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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은평구/응암동) 슬세권의 숙성회 맛집, '해물회천국'의 우럭, 도미회 中

고독한 먹기행 (42) - 은평구 응암동의 '해물회천국'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딱이다. 찾기 어려웠던 슬세권 횟집, 앞으로 자주 만나게 될 친구다.


'슬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아는 역세권, 세권에 슬리퍼가 더해진 말로 편한 차림으로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하는데요. 필자의 경우 거주 중인 집을 중심으로 편한 차림으로 방문 가능한 종류별 음식점 지도를 완성시켜나가는 버릇이 있으니, 이 또한 나름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싶네요.

 

삼겹살, 갈비, 부속구이는 거기로. 전집, 족발, 막국수는 거기로. 나름의 슬세권 음식 지도를 완성시킨 필자인데, 한 가지 맞추지 못한 퍼즐이 있었으니 바로 횟집입니다. 음식점이 많다 생각한 은평구인데, 유독 슬세권의 횟집은 찾기가 어렵더군요. 소개할 이 집은 그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을 완성시켜 준 집이기도 합니다. 마흔두 번째 먹기행, 숙성회를 주력으로 다루는 은평구청 인근의 '해물회천국'입니다. 만나보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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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수조를 통해 각종 계절에 맞는 활어 및 해산물을 다루는 집인 것 같은데, 주력은 이 집만의 숙성회인 듯싶었습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옥색의 회만 봐도 느껴지지 않나요? 우럭과 도미 中짜를 주문한 필자인데요.

 

 

메뉴판부터 살펴보시죠. 메뉴별로 딸린 원산지 표기가 마음에 드는군요. 가격은 꽤나 있는 편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워낙 물가가 치솟다보니, 가격이 센 건지 모든 것이 오른 건지 헷갈리는 요즘입니다.) 다만 여러 횟집을 방문하며 느낀 것이 유독 회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성비집인 동시에 맛있는 횟집은 참 드물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여하튼 가득 찬 내부를 살피니 가게의 지분은 90%가 필자보다 한참 위의 아재들, 그렇게 우럭+도미 中짜를 주문한 뒤, 믿고 기다려본 필자입니다.

여담으로 회를 잡고 계신 사장님이 주방모를 쓴 나이 지긋하신 분이었는데요. 일식에 일가견이 있으셨던 분은 아닐까? 그런 나름의 추정도 해봤습니다.

 

 

회의 기본이 되는 여러 장들과 락교, 초생강 등이 나왔구요. 미역국이 나왔습니다. 음? 그런데 저 한 그릇의 미역국. 상당히 매력적이더군요. 별것 들어가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감칠맛이 굉장히 좋습니다. (여러 번 리필도 가능합니다.)

 

 

기본 스끼다시들은 한 번에 나오더군요. 전복, 새우튀김, 멍게. (멍게는 양식 멍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부침개는 감자를 섞은 것인지, 감자전의 식감이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여기까지는 뭐 그럭저럭 평범한 정도였습니다.

 

 

이어 한 줄씩 번갈아가며 놓여있는 우럭, 도미회가 등장했는데요. 느낌이 상당히 좋더군요. 빛깔은 사진보다 훨씬 영롱했는데, 육안으로 보기에도 찰기랄지, 응축된 감이 느껴지는 것이 숙성회인 것 같았습니다. 본격적으로 한 점을 접하는데, 음. 제대로 된 녀석을 찾은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퍼즐 한 조각이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슬세권 횟집 친구, 슬세권으로 생선회의 욕구를 해소시켜 줄 친구를 이렇게 만나게 되었군요.

 

 

굉장히 식감이 좋습니다. 수분기는 덜하며 쫀쫀한 응축력의 식감. 입안에서 쫄깃함이 느껴지고 응축된 살 사이로 씹히는 그런 부드러운 서걱거림이 참 좋더군요.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럭, 도미인데 더욱 고급진 맛으로 탈바꿈한 느낌도 듭니다. 주문 전엔 꽤나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돈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어요. 꼬리 부분부터 몸통 부위라고 해야 할까요? (정확진 않지만) 놓여진 횟감을 젓가락이 타고 올라갈수록 부드러운 식감이 더욱 발해 좋기도 했습니다.

 

역시 여전히 필자는 활어회보단 숙성회를 좋아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왜 아재들의 비중이 높은지 이해가 되는 곳입니다. 더불어 은평구에서 방문한 횟집들 중에선 단연 손에 꼽는 집이기도 합니다. 슬세권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해 있으니 더욱 애정이 가네요.

 

조금 재미있는 풍경으로, 나이 꽤나 지긋하신 분들이 바쁠 땐 직접 술을 꺼내오시더군요. 단골로 보였는데 사장님 내외의 일손을 돕는 것도 같았습니다. 이곳에선 익숙한 일이란 듯 말이죠. 뭐, 집마다 느껴지는 게 다르긴 한데, 이 집의 돌아가는 상황은 꽤나 보기 좋은 풍경이었습니다.

 

다음엔 계절 생선 한 번 만나러 와봐야겠습니다.

'해물회천국'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응암동의 '해물회천국'

- 영업시간 11:30 ~ 23:00 / 매주 월요일 정기후무

- 대중교통 이용 시 녹번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가량 소요.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이었던 것으로 기억.)

- 숙성회를 주력으로 다루는 집으로 추정.

- 내부의 손님들은 아재들의 비중이 90% 정도. (필자도 아재 명함을 내밀 수 없을 정도였다.)

- 저녁 18시를 기준으로 한 번은 만석이어서 방문에 실패했던 집이다. (한창의 시간엔 순식간에 만석이 되는 듯하다.)

- 단골이 많은 집으로 직접 소주를 꺼내오는 모습도 자주 보이더라.

- 다소 시끄러울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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