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61) - 제주 제주시 용담삼동의 '은갈치김밥'
맛집을 찾는 행위. 정답이 없기에 찾는 것이 즐겁고,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때론 나만이 소장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가 살면서 잊지 못할 맛과 감동을 느낀 경험이 뜨문뜨문 있을 겁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단순히 음식의 맛이 좋아서라기보다 어떠한, 특별한 상황들까지 더해져 뇌를 관통하고 자극하는 그런 경험들이었는데요.
음, 조금 과장스럽게 얘기하자면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네요.
소개할 집이 그런 집들 중 한 곳이었습니다. '김밥 한 줄 아닌 한 입의 감동'을 선사해 준 집이죠. 예순한 번째 먹기행, 제주도 제주공항 근처에 위치한 '은갈치김밥'입니다.공항 인근 렌츠카 업체에서 차로 10분 거리이니, 제주도에 도착한 뒤 가볍게 요기하기 좋은 집. 만나보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먼저 메뉴판과 내부를 가볍게 살펴보시죠. 김밥치고 값이 꽤나 상당합니다. 이런 부분은 가심비로 감안하셔야 할듯합니다. 내부는 테이블 착석도 가능하지만 자리가 많지 않기도 하고, 뭔가 간이의 느낌이 나서인지, 꼭 매장에서 먹기보단 포장을 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이후 기술하겠지만 꼭 포장을 권장해 드리고 싶네요.)
자, 먼저 첫 방문 당시 접했던 '은갈치김밥'의 갈치김밥입니다. 독특합니다. 김밥 속 재료도 갈치도 생소한데, 다시마도 함께 하니 말이죠. 김밥과 어우러지게 하기 위함일지, 갈치는 돈가스처럼 튀겨져 있지요. 개인적으로 녀석은 필자에겐 조금 평범했습니다. 특이하지만 예측 가능한 맛이었다 할까요?
당시 갈치김밥, 한치김밥이 함께 나오는 한라세트를 주문한 필자인데요. 세트엔 한치무침도 함께 포함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충무김밥의 석박지 역할을 한다 보시면 되겠어요. 거기에 와사비 마요소스까지 곁들여 즐기면 되는데.
이 집이 그렇게나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이유. 바로 위의 한치김밥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많이 남아 포장 후 자리를 뜨게 되었는데요.
솔직히 그랬습니다. 가게에 처음 방문해 접했을 땐, 음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김밥이구나라는 느낌으로 그냥저냥 접한 김밥이었죠. 그렇게 한치김밥이 조금 남아 포장한 뒤 인근 협재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겼고, 금세 출출해져 남은 김밥이나 먹자 하고 한 입 꺼내 먹는데.
허, 기억에 마치 영화 '광해'의 미공개 엔딩 영상에서 하선이 중전을 다시 마주한 순간과 같은 표정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이거 한치김밥이 한 알 들어가는 순간. 뇌가 띠잉하는 느낌과 함께 감동의 쓰나미가 눈앞에 파도와 함께 밀려오더군요.
아까 그냥저냥 했던 녀석이 맞자? 싶은 기분.
참으로 음식의 세계는 신기합니다. 맛도 맛이겠지만 어떠한 상황에 따라, 주인장의 소소한 호의에 따라, 아니면 근사한 풍경에 따라, 다채롭게 자신만의 추억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말이죠. 그런 깨달음을 김밥 한 알에서 또 느꼈었네요.
여기까지, 제주도 '은갈치김밥'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제주 제주시 용담삼동의 '은갈치김밥'
- 영업시간 08:00 ~ 18:00 / 매주 화요일 휴무
- 주차는 가게 좌측으로 3개 가량 가능 (워낙 주변에 공터가 많아 주차 가능 대수는 무의미하긴 하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김밥의 재료가 갈치, 한치, 더해 여행지 물가까지 더해 값이 꽤나 나간다.
- 내부가 넓진 않고 포장해 가는 이들이 많은 곳인 것 같다.
- 김밥 포장 후 바다에서 즐기시길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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