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 -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능라도'
을밀대만큼이나 가히 능라도스럽구나.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된 이후부터일 겁니다. 기회가 닿는대로 종종 주요 거점의 평양냉면집들을 찾아 방문하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요즘 세대는 흔히 '빵지순례'라는 합성어와 같이 '평냉투어'라는 말을 두루 쓰고 있더군요. 참 재미납디다. 필자도 뒤돌아 보면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곳들을 방문한 듯싶은데요.
시초가 되는 곳부터 2, 3세대라 불리는 곳들을 찾아 방문 중에 있는데, 그 중 분당에 본점을 두고 있어 매번 방문을 염두에만 뒀던 곳을 이제야 방문해 보게 되었습니다.
대동강에 있다는 섬(릉라도)만큼이나 분당 도심 속 한적한 곳에 세련된 건물 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 '능라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상 깊었던 점이라면 대개 1세대의 유지나 맛을 따르는 집들이 많았었는데, 이 집은 꽤나 탄탄한 나름의 방법으로 독자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맛을 구축한 집 같았습니다. 자,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자, 날이 좋은 점심에 도착한 '능라도'입니다. 가끔 생각하면 점심으로 즐기기에 평양냉면만한 것이 또 없는데요. 대기 손님들을 위한 벤치도 보이고, 차량 두 대 정도의 주차 공간도 보이지만, 사진으로 보이는 곳이 주차 공간은 아닙니다.
바로 이렇게, 건물 앞으로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더군요. 발렛 직원분들이 마중을 나와 주차를 도와주십니다.
다만, 필자가 도착했을 땐 오픈 직전이었는데,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주차 공간이 굉장히 널널합니다. 이거 발렛이 무소용인데 도 차를 맡기고 발렛 비용 2,000원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인원이 붐비면 금세 혼잡해 지기에 불가피하다지만, 눈 뜨고 코 베인 심정이기도 합니다.)
꼼수긴 하지만 적절히 시간 또는 상황에 따라 여유롭게 인근 주차가 가능하다면, 그 부분을 고려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
여하튼 그렇게 입장했습니다. 1층은 계산대가 위치해 있고, 2층이 식당입니다. 뭐랄까, 지금까지의 냉면집과는 다르게 굉장히 모던하면서 세련된 내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나마 송파구 방이동의 '봉피양' 정도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곳이 더욱 깔끔한 감이 있네요.)
그렇게 계단을 오르는데, 조금 뜬금없더군요. 사장님이 메이저리그의 광팬이신가 봅니다. '칼 립켄 주니어'의 친필 사인이 걸려있는데. 과연 얼마나 할까요? 진본이라고 합니다.
들어온 매장 내부의 모습입니다. 참 분위기가 시원하니 좋더군요. 채광도 좋고, 창밖의 풍경도 좋은데 값 비싸 보이는 집들도 더러 보이니, 인근에 사는 사람들. 여간 부러울 일이 아닙니다. 어쨌든 간 전반적으로 근사한 레스토랑의 느낌도 조금 나는데. 규모는 그렇더라도 정말 이런 분위기의 냉면집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고깃집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날씨 좋은 주말, 가족들과 점심 먹으러 오기도 좋겠습니다. 뭐, 전반적으로 그런 내부의 느낌이었습니다.
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오늘은 풍경을 반찬 삼아 평양냉면 한 그릇 뚝딱할 예정입니다.
메뉴판을 살펴보도록 하죠. 꽤나 둔탁하면서 멋스런 문양의 메뉴판입니다. 넘겨보는데 음. 나름 흥미로운 점일 수도 있겠는데요. 평양냉면과 함께 즐겨먹는 음식들의 집대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통 집마다 평양냉면과 녹두전 또는 제육 등의 주력을 짝꿍처럼 달고 있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모든 메뉴를 다 쓸어 담아온 듯합니다. ('동무밥상'과 같이 이북 사람들이 운영 중인 냉면집에서나 볼 수 있는 순대도 있더군요.)
필자의 경우 힘이 실린 주력 메뉴가 없다면 평양냉면과 함께 항상 만두를 가볍게 시키곤 합니다. (금액도 만만하구요.)
만두를 시켰으니 미리 만두의 장도 제조를 해둡시다.
연겨자장까지 더해 톡 쏘는 만두 소스 완성입니다.
그렇게 음. 꽤나 오랜 시간을 대기했습니다. 서비스가 조금 아쉽더군요. 굉장히 산만한 편입니다. 체계적이지 못한 느낌도 들었구요. 11시가 개시 시간인데,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듯한 느낌이라 할까요? 때문에 오픈 시간을 기다리다 입장한 이들은 보다 많은 시간을 기다리게 생겼습니다. (기본 찬 정도는 미리 테이블에 세팅을 해두어도 무방할 듯합니다.)
음, 굴곡진 바닥 타일 탓일지, 음식 카트 이동 소리가 상당히 요란스럽습니다. 이 부분도 개선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겨우 등장한 느낌입니다. 주문한 만두와 함께 기본 찬이 등장했습니다.
찬은 평범한 백김치와 무절임입니다.
이어 접시만두 반인데. 알이 상당하더군요. 속이 꽉찬 모양새라 이것만 먹어도 배가 솔찬히 차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능라도'의 평양냉면이 등장했구요. 만두가 나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냉면도 슥 준비되었습니다. 텀은 길지 않아 다행입니다. 음, 보니 오랜만에 보는 계란 지단 고명입니다. 이 부분도 '봉피양'과 비슷하더군요.
지체 없이 시원한 국물부터 한 모금 들이켜 보는데. 오호, 진한 소고기 육향이 한가득입니다. 좋습니다. 필자가 느끼기에 소고기뭇국이랄까요? 그런 익숙한 향과 맛이 쫘악 올라왔는데, 육향 진한 평양냉면은 흔하지만 '뭇국'과도 같은 시원한 향이 은은하게 돌았다는 점이 조금 인상적입니다.
때문인지 평양냉면 입문자에게도 난도가 높진 않을 듯합니다. 아마 분점도 꽤나 많은 수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중적으로도 먹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걸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고명도 확인해 보시죠. 소고기 편육이 올라가 있는데, 음. 고명도 '봉피양'만큼 맛있습니다. 고기를 다루는 집들은 대개 고명 편육이 맛있더라구요.
여하튼 주문 후 서비스적으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확 날려줍디다. 흡족스럽습니다. 더해 만족스러운 발견이기도 하구요. 능라도만의 스타일을 잘 구축해, 독립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역시, 본점을 들려보길 잘했습니다. (첫인상과 같다 생각하는데, 평양냉면은 미세한 차이로도 맛, 즉 첫인상이 달라질 수 있어 첫 방문은 꼭 본점을 고집하는 필자입니다.)
만두는 느끼기에 무난한 평양식 왕만두였습니다. 다만 기술했다시피 속은 굉장히 꽉 찼구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메밀면이었는데요. 보이시나요? 표면에 하얀 돌기들 말입니다. 메밀의 가루일지 녀석들이 면 표면에 포함되어 있는데, 때문에 독특한 식감을 자아냅니다. '을밀대'와 비슷한 식감을 주는 것 같으면서도, 그곳이 조금 거칠다면 이곳은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메밀 도정 과정 중 부드럽게, 거칠게 가는 정도의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궁금합니다.
저 알알이 박힌 듯한 녀석들로 인해 먹다 보니 육수는 꽤나 탁해져 있습니다. 진정한 육향과 메밀향의 조화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완냉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좋은 발견이었습니다.
분당 한 곳에 자리 잡은 평양냉면집. 평양팔경 중 하나라는 대동강의 능라도만큼이나, 멋스러운 내부와 함께 독자적인 스타일의 맛을 구사 중인 곳.'능라도' 본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능라도'
- 영업시간 매일 11:00 ~ 21:30 (라스트오더 20:40)
- 주차 가능 (발렛 주차로 2,000원 비용 소요)
- 1층은 계산대, 2층이 식당으로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반 외부로 건물 화장실 (남녀 구분)
- 냉면도 냉면이지만 평양냉면과 함께 즐기는 거의 모든 메뉴를 서비스 중.
- 다만 평양냉면 외에 눈에 띄는 메뉴는 없어 보여 약점일 수도 있겠다.
- 주말 기준, 직원 분들의 서비스는 다소 아쉽다. (산만한 느낌, 체계적이지 못한 점.)
- 냉면은 나름의 스타일을 잘 구축했다는 판단이다. 소고기뭇국 향이 나는 육수. 특히나 식감이 독특한 면발.
- 분점이 많은데 왜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집인지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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