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39) -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의 '옥이네김밥'
시장에서 김밥 한 줄, 국수 한 그릇 먹고 왔을 뿐인데. 몸에 생기가 돋는 기분.
드디어 은평구의 '연서시장'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시장 감성을 좋아하는 필자가 가장 애용하는 은평구의 장소 중 하나로, 등산 후 또는 일요일 저녁 막걸리와 머릿고기가 생각날 때면 방문하는 곳인데요. 시장이지만 실내에 노포들이 모여 있어 저렴하게 안주와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대개 각종 안주류를 다루는 노포들이 밀집해 있지만 김밥, 국수 등 끼니를 때우기 좋은 분식 노포들도 몇 군데 입점해 있습니다. 다른 시장 노포에서 술 한잔하더라도 원거리로 끼니를 위해 주문이 가능한 점포인데요. 스물아홉 번째 먹기행 이야기의 주제는 '연서시장' 내부에 위치한 김밥 맛집, '옥이네김밥'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점심시간에 방문한 '연서시장'입니다. 진관동으로 향하는 도로변을 중심으로 익숙한 시장의 점포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이전에 찾아보니 연서란 단어는 '연서(延曙)'라는 마을의 지명에서 유래한 말로 동편의 산('북한산'이겠지요.)으로 인해, 새벽이 늦게 온다는 의미라 하더군요. 점심, 특히나 주말을 기점으로 방문하면 북한산의 등산객들과 주민들로 꽤나 북새통을 이루는 곳입니다.
사진 속 길을 따라 시장 내부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면 바로 안주거리들이 즐비한 시장 노포 공간이 등장합니다. 여하튼 간 '옥이네김밥' 방문을 위해 점심시간에 방문하니, 이것 참 시장 특유의 호객까지 더해져 생기가 한가득이더군요.
들어온 '연서시장'의 실내입니다. 점심이다 보니 내부의 노포들은 아직 영업 전인 곳이 많았습니다. 그나저나 저 조명들은 새로 생긴 듯하더군요. 작년 겨울엔 천장에 모니터들이 여러 대 달려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주 가끔. 이런 이벤트적인 요소들이 있기도 합니다.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들 말이죠.
막걸리 아닌, 점심 해결을 위해 찾았으니 바로 '옥이네김밥'으로 향했습니다.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내부로 진입하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거 보니 점심에 맞춰 빠른 속도로 손님들이 불어나더군요. 저녁땐 보지 못했던 풍경이라 생소합니다. 점심의 '옥이네김밥'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바빠 보였습니다.
시장 내부의 자리는 대부분 요리공간을 둘러싸 주인장을 마주 보는 카운터석의 구조로 필자도 자리를 잡아 앉았습니다.
메뉴판부터 살펴보시죠. 이곳 점포들이 대부분 공통으로 사용 중인 통일된 디자인의 메뉴판입니다. 저 우주인의 얼굴 모양 같은 로고는 '연서시장'의 심벌과도 같은데요. 음, 마치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한 것 같기도 한데,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목표했던 치즈김밥 한 줄과 함께 잔치국수를 주문한 필자입니다. (김밥은 물론이거니와 이전에 먹었던 비빔국수도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등장한 치즈김밥입니다. 김밥이 말린 모양새가 딱 봐도 푸짐하지 않나요? 알도 참 굵직하고 큰 것이 포만감이 높은 편의 김밥입니다. 밥의 간격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구요. 맛을 보면 굉장히 맛있다. 잘 쌌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김밥이에요.
꽤나 넓게 감싼 모양새의 치즈도 마음에 듭니다. 명색이 치즈김밥이니 꾸릿한 맛이 김밥맛에 묻히지 않아 좋더군요. 저녁시간에 막걸리 한 잔을 위해 방문할 때도 속이 출출하다 싶으면 항상 찾는 녀석인데. 역시 언제나 맛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에서 맛본 김밥 중 으뜸입니다.
잔치국수도 나와줬네요. 굵직하게 채 썬 파와 유뷰, 김, 다대기 등을 중심으로 깨가 뿌려진 잔치국수인데요. 애호박, 계란 지단 중심의 예식장 잔치국수를 선호하는 필자로 유부 기반의 국수는 선호하지 않는데, 이곳은 쳐줄만합니다. 추운 날에 한 그릇 하긴 좋은 국수예요.
김밥을 시키면 저 국수의 국물도 별도로 딸려 나오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다른 메뉴들도 꽤나 손맛이 있는 집인데요. 이 집의 김치만 맛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배추김치부터 비빔국수의 열무김치까지 직접 담그는 김치로 추정되거든요.
그렇게 식사를 하며 점심 장사로 정신없는 '옥이네김밥'을 한 번 살폈습니다.
음, 뭐랄까. 보고 있자면 '옥이네김밥'은 참으로 노련하단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에게서 그런 기분을 느꼈습니다. 일면식도 없어 보이는 시장의 손님들이 수도 없이 지나가는데, 인사 멘트나 대화를 훅훅 던지십니다. (일종의 호객이겠지만 나름 노하우와 노련미가 엿보인다고나 할까요?) 마치, 연서시장 실내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 '옥이네김밥'을 찾아온 손님인 것처럼, 반경 2미터 이내의 레이더에 손님이 포착되는 순간, 온갖 친근한 벌스를 쏟아내시더군요. 감탄이 절로 나왔는데, 멋지기도 합니다.
시장사람 만한 달변가는 또 없습니다.
그렇게 한 끼는 안정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아무래도 다음엔 저녁시간에 방문한 '연서시장'의 풍경을 또 소개해 드리지 않을까 싶네요. 인근의 주민은 뭐, 당연하겠지만, 시장 감성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날을 잡고 멀리서 찾기에도 좋을 듯합니다.
'연서시장'의 '옥이네김밥'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불광동 '연서시장'의 '옥이네김밥'
- 영업시간 09:00 ~ 21:00 /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 시장 내 점포로 주차는 불가하다. (인근의 공영 또는 민영 주차장을 권장하는데, 골목이 좁고 혼잡해 추천하진 않는 편.)
- 대중교통 이용 시 연신내역 2번 출구 바로 앞.
- 테이블식 구조 (시장 내 점포들의 모습은 메뉴판을 포함해 통일된 구조로, 사각의 카운터석 형태.)
- 화장실은 시장 외부에 위치 (시장 외부의 2층 남녀 구분 건물 화장실인데, 상당히 취약한 편.)
- 김밥은 매장 내 취식, 포장이 가능. 은평구민은 배달 앱으로도 만날 수 있다.
- 타 점포에서 원거리 주문도 가능하다. (가령 다른 포장마차 점포에 앉아 어느 점포에 앉아있는지 말씀드린 후 주문하면 가져다주신다.) 대부분 술안주를 다루는 점포들로 주력 메뉴가 다르다 보니, 분식집들만 이런 주문을 허용하는 모양.
- 김밥의 퀄리티는 서울에서 손에 꼽는 편. (겉절이 스타일의 담근 김치 또한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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