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7) - 경기 안산시(대부도)의 '대부객주'
'대부객주'
'객주(客主, 客酒)'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듯, '대부(大阜)'도 '대부(代父)'의 의미를 담을만하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엊그제 같은데 대략 8년 만이네요. 대부도로 진입하는 시화방조제를 지나며 문득 든 생각입니다.
뭐 당연히 대부도를 찾았으니 일곱 번째 주제도 대부도의 어느 맛집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서해에 여행할 때마다 더러 보이는 칼국수, 조개구이집들, 그런 집의 뻔한 메뉴를 좀 피하고 싶다 하는 분들께 추천을 해드리고 싶네요.
일곱 번째 이야기. 대부도에 진입해 차로 10분 정도 소요되는 섬 북단에 위치한 집입니다. 한옥집의 모습을 한 '대부객주'를 소개하려 합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모처럼의 대부도인데 역시나더군요. 평일이라 그렇지만 다른 곳들 대비 꽤나 한산한 편입니다. 당시엔 업무 차 방문했던 곳으로 그때 생각에 잠겨보기도 하며 모래사장을 걸었는데요. 사진은 물이 빠진 대부도의 '방아머리해수욕장'입니다.
당시도 뭔가 복잡한 것을 비워내려 방문했던 것 같구요.
그렇게 시간을 내 걷다 보니 점심 장소도 찾아야 했는데, 이거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수욕장 인근의 음식점은 죄다 칼국수입니다. 대전에서도 자주 만나는 필자다 보니, 대부도에 왔는데 조금은 특별한 음식을 한술 뜨고 싶은 기분이더군요.
그래서 찾게 된 집입니다. 독특한 한옥의 모양새도 마음에 들었구요. 무엇보다도 '대부객주'. 이름 또한 마음에 듭디다. (객주는 술 주酒와 주인 주主의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 합니다.)
주차의 경우 가게 앞으로 사진과 같이 4대 정도 가득 들어찰 공간이 있으나, 이곳 말고 조금 더 들어가 공용주차장에 주차하시는 게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땐 굉장히 넓어 오히려 대기 편했고, 공용주차장은 무료더라구요.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거 지금 보니 간판의 캘리그라피랄지 모양새가 예능 프로그램의 로고 같기도 하네요.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여하튼 간 주말엔 웨이팅이 있는 집이라 하네요. 역시나 입구에서도 메뉴 확인이 가능합니다. 조금 특이한 건 도시락도 서비스 중이더라구요.
외부를 좀 더 살펴봅시다. 식당의 마당이랄지 정원 같은 공간인데, 꽤나 넓습니다. 무협만화에 등장할 법한 객잔의 야외 테이블도 여러개 깔려 있구요. (날이 좋은 날엔 야외에서 식사가 가능한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여름엔 참 좋겠습니다.
섬 외곽에 이런 한옥 식당이 자리 잡고 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자, 이제 들어가 볼까요? 내부는 또 겉모습과는 반전입니다. 보이시나요? 천장의 샹들리에. 때문인지 굉장히 아늑하고 은은한 느낌도 줍니다. 음악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던 것으로 기억해요. 큼직한 창들도 시원시원하니 좋습니다.
홀은 보이는 것과 같이 디귿(ㄷ)자의 형태로 펼쳐져 있더군요. 외부의 가운데 여백의 공간은 김장이나 장 항아리일지들이 모여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장독들 참 오래간만입니다. 참, 이곳은 독특한 바지락쌈장을 다루는 집이니 빠질 수가 없겠네요.
큼직한 내외부를 살피느라 메뉴 확인이 늦었습니다. '대부객주'의 메뉴판'입니다. (메뉴판 촬영을 놓쳐 카운터의 메뉴판으로 대신합니다.)
흠, 솔직히 방문 전엔 바지락쌈밥(바지락쌈장)이 제일 궁금했었는데요. 아, 이거 막상 확인하니 쌈밥은 자주 접하기도 하고, 해물쌈장만으로 승부를 보기엔 조금 아쉬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쌈밥은 2인 이상 주문이 필수기에, 다채롭게 맛을 보는데에는 조금 벽이 느껴집니다. (자주 들리지 않는 곳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게 큰 고민 끝에 필자는 바지락소라무침 + 비빔밥(주먹밥)과 능쟁이(작은 게) 튀김을 주문했습니다. 판단이 좋았을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주문 후 기본 찬부터 등장했습니다. 역시 직접 담근 김치라 합니다. 식당에 방문했을 때 괜히 기분 좋아지는 요소 중 하나죠. 배추김치는 겉절이같이 적절히 익은 것이 맛이 좋습니다. 열무는 강한 양념보단 적은 고춧가루의 시원한 스타일의 열무김치입니다. 내다주신 모양새도 참 보기 좋네요.
시작이 좋습니다.
이어 연근 샐러드인데요. 들깨소스가 더해졌나 봅니다. 당근, 호박씨 등과 함께 버무려진 모습인데요. 이거, 식당의 그저 그런 샐러드보다 훨씬 낫습니다. 정성이 느껴지는 맛인데, 무시 못하겠네요. 김치 2종과 반찬 하나를 맛보았을 뿐인데, 손맛이 상당하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저 다슬기. 바다 인근 지역이지만서도, 이런 정갈한 찬들 사이로 갑자기 왠 삶은 다슬기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인가?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더군요.
함께 나온 미역국을 맛본 순간 단번에 이해가 갑디다. 필자에겐 익숙한 올갱이의 쌉싸름한 향. 올갱이해장국도 떠오르는 그런 고소하면서도 기분 좋은 비릿함이 느껴지는데, 다슬기로 맛을 낸 미역국인가 봅니다.
처음 접해보는데 이 조합. 상당히 좋더군요. 새로운 발견이자 좋은 접근. 국물만 우려낸 듯한데, 충청도인인 필자에겐 익숙한 향이 코를 찔러주는 게 영 마음에 듭니다.
'대부객주'로 방문. 잘 한 선택인 듯싶네요.
바로 메인인 바지락소라무침까지 등장해 본격적인 식사 시작입니다. 자세히 보면 알알이 틈새 요원과 같이 바지락들이 도처에 포진되어 있구요. 큼직하게 잘라낸 소라 숙회, 더해 버무려진 야채와 함께 새싹채소들이 근사하게 올라간 모양새입니다.
맛. 물론 좋더군요. 기본 찬을 맛본 후부터 메인 음식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보통 초무침의 경우 굉장히 시큼하거나 양념맛이 강해 쉽게 젓가락을 내려놓는 경우가 많았던 필자인데요. 이건 그렇지가 않더군요. 그만큼 간이 참 좋습니다. 끈덕지게 두고두고 집어먹을 수 있는 그런 소라무침이네요.
소라 또한 달달하니 맛나구요. 아래엔 해초면일지, 곤약면일지 가사리 같은 식감의 면도 깔려 있는데요. 부담 없는 가벼운 식감의 그런 면입니다. 시판 면인 것 같지만 묵직한 무침과의 조화가 좋습니다. 손맛 뿐만 아니라 센스까지 느낀 순간입니다.
자, 이건 조금 당황스러웠는데요. 함께 나온 비빔밥입니다. 말이 비빔이지, 주먹밥이더라구요. 표현을 이렇게 쓰는 듯해 사전에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조금 오바스럽지만은 이 녀석 또한 간이 좋습니다.
항상 옵션과 같은 평범한 주먹밥인데 말이죠.
능쟁이튀김까지 더해 드디어 한상은 완성입니다.
갯벌이나 수심이 낮은 썰물 바닷가 인근으로 자주 보이는 작은 게죠. (박하지와는 다른 녀석으로 대개 칠게라 불립니다.) 이따금 바위 틈으로 빼꼼 만나면 반가운 녀석이지만, 흠. 모이면 이렇게 튀김요리가 됩니다. 게튀김이야 게의 맛의 지배적이다 보니 무난한 야무진 맛입니다.
남은 녀석들은 저녁 맥주 안주를 위해 포장했습니다.
그나마 한 가지. 필자 개인적인 취향으로 아쉬웠던 점이라면 능쟁이튀김의 소스였습니다. 칠리소스 기반의 소스인데, 간장이면 더 좋았을 법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그래도 참으로 근사한 한상이었습니다. 쌈밥과 같이 가짓수가 많진 않지만, 사소할 수 있는 반찬, 국 등에서도 나름의 손맛과 정성이 느껴지니 제가 보기엔 정말 풍성한 차림입니다.
대부도를 찾는다면 이 집. 응당 추천할만 하겠네요.
잠깐 환기 삼아 들린 한적한 대부도인데, 맛집은 하나 제대로 점 찍어두고 왔습니다.
'대부객주'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경기 안산시(대부도)의 '대부객주'
- 영업시간 10:00 ~ 19:30 (라스트오더 19:00) / 매주 수요일 휴무
- 토/일 주말은 09:00 ~ 20:00 (라스트오더 20:00)
- 주차 가능 (가게 입구도 있으나 바로 인근 '구봉도공영주차장' 주차 권장, 무료)
- 주말은 웨이팅 발생 가능
- 실내 및 야외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좁은 분리형에 가깝기에 남녀 공용)
- 디귿(ㄷ)자형 한옥의 스타일로 넓은 편, 샹들리에 조명이 더해진 은은한 분위기
- 바지락쌈밥은 2인 이상 주문 필수
- 직접 담그는 김치, 정갈한 찬 등 전반적으로 손맛이 상당한 편
- 대부도 내 로컬의 맛집으로는 적극 추천할 만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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