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41) - 은평구 대조동의 '마산집'
흔하지 않은 음식과 익숙한 집 반찬들.
주인장의 정성과 따스함까지 더해지니 '이모카세'가 여기구나.
대략 3년 전, 종로와 을지로를 중심으로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며 놀랐던 것은 달라진 골목의 풍경뿐만 아니었습니다. 젊은 세대로 가득 찬 골목을 방문하는데 지인曰, '힙지로'라 하더군요. 이건 뭔가 싶었습니다. 그런 레트로 열풍과 함께 2년 전 필자를 놀라게 한 키워드가 또 있었으니, 바로 '이모카세'입니다. ('이모'와 '오마카세'가 합쳐진 신조어)
놀랍기도 하지만 귀에 쏙 박히는 그 단어에 박수 한 번이 절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 필자입니다.
그렇게 새로운 터전으로 자리 잡게 된 서울의 은평구의 역촌, 불광역 인근. 외선 순환 열차로 인해 접근성이 낮은 이곳은 서울 토박이들도 어디인지 더러 묻더군요. 그곳에 '이모카세'라는 신조어에 걸맞는 집이 있길래, 기억을 더듬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마흔한 번째 먹기행의 식당은 대조동에 위치한 '마산집'입니다.
시작하기 전에, 최초에 글을 집필한 후 방송으로도 소개가 된 탓인지, 꽤나 손님이 몰리는 듯하더군요. 아무래도 사람이 몰리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즐겨 찾던 종로의 음식점들도 다시 찾으니 예전 같지 않은 실망을 안고 가야 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꽤나 조용했던 때, 동네 주민들 위주로 찾았던 그 당시 '마산집'의 개인적인 낭만을 추억하는 것임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먼저 기본 찬입니다. (그때그때 달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나름 애주가인 필자에겐 이거 하나만으로 충분하겠더군요. 통일된 모양의 그릇도 정겹기도 한데요. 도라지무침, 취나물, 달걀감자샐러드, 멸치, 마늘종 볶음이 나왔습니다. 좋더군요. 든든하기도 하고 안주 하나 시켰을 뿐인데, 젓가락을 겨냥할 공간이 참 많습니다.
대개 식당에 방문하면 그 집만의 담근 김치를 통해 정이 붙기 시작하는데, 이 집은 밑반찬으로 정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이 집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오리찜'입니다. 시장통에서만 주로 다뤄 골목 술집에선 만나기 힘든 녀석인데 있길래, 흔쾌히 주문한 필자입니다. (가시를 싫어하고 편하게 생선을 발라 먹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육류와 어류가 섞인 듯한 맛에 찢어먹는 재미도 있는 녀석입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양념장의 모양입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생선찜 스타일과 비슷하게 나와줬습니다. 소주를 대하는 손길이 참 바빠지더군요.
입에 착착 감기는 단맛의 가오리살. 때문에 양념장 없이 먹으면 물리기도 하는데, 듬뿍 끼얹어진 덕분에 부담없이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쯤 되니 추가 주문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만만한 녀석으로 감자수제비를 주문한 필자입니다. 이것이 6천 원, 가오리찜이 1만 2천 원으로 반찬까지 더하면 가성비 적인 혜택도 얻어갈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으로 글을 쓰는 지금은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통멸치 베이스로 끓인 육수. 멸치 베이스의 육수,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합니다. 잠시 어린 시절 소꿉친구의 어머니가 끓여주던 칼국수 국물이 홱 하고 떠오른 필자입니다. 당시엔 이거 필자를 위한 동네 술집인가? 라고 생각했을 정도네요.
숨은 집이다라는 나름의 감동이 스멀스멀 밀려 들어오는데요. 앞서 기술한 '이모카세'에 적절한 집이란 이유입니다. 여기서부터 시작되더군요. 좁은 공간에 들어찬 손님들의 음식이 끝나자 갑자기 자몽 한 접시가 등장했습니다. (어느 날은 방울토마토, 후식은 그날그날 있는 것을 준비해 주시는 듯합니다.) 사장님석에 앉아 손님들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었다가 꽤나 오붓한 시간을 보내니. 이게 '이모카세'인가 싶더군요.
그 외 마산집의 추천 메뉴도 가볍게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꽤나 조합이 독특하죠? 오징어지지미입니다. 계란옷을 입은 오징어에 파프리카, 오이 등을 곁들여 먹는 독특한 조합. 꽤나 생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진을 뒤지니 부추전인가도 튀어나오더군요. 녀석은 좀 아쉬웠습니다. 해물파전 같은 느낌보단 아주 얇게 애호박과 순수 부추로만 구성된 바삭한 부추전을 좋아하는 필자이기 때문이죠.
준비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현재는 또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이따끔 지나치면 항상 손님이 만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동네 인근의 술집. 그러면 안 되지만 정말 나만 알았을 때 가장 낭만적이지 않나 싶은 느낌입니다.
'마산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대조동의 '마산집'
- 영업시간 14:00 ~ 22:00 (라스트오더 21: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다만 갓길 주차가 꽤나 많은 동네로 신축 공사 인근으로 주차된 차량이 많은데, 복불복이다.)
- 대중교통 이용 시 역촌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정도 소요.
- 테이블식 구조로 내부는 굉장히 협소한 편. (4인석 기준 3개 정도밖에 없다.)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식당 내 뒷문으로 나가면 위치, 남녀 공용.)
- 동네 주민들도 이따금 들리는 곳으로 먼 거리에서 방문 시 사전 문의가 필요하겠다.
- 사장님이 요리 중이거나 손님이 만석일 대 술을 직접 꺼내오거나 다른 테이블의 도움을 청해야 할 수도 있다. (자리가 워낙 협소해)
- '마산집', 말 그대로 마산 출신의 이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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