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6) -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평양면옥'
술을 좋아하는 필자기에 가끔은 그런 생각도 했었다.
저 육수 한 통 받아다가 물처럼 집 냉장고에 모시고 싶다고 말이다.
평양냉면 세계에 발을 딛은 자라면, 집들을 거듭할수록 중식의 문파와 같이 나름의 계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집은 그 중 최상위에 위치한 1세대 평양냉면집이 되겠네요.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을 파생되게 만든 본산(本山)의 격이죠.
육향 진한 평양냉면의 원류인 곳입니다. 열여섯 번째로 소개할 먹기행. 의정부동에 위치해 '의정부 평양면옥'으로도 불리우는 곳입니다. '평양면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이곳을 방문하기 얼마 전, 마침 장충동의 본좌를 접견했습니다. 의정부 '평양면옥'과 초기 주자로 양대 산맥을 담당하고 있는 장충동의 '평양면옥'이죠. 뭐랄까,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정파, 사파의 대결 구도를 머릿속에 그려둡니다. (위치만 다르다 뿐이지 상호가 동일한 이유도 있습니다.)
주말과 같은 때면 몰리는 인파 때문인지, 역시 전용 주차장도 구비 중에 있네요. 필자는 평일 중에 방문했기 때문에, 가게 앞 공간으로 주차를 했습니다. (발렛 비용은 없었습니다.)
이제 들어가 보시죠.
개인적으로 충무로의 '필동면옥'을 선호하는 필자인데요. 그 필동면옥을 있게 한 곳입니다. 마음 속 예의를 갖추고 1세대 평양냉면을 만나기 위해 입장했습니다.
메뉴판입니다. 필자가 필동면옥에서 가장 좋아하는 '제육'. 특유의 양념장과 함께 기가 막힌 별미인데, 이곳도 있습니다. 바로 저 돼지고기수육인데요. 이곳의 가장 큰 이점이라면 저 제육, 반 접시가 가능하단 점이었어요. (필동의 경우는 제육 반이 불가하기 때문에 금액적으로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슴슴한 면수가 나와줍니다. 곁들일 고춧가루, 식초 등도 위치해 있구요.
기본 찬과 함께 가슴 설레게 하는 수육 전용 양념장이 등장했습니다. 의정부 계열의 평양냉면 집들에서 만날 수 있는 양념장이죠. 작은 종지 대비 기여도는 상당한데요. 필동의 것이 묽다면 이곳은 조금 된 편입니다.
먼저 돼지고기 수육 반 접시입니다. 그때그때 다른, 팍팍한 '필동면옥'의 제육보다는 수분이 많고, 따끈하니 촉촉하게 나오는 편이에요. 때문에 식감 차이는 큰데, 그래도 맛은 상당히 흡사합니다. 이곳이 조금 더 정갈한 편이라 하고 싶네요.
그래도 필자 개인적으로는 조금 막돼먹은 듯한, 불규칙하게 썰린 필동의 제육이 더욱 좋습니다. 하지만 반반이 가능하단 이점 또한 무시할 수 없으니, 어디가 확실히 낫다기엔 줏대가 없어지는 필자네요.
평양냉면과 소주 한 잔엔 가히 최고의 조합이라 생각됩니다. 의정부 문파의 집들에 방문하신다면 냉면과 함께 제육 또는 수육의 조합은 필수입니다. 그러고 보니 만두가 좋은 장충동과는 또 대립각을 세웁니다.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의정부 '평양면옥'의 평양냉면입니다. 모양새도 필동과 거의 동일합니다. (그나마 차이라면 필동 쪽엔 썬 고추 한두어 개 정도 들어가 있던 것 같아요.) 파와 함께 뿌려진 고춧가루. 수육 고명과 삶은 계란이 들어가 있는데요.
누군가에겐 냉면에 고춧가루라니 이게 웬 말이야? 라고 할 수 있으나, 육수는 육향이 도는 찬 고깃국에 가까우니 궁합이 좋습니다. 의정부 계열 평양냉면의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바로 저 무심한 듯 돋보이는 고춧가루가 말이죠.
한 마디로 찬 고깃국의 평양냉면. 때문에 오이 같은 고명이 아닌, 파와 고춧가루가 조합이 더욱 좋을 수밖에 없지요. (이 또한 어찌보면 퓨어함이 특징인 장충동과의 차이이기도 하죠.)
한 입 해보았는데요. 크, 첫입에 머금고 으미하는 육수의 맛이 진합니다. 국물로만 봤을 땐 전 필동보다 이곳이 취향이었습니다. 대전의 '태평소국밥'의 소고기국 맛이 은은히 도는 것 같기도 하구요. 동치미 국물의 비중이 느껴지는 장충동과는 다른 맛. 고기의 맛이 지배적인 그런 육수의 평양냉면입니다.
면도 툭툭 잘 끊어지니 먹기가 편한 편입니다. 메밀향이 그리 강하진 않은 얇은 면이에요. 그래도 육수가 딸려 오는 맛이 있어 좋네요.
참 잘도 들어가는군요. 소주 한 병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 국물 한 톨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비워낸 필자입니다. 냉면으로만 봤을 때, 제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냉면이 바로 의정부의 '평양면옥'의 냉면입니다.
평양냉면의 역사를 열어준 곳이기도 한 의정부의 '평양면옥', 냉면에 맛을 들린 마니아라면 꼭 한 번 들려보시길 바랍니다. 참, 그리 가깝진 않지만 근방으로 양주의 '송추 평양면옥', 마찬가지로 고양시에서 이사한 '만포면옥' 또한 나름 일대의 유명 냉면집이니 참고 부탁드리구요. (이후 글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의정부 '평양면옥'의 이야기였습니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평양면옥'
- 영업시간 11:00 ~ 20:20 (라스트오더 19:50) / 매주 일요일, 매월 공휴일 정기휴무
- 주차는 가게 바로 앞 7대 정도, 전용 주차장에 가능 (안내 직원 분이 계심, 발렛 비용은 없었음)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평양냉면의 대표적인 문파들 중 본좌, 본산과도 같은 곳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의 맛의 발상지)
- 육향 진한 평양냉면 스타일로 고춧가루, 파 고명이 올라간 냉면, 돼지고기 제육(수육)의 양념장까지, 의정부 계열의 모든 집들이 흡사함
- '필동면옥'과는 다르게 이곳은 제육(수육) 반 접시가 가능하단 것이 메리트
- 느끼기에 대표적인 문파 중 하나인 장충동 '평양면옥'과 냉면 맛은 대척점을 지고 있음
- 분점이 있으나 본점의 맛을 따라가진 못함, 살짝만 여차 싶으면 맛이 갈리는 민감한 음식이 평양냉면이라 생각하는데, 필히 유명집들은 본점부터 방문하길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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