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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마포구

(마포구/공덕동) 희소성 있는 돼지꼬리가 있는 노포, ‘용마루굴다리껍데기’

고독한 먹기행 (201) - 마포구 공덕동의 ‘용마루굴다리껍데기’



‘왜 용마루와 굴다리일까?‘
엮인 듯하면서도 별개인 듯한 키워드의 조합에 그런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지도 앱을 조회해 봐도 용마루길과 익히 아는 숙명여대의 굴다리길은 별개로 보였으니까요. 아직도 대전 촌놈인 필자에겐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대충, 예전엔 이 위치가 아니었나? 가볍게 추측만 해볼 뿐이었습니다.
여하튼 간 반경의 범위를 넓혀보면 이 근방엔 ‘굴다리’를 상호로 하는 집들이 종종 포진되어 있는데요. 워크숍을 마친 후 마침 근처로 이동한 터라, 체크해 두었던 굴다리 상호의 한 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선정의 이유라면 희소성을 지닌 돼지꼬리구이를 다룬다는 점. 상당히 흥미를 유발하는 말단의 특수부위인 돼지꼬리가 메뉴판 첫 줄에 등장하니 이거 구미가 살짝 당기더군요.
부속집을 여럿 다녀보았지만 돼지꼬리를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집은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돼지갈비도 제공 중이긴 하지만) 막상 그 메뉴들을 마주하니 임연수, 오징어볶음, 조개탕 등 약간 별개의 것들도 조답하게 섞인 듯했는데, 이 또한 상호와 닮았다고 하겠습니다. 이거 한데 엮어 풀어내기 쉽지가 않겠네요.

고깃집과 실내 포장마차의 경계를 들락날락하는 듯한 키워드가 조합된 노포입니다. ‘용마루굴다리껍데기’를 이백한 번째(두온한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조목조목 뜯어보겠습니다.
 
 


※ 상세한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공덕임에도 꽤나 낯선 동네인 것 같네요. ’용마루굴다리껍데기‘입니다. 아마 공덕역의 주먹자골목과는 떨어져 있어 그런 느낌을 받은 것도 같습니다. 기껏해야 역 주변의 갈매기, 전집, 족발골목이 다였으니깐요.




들어가 보니 상당히 밝은 내부였는데요. 입장했을 당시엔 한 테이블 정도 손님이 있었는데, 굉장히 밝고 조용한 분위기라 조금은 묘했습니다. 내부가 그렇게 노포스럽지도, 그렇다고 고깃집스럽지도 않았다고 할까요?



 


착석 후 메뉴판을 살피는데, 아 여긴 좀 노포스러운 구성이 묻어있네요. 손글씨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저렴하다 생각되는 가격이었으니까요.

주류의 금액을 보고도 살짝 눈을 의심했습니다. 공덕임에도 4천 원을 유지 중이었기 때문인데, 이젠 은평구에서도 흔치 않다 생각합니다. 의외이면서도 반가웠네요.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셀프입니다.
돼지꼬리 2인분을 주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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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굉장히 투박해 보이는 2종의 장이 등장했습니다. 일체 꾸며지지 않은 그런 장입니다. 고추장과 고추를 절인 간장이라니 이건 또 생각도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투박한 돼지꼬리와 만나면 엎치락뒷치락 하는 것인가?’



 

 


이후로도 계속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기본 곁들임도 통일되지 않은 듯한 종잡을 수 없는 느낌. 단순 입가심일지 생양배추의 용도도 좀 의아했습니다.

얼마 전 청량리에서 만난 전농동의 ‘독’은 컨셉이라도 확고한데, 그렇게 이곳은 영 종잡을 수 없다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그저 연로하신 할머니가 내주시기까지 천천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네요.
그렇다 보니 단점이긴 한데, 단 두 테이블이었지먼 체감상 약 20분가량은 기다린 기분입니다. 돼지꼬리는 거의 완제품으로 조리가 되어 등장하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구요.
그래도 그 묘한 분위기 덕에 느긋하게 기다릴 순 있었습니다.



 

 

돼지꼬리구이 2인분


그리고 등장한 돼지꼬리입니다. 이렇게 등장하는 건 처음 봤네요. 껍데기와 분리되다시피 나왔는데, 그 생소한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뭉뚝뭉뚝 썰려 약간 몽당의 모습으로 구워져 나왔는데, 투박한 장만큼이나 임팩트 있는 날 것의 모습입니다. 첫인상은 좀 강렬하네요. 진정 노포에서나 볼 수 있는 굉장히 희소성 있는 모습이었으니까요.



 


‘점심의 잔기운으로 집어먹는 녀석이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말 집어먹어야 할 녀석이 등장할 줄이야.’ 그렇게 바로 한 입을 뜯어봤습니다.
음, 진득하면서도 질근한 닭목살을 뜯는 식감입니다. 살점이 꼬리 부위라 그런지, 쫀득함이 있지만 질긴 건 사실이구요. 약간은 노골적으로 뜯는 모습을 연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해 드는 생각이라면, 무르고 물컹한 껍데기를 싫어하는 이들도 즐길 수 있는 질감이지 않나? 정도.

고추장에 곁들이니 약간 진한 감이 더해져 괜찮긴 한데, 뭔가 글로 풀어내기가 참으로 어렵네요. 소재와 키워드들이 분산된 듯한 느낌으로 고추장과 돼지꼬리처럼 현재까지 글이 내려오는 데도 꽤 걸렸습니다.



 

 

임연수 구이

 
아무래도 말단의 부속이다 보니 허한 감도 있어 이때쯤 임연수 구이를 추가로 주문해 봤습니다. 내내 할머니 혼자서 이걸 다 감당하시나 했는데, 가족으로 보이는 분도 마침 나타나셨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나오기까지 꽤 오래 걸렸지만, 음. 이건 꽤나 실하게 등장했습니다. 일반적인 생선구이보단 두툼하게 튀김옷을 입은 모양새입니다.



 

 
생선인데 치킨 비슷한 풍미를 주기도 하네요. 두꺼운 튀김옷 덕에 육즙은 잘 가둬져 아주 촉촉하게 즐길 수 있고 말이죠. 크기도 내실도 괜찮았던 외유내강, 아니 외강내유의 임연수입니다.

그렇게 녀석을 마무리할 때쯤, 조용한 이곳에 손님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근방에 있었다면 이따금 찾았을 것도 같습니다. 다만 꼬리와 생선구이만으로 강렬하게 탁 치는 무언가가 오진 않았네요. 그저 찾기 힘든 돼지꼬리구이라는 희소성으로, 한 번쯤 기회가 닿는다면 방문해 볼 만한 집으로 정의했습니다. 막상 만나려 해도 만나기 쉽지 않은 부위니까요.

참 이런 집은 글로 풀어내기가 고됩니다. 한데 버무리기 힘든 듯한 소재들과 키워드들이 모인 노포, ‘용마루굴다리껍데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마포구 공덕동의 ‘용마루굴다리껍데기’

- 영업시간 17:00 ~ 23:00 (라스트오더 22: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외부로 추정)
-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운영 중인 돼지구이 노포
- 때문에 음식이 나오는 대기 시간은 상당히 긴 편. (묵묵히 차분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차근차근 준비해 주시기 때문. 붐비지 않는 조용한 내부였다 보니, 느리다 보단 이해되는 천천히였다. 보기 좋았다.)
- 꼬리를 저며 펼쳐낸 부속구이집의 꼬리살과 다르게 이곳은 통꼬리를 구워 즐기는 방식.
- 돼지갈비와 다르게 꼬리는 바로 먹을 수 있게 별도로 조리가 완료된 후 등장한다.
- 묘하게 매력이 있긴 하다. 잔부위라 그런지 껍데기는 보다 질긋질겅한데 감칠맛이 조금 있달까? 별도 가미된 양념 영향도 있는 것 같다.
- 다만 먹기가 굉장히 힘들다. 원초적인 모습으로 뜯어야 하는데, 고고하게 즐길 수 없는 음식임은 참고. 아니, 음식보다 술안주에 가깝다.
- 임연수는 치킨형 튀김의 구이로 등장. 육즙보관력은 높아 즐기기 나쁘지 않았다.
- 주류 또한 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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