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48) - 은평구 대조동 제일시장의 ‘납작 만두 원조’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싸늘하다.’ 불광역 인근의 어느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영화 타짜 고니의 대사가 머리를 스쳤습니다.
실내로 입장하는, 마치 비닐하우스 아닌 도박판의 하우스 비슷한 문을 열자마자 범상치 않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인데요. 오래된 납작만두 노점이 있다는 정보를 기반으로 시장을 찾은 필자였습니다. 떡볶이와 만두 등을 다루는 분식 노점인데, 소주 한 잔도 할 수가 있는 의외성도 상당한 흥미를 유발했고 말이죠.
그래서 찾았건만 이리 강렬할 줄이야. 그 분위기는 참 보통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노포를 어지간히 즐기는 이들도 멈칫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관련 사진들은 스크롤을 통해 참고 부탁드리구요. 은평구 NC백화점 뒷길에 위치한 어느 시장 내 위치한 노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일시장의 ‘납작 만두 원조’를 이백마흔여덟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만나보도록 하시죠.
게시글 하단의 요약 정보만 참고 가능
필자의 경우 불광역 먹자골목 쪽에서 넘어왔는데, 이거. 들어가는 통로부터 예사스럽지가 않았습니다. 멀리 보이는 뻘겋고 화한 불빛. 비닐로 가려져 있어 더욱 베일에 싸인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는데. 과연 무슨 불빛이 안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일까? 허름한 시장이다 보니 불빛이 강렬하다 못해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추운 겨울 난방을 위해 비닐 천으로 가려둔 듯합니다. 타짜들의 판이 펼쳐져 있을 법한 분위기로 보였는데,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비닐 건너로는 진정 노포라 할 수 있는 시장의 노점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의 아지트로도 보이는 이곳. 5~7개 정도의 점포가 중앙으로 늘어서 있었는데요. 일찍 마감한 곳들도 보였습니다. 낮 시간에 한두 번 지나친 적이 있는데, 밤엔 이런 분위기였다니 놀랐네요. 시장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했는데, 그만큼 살짝 응수하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적절한 묘사가 떠오를 듯하면서도 떠오르지 않는데, 그래. 분위기가 스스로 숨어 있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굉장히 허름한 분위기의 진짜배기 옛날 시장. 반대편 통로의 출입구 비닐문으로 나가면 NC백화점인데, 그곳마저 파랗고 서늘한 색상으로 담겨 있습니다. 외부와는 단절, 차단된 듯한 느낌도 주네요. 과거로 건너온 듯한 기분도 들고 말이죠.
자, 이렇게 끝으로 걸어가다보니 찾고 있던 ‘납작 만두 원조’의 집이 보였고, 착석했습니다. 금액이 보이지 않는 메뉴판입니다. 떡볶이와 납작만두, 오뎅,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앉아 기다리는데도 이거 원, 주변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주문 후 납작만두가 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만두를 지지는 전용 기름인 것 같았는데, 호떡집에 온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오뎅도 준비가 시작되었는데.
방식이 좀 특이합니다. 꼬챙이의 오뎅을 별도로 팔팔 끓여 인당 한 그릇씩 내다 주십니다.
추운 날씨라 내부도 추운 편인데, 좀 더 선선한 날씨에 왔더라면 그나마 더 나았을 법도 합니다. 그래도 단출한 떡볶이에 소주 한 잔 즐기기 위해 방문한 곳이니 버틸만 했습니다.
떡볶이와 납작만두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살짝 추위가 잊히는 것도 같네요.
접시에 함께 담겨 나온 떡볶이와 납작만두입니다. 한 입을 해보는데, 음. 둘 다 필자에겐 독특한 맛으로 다가왔습니다. 떡볶이는 뭐랄까 순수 고추장 떡볶이라기보단 볶음류 음식의 양념장과 비슷한 맛이 납니다. 순한데 단맛이 진한 양념장의 맛. 낙지볶음이나 닭볶음탕 양념의 달달한 버전. 짜게 매울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너무도 달랐네요.
소주도 한 병 곁들여 봅니다. 이런 노점 떡볶이에 소주. 정말 흔치가 않죠.
이어 뜨끈한 오뎅국까지 등장하니, 정말 추위가 잊힌 듯했습니다. 따뜻한 분식 안주로 몸을 녹이고 소주 한 잔 걸치고 잇자니, 주변 찬 공기에 금세 적응이 되네요.
‘광장시장’ 음식의 축소판이 여기에 있는 것도 같습니다.
납작만두, 이것 역시 독특했는데요. 기름 탓일지, 피 때문일지 모르겠으나 겉에서 호떡의 맛과 향이 납니다. 속은 약간 분식의 만두소인데 호떡 피가 감싼 느낌이랄까요? 철판과 기름이 호떡 노점과도 비슷했으니, 이런 부분이 맛에서도 조금 통했나 봅니다.
그렇게 메뉴가 각각 얼마인지도 모르고 계산. 술까지 해서 약 1만 원 초반대로 시장스러운 단가였습니다. 지금은 또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음식과 술 한 병 비우내고 밖으로 나서니,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바깥 날씨였습니다.
규모가 작은 터라 각을 잡고 방문하긴 그렇고, 아마 연령대가 있는 동네 사람들만 주로 찾는 곳일 겁니다. 노시장이 점점 사라져 가고 그 영역이 마모되듯 조금씩 축소되어 가는 것도 같은데, 뭔가 제일시장이 그러한 느낌이었습니다. (1970년에 개장) 연식만큼이나 이곳도 과거엔 더 사람이 붐비고 활기가 있지 않았을까 모르겠네요.
시장도 수명이 있는 것인데, 언젠가는 보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얘기 등을 나누며 연인과 걸어왔던 것 같습니다.
나름 역사가 있는 공간에 왔었다는 발자국 하나 놓고, 정취를 느끼고 가니 아련한 기분도 들고 그렇습니다.
은평구 대조동 제일시장의 ‘납작 만두 원조’
- 영업시간은 정확히 모르겠다. 21시 종료로 알고 있는데, 열려 있나? 하고 방문했기에 사전 문의가 필요해 보인다.
- 주차는 불가하다.
- 화장실도 따로 확인하진 못했다. 시장 공용 화장실이 아닐까 추정.
- 노점들이 시장 상가 통로에 1열로 자리 잡고 있는데, 그중 납작만두 및 떡볶이 등 각종 분식류를 서비스 중인 노점이다.
- 아주 오래된 납작만두집이 있다는 정보를 어떻게 접하곤 방문하게 되었다.
- 시장은 크지 않다. 걸어서 2분이면 관통하는 정도의 크기.
- 카드는 불가, 현금 또는 계좌이체만 가능하다.
- 노시장의 분위기가 물씬, 진정한 노포가 아닐까 싶은데. 노포를 좋아하는 필자지만 약간은 부담이 가중될 정다. 들렸던 시장 노점 중에선 강렬함은 1위이지 않았나 싶다.
- 그렇게 임팩트 있는 맛은 아니었다. 그저 익히 아는 스타일의 떡볶이와 만두 아닌 정도로, 무난한 맛. 그래도 소주 한 잔 함께 즐길 수가 있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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