긴 편이다.)
- 내부 인테리어나 구조가 작은 실내 놀이공원을 연상케 할 만큼 규모가 있었는데, 그 규모를 떠나 건축물만 보자면 역시 국내와는 다른 스케일이 있다.
- 음식과 주류를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데 시장 내부의 그 특유의 분위기는 한국과도 흡사하다.
- 1층엔 각종 식료품 가게가 있어 적당한 크기의 선물용 기념품을 구매하기도 좋은 곳. (트러플 오일, 소금 등)
- 2층엔 푸드코드가 큼직하게 위치.
- 각각의 음식점에서 주문을 하면 직접 받으러 가거나 자리로 가져다주는 방식. (이후엔 식기를 매장이 아닌 반납구에 반납하면 된다.)
- 맛은 평범한 편. 그러나 한 끼 때우기에는 괜찮은 저렴함이었다. 역시 시장도 어딜 가나 똑같구나.
함께 읽으면 좋을 ‘고독한 먹기행’의 또 다른 피렌체 관련 글
'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탈리아/아말피) 유럽에도 오징어튀김이? 칼라마리 간접 체험기, ‘페스케리아 시카‘ (1) | 2024.11.25 |
---|---|
(이탈리아/피렌체)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 같은 젤라또, ‘젤라테리아 산타 트리니타’ (2) | 2024.11.22 |
(이탈리아/아말피) 알던 레몬이 맞나 싶은 아말피의 명물 ‘로얄 젤라또’의 레몬 셔벗 (5) | 2024.11.20 |
(이탈리아/피렌체) 친숙하지만 이국적인 맛의 곱창버거, ‘르안티코 트리파이오’ (3) | 2024.11.09 |
(이탈리아/피렌체) 푸줏간을 연상케 하는 샌드위치 가게, ‘알안티코 비나이오’ (4) | 202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