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31) -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의 '소섬바라기'
가는 길 내내 이름 모를 동네 강아지가 길을 안내해 주듯 앞서 뒤서 따라오더니만, 식당에 도착하니 슥 사라졌다. 강아지도 우도 맛집을 추천해 주려 한 것인가?
추억하기 좋은 상상을 해본다.
성산 지역을 방문하는 제주 여행이라면 빠질 수 없는 코스 중 하나가 바로 '우도(牛島)'인데요. 그 '우도'의 음식점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아무래도 작은 섬인지라 배를 타고 들어가기 전 식사를 하고 들어가는 이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필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그 안에도 숨은 로컬 맛집이 있었으니, 기회가 되면 방문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소개해 봅니다.
서른한 번째 먹기행의 이야기. 이름부터가 참으로 정겹습니다. 제주시 '우도'에 위치한 '소섬바라기'를 만나보도록 하시죠. (소섬, 우도牛島의 옛 명칭입니다. 말 그대로 소의 형상을 한 섬이란 뜻이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들어온 '소섬바라기'의 내부입니다. 아직 점심 손님이 입장하기 전,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데, 한 테이블만 손님이 있더군요.
테이블을 보는데 굉장히 청결한 감촉이 좋네요. 사소할 수 있겠으나 저에겐 중요한 요소입니다. 테이블 하나로 그 집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고나 할까요? 이 점부터 마음에 드는군요.
더불어 상당히 정겨운 내부입니다. 사장님이 담금주에 일가견이 있으신 건지, 벽면 가득 오디주, 하수오주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요. 이 또한 꽤나 쏠쏠한 볼거리겠습니다.
메뉴판을 살펴보죠. 메뉴판이라기보단 벽면에 라벨링 된 메뉴들인데.
음, 먼저 갈치국은 제주에 방문하면 늘상 접하는 음식이기에 고민의 여지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국물류는 선택했으니 이제 밥류인데, 보말죽으로 할지, 성게비빔밥으로 할지 기로에 놓이더군요.
철은 지났으나 우도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죽으로 가자니 맑은 맛의 갈치국까지 더해 식감과 맛이 너무나도 심심해질 것 같아, 성게알비빔밥으로 추가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주문을 완료한 필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본 찬이 등장했습니다. '섬의 와일드한 어부'. 그런 표현이 생각났는데, 그런 모습을 한 남자사장님이 직접 찬을 가져다주시더군요. 뭐랄까, 사람의 모습에 섬이 깃든 듯한 느낌. 나이가 있어 보이시는데도, 그런 와일드한, 터프한, 남자다운 멋쟁이의 외모여서 멋지게 봤습니다.
이제 찬들을 살펴보시죠.
카레가루를 첨가한 듯한 독특한 전, 톳무침, 무나물, 멸치볶음, 다시마와 초장, 김치. 무나물 굉장히 마음에 들더군요. 더해 달걀감자샐러드. 특유하게 피망이 들어가 향도 더해졌는데. 아, 이런 조합으로도 꽤나 좋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꿈꿈한 맛에 시원쌉싸름한 향이 첨가되니 좋더군요.
전반적으로 찬들을 보면서 약간 제주의 로컬 가정식 밥상. 제주의 집밥이 이런 맛이지 않을까?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런 확신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저 가사리무침입니다. 청정수에서만 난다는 녀석이라는데. 아, 독특한 색감과 식감의 무침이 찬으로 등장하니 '우도'에 왔구나. 그런 실감도 나더군요. 전반적으로 반찬은 이 집만의 손맛이 담긴 느낌. 굉장히 흐름이 좋습니다.
이어 메인인 갈치국부터 등장했습니다. 음, 꽤나 소박하게 생긴 모양새의 갈치국이네요. 전문점이랄지 큰 식당에서 먹은 것들과는 느낌이 좀 색다르기도 하구요. (아마 이 집의 손맛, 이 집만의 취향이 가미된 듯한 느낌인데) 홍고추로 매콤함을 냈고, 후추도 솔솔 뿌려진 모양새. 확실히 꽤나 다른 느낌의 맛입니다. 마치 어린 시절, 우리 어머니의 찌개, 친구 집의 찌개 맛이 다르 듯. 그런 느낌도 들구요. 더욱이 집밥의 스멜이 물씬 풍기네요.
그리고 성게알 비빔밥입니다. 먼저 장을 섞지 않고 그대로 비벼 한 입 해보았는데요. 톳이 한 가득 들어있어서 그런지, 이 녀석은 간장보단 초장을 조금씩 더해 먹는 것이 좋더군요. 여하튼 간 전반적으로 이 집만의 매력으로 한 끼의 식사, 합격입니다.
그렇게 한창 식사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손님들로 가득 찬 식당입니다. 여행객들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보니 '우도'의 현지 주민분들이 자주 찾는 곳인 것도 같았어요. 잘 찾았다는 생각이네요. 진정 섬마을의 로컬 가정식 식당입니다.
'소섬바라기', '우도' 방문을 앞두고 있다면, 조금은 해안가의 관광 음식점보다 제주만의 매력이 깃든 음식들을 선호하신다면, 계획해 보시기를 추천하고 싶은 집입니다. 확실한 건 성산 인근의 관광객 대상 맛집보단 확실히 한수 아닌 두수 정도 위인 집이란 점. 인연이 또 닿는다면 다음엔 보말죽으로 가봐야겠다 기약한 필자입니다.
이름만큼이나 내부도 따뜻한 감이 느껴졌던 '소섬바라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의 '소섬바라기'
- 영업시간 매일 08:30 ~ 21:00 (다만 외지인 만큼 변수에 대비해 사전 문의를 해보심이 좋겠습니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남녀 공용)
- '비양도'(순환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10분가량 소요.
- 식후 '하고수동 해수욕장'까지 도보 10분 정도로 산책하며 걷기에도 좋은 위치였습니다.
- 와일드한 섬의 어부 같은 사장님의 외모. 굉장히 정겹고 친절하십니다.
- 동네 주민분들도 자주 오는 식당으로 추정됩니다.
- 제주의 가정식 백반집이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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