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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서대문/북가좌동) 90년대로 타임슬립한 기분이 드는 노포, '봉일천 장군집'의 모듬부속구이

고독한 먹기행 (17) -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봉일천 장군집'

필자는 당시 오랜 과거, 파주 봉일천의 어느 부속집으로 타임슬립해 버렸다.

연탄과 벽돌에서도 세월의 맛을 느꼈다.


구이하면 삼겹살, 소고기 구이가 가장 대중적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은, 아주 가끔 이 녀석이 툭 치고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돼지 부속구이인데요. 꼬들살, 항정, 덜미, 코등살 등의 '파주 봉일천'의 계보를 잇는 꽤나 FM스러운 돼지 부속집. 서울에선 유독 만나기 힘들다라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확실히 대중적인 선호도나 인지도로는 떨어지는 편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서울 서부지역에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참으로 화려한 네온사인입니다. 멀리서 보고 점집인 줄 알았네요. 전 범상치 않다고 표현했습니다.

이전 세대의 감성이랄까요? 그런 부분과 함께 파주 봉일천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부속구이집. 열일곱 번째 먹기행의 소재는 북가좌동에 위치한 '봉일천 장군집'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자, 먼저 가벼운 방문기입니다. 멀찌감치서부터 저 노란 옆간판이 보이더군요. 이름도 그런 느낌을 주거니와, 강렬한 노란, 빨간색의 조합으로 인해 흡사 점집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부속으로 유명한 파주의 봉일천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장군집'의 상호지요.

 

 

골목도 간판과 같이 범상치 않군요. 깜깜한 동네인 탓도 있지만, 적시적소만 비추고 있는 불빛들로 인해 가게 내부와 외부가 단절된 것 같다 라는 느낌도 받았어요. 꽤나 오래된 듯한 외부의 모습 때문일까요? 들어가면 과거로 타입슬립할 것 같은 기분도 들더군요.

 

아마 저 알록달록 네온사인이 오랜 영화의 타임머신 불빛과도 같아 그런 생각을 했나봅니다.

빨려 들어가보도록 하죠.

 

 

예감이 틀리지 않은 느낌입니다. 내부의 TV와 전등만 빼자면 한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네요. 그 시절로 와있는 기분도 듭니다. 평소 짜글짜글하다. 짜부리하다. 라는 근거 없는 개인적인 표현을 자주 쓰는 필자인데요.

 

이집이 딱 저만의 표현에 부합하는 집입니다. 역사와 세월이 벽면, 가게 곳곳에 흠뻑 밴 곳. 좋아합니다. 고기마저 맛난다면 금상첨화죠. 소주가 술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테이블엔 사진과 같이 연탄 화구가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 때운 연탄이 보이죠. 얼마만인가요. 어린 시절 연탄을 때우던 기억이 납니다. 빙판길에 저 본인의 역할 다한 연탄을 뿌리던 것도 기억이 나구요.

 

이렇게 구이집에서나 어쩌다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세월이 참 야속하네요. 그래도 제대로 된 연탄구이로 재회하자며 반가움의 하이파이브를 마음 속으로 외친 필자입니다.

 

 

자, 장군집의 메뉴판입니다. 굉장히, 심히 요즘 시세 대비 저렴합니다. 부속이라는 자투리 부위 덕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타 부속구이집과 비교해도 저렴하다는 생각입니다. 라면이 3,000원이란 점도 놀랍네요. 괜히 내부에 동네 주민분들이 가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듬과 꼬들살 하나씩, 그리고 소주 한 병을 주문한 필자입니다.

 

 

참 정말 불규칙하게, 지저분하게도 쌓인 낙서네요. 마침 99년도의 방문 메모도 보입니다. 사장님 왈(曰) 1999년에 시작된 집이라 하십니다. 20년 넘게 장사를 이어오고 계셨군요. 외환위기로 힘들었을 세대들의 삶도 녹아들어 있을 것이구요.

 

추측이지만 그 시절 삶의 애환을 겪던 사람들을 달래고 어루만져주던 곳이 아닐까 싶네요.천장은 당시의 한숨과 고단함이 쌓여 올라가 그을린 것이 아닐까도 생각해 봤습니다.

 

 

자, 기본 찬입니다. 고추, 편마늘과 함께 다진 고추, 다진 마늘도 함께 나왔죠? 다진 녀석들은 부속용 소스에 섞을 녀석들입니다. 함께 나온 김치는 이후에 나올 은박접시에 버터와 함께 구워주십니다.

 

 

사진과 같이 말이죠. 활활 타오르는 연탄불과 함께 두 개의 은박접시가 올라갔습니다. 하나는 버터와 함께 김치를 넣고 풍미를 살릴 녀석이구요. 또 한 접시는 소스+파절임과 함께 즐길 접시입니다. 일반적인 정통 부속집의 인파이트 스타일의 원투 펀치입니다. 없어선 안될 필수 조합인데, 만족스럽습니다.

 

 

선수 입장입니다. 모듬부속구이와 꼬들살인데요. 운 좋게도 방문 당시 사람이 적었던 탓인지, 여사장님이 직접 설명을 곁들여 주셨습니다. (물론 이후에 테이블이 가득 차자, 그런 여유는 사라져버린 듯합니다. 정신 없더군요.) 사장님의 친절하시면서도 수줍어하신 듯한(?) 그런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 구성은 염통, 유통, 항정, 새끼보, 갈매기, 생막창까지. 구성하고 있는 부위 참으로 실하네요. 다만 잡내가 심할 수 있는 부위들도 포진해 있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이 점을 사전에 유의하시면 좋겠네요. 부위 특성상 양념이 되어있긴 해도, 새끼보와 같이 어쩔 수 없이 돼지 특유의 향이 강한 부위도 있습니다.

 

 

불판 양옆으로 급 등장한 붉은 벽돌 형제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강한 연탄 화력을 직격으로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테이블 이격용으로 쓰이는 벽돌입니다.저런 스타일의 붉은 벽돌도 참으로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아요. 벽돌 또한 세월을 함께 한 느낌인데, 때문에 따뜻하게 느껴집디다.

 

자, 이제 만반의 준비를 갖췄습니다. 연탄불에 뚝뚝 떨어지는 기름과 같이, 필자 마음에도 불씨를 집히기 시작하네요.

 

 

색감이 좀 살아났죠? 빨리 익어가는 염통과 같은 녀석들을 시작으로 맛보면 됩니다.

 

 

그렇게 한 점하는데. 직감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이 병정과 같은 돼지 부속들을 자주 상대할 거란 예감말이죠. 제대로 된 부속 연탄구이 부대더군요. 기름은 쫙 빠지고, 센 불에 바싹 구우니 서걱거리는 식감 또한 일품입니다.

 

물리지 않는 양념, 더해 적절한 숙성때문인지 고기의 필수 요소들이 입에서 조화롭게 움직이네요. 

 

 

제조해둔 저 소스가 참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좋더군요. 파절임에 곁들여 먹어도 좋고, 특제 소스에 찍어 즐겨도 좋구요. 전반적으로 다운된 색감의 내부는 따뜻하게 필자를 감싸주는데, 잘 익은 부속구이는 불씨를 지피듯 치고 들어오네요.

 

2차 구이는 맛이 달큰한 꼬들살로 시작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이후엔 연탄 열기도 그렇고, 녹아버린 필자. 사진 찍기는 놓아버리고, 그저 한잔과 고기를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필자는 당시 오랜 과거, 파주의 어느 봉일천의 부속집으로 타입슬립해 버렸습니다.

 

 

참으로 치열했습니다. 3천 원의 라면이 흥분감을 진정시켜주네요. 곁들임은 라면이 다인데요. 아, 마음에 듭니다. 마무리 또한 실망을 시키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느끼기에 참으로 숨은 집이네요. 위치적으로나 이런 곳에 이런 곳이? 동네 사람들만 소문 퍼지지 않게 알고 있던 곳이었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필자의 거주지와도 인접한 곳에 있으니, 등잔 밑이 어두웠네요.

 

'봉일천 장군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봉일천 장군집'

- 영업시간 17:00 ~ 02: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코로나 탓으로 앞으로 2시간씩 당겨 운영하다가 이젠 정상화가 된 것으로 추정

- 주차는 불가

- 연탄불+고깃집 스테인리스 원형 테이블의 형태 / 화장실은 의외로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서울에서 파주 봉일천의 명목을 잇는 듯한 집, 부속구이의 정통 인파이트 복싱을 펼치는 돼지 부속구이 전문점

- 단점이라면 동네 주민이 가족 단위로도 많이 방문해 만석 시 다소 시끄러울 수 있음

- 아무래도 자투리 부위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

- 분위기도 굉장히 올드한 감으로 노포스러운 구이집을 선호하는 경우 방문 권장

- 굉장히 저렴한 가성집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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