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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지순례

(중구/장충동) 역사를 품은 빵과 내부, '태극당 본점'의 생크림빵과 로루케익

고독한 먹기행 (18) - 중구 장충동의 '태극당'

역사를 그대로 품은 빵집은 또 처음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내부도 내부지만, 빵들 하나하나가 역사를 품고 있었다.


맛집을 방문하고 그에 대한 행위를 글로 풀어내는 것이 취미가 되며, 언제인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은 기회가 되면 의무적으로라도 들러보자, 라고 말이죠. 이유인즉슨, 빵을 사는 행위 이상으로 볼거리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프렌차이즈의 침략 속에서도 이름을 공고히 유지 중인 집들인 만큼 나름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사진은 본점 아닌, '태극당 서울역점'의 생크림빵입니다. 각 잡힌 모양새가 본점보다 보기 좋았기에 첨부했습니다.

조금 보태서 이집은 박물관을 견학한다는 기분도 들게 했습니다. 서울에서 나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 빵집 중 한 곳이죠. 장충동에 위치한 '태극당'이 열여덟 번째 먹기행의 소재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자, 도착한 '태극당 본점'입니다. 이게 빵집의 건물이랍니다. 으리으리해 우스갯소리로 '빵물관'이라 해도 되겠네요. 하얀 외관의 건물을 지나칠 때마다 뭐 분점에서 파는 빵들을 팔겠지, 별 게 있겠어?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뭔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더군요. 들어오자마자 흥미로운 내부를 눈에 담았습니다. 낮 시간에 '미스터션샤인' 재방을 보고 온 필자인데요. 드라마 OST의 비올라 소리가 머리에서 춤추기 시작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굉장히 앤티크합니다.

 

 

스테디셀러 코너가 있으니 미리 살펴보면 좋겠네요. 참, 이거 뭔가 빵들이 추억의 빵이죠? 꾸밈이 없어 좋네요. (되려 꾸밈 없는 게 독특한 꾸밈 같기도 하고 헷갈리네요.) 이렇게도 독보적인 브랜드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팥빵, 카스테라, 월병, 버터빵, 롤케익 등. '고방', '로루', '사라다' 표기가 독특한 것이 어찌 보면 일제의 잔재겠으나, 그 시절엔 당연하게 전해오고 불려왔을 일본시 표기들을 그대로 메뉴로 쓰고 있네요. 시대를 나타내기 위함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 예스러운 미가 가미되어 좋았습니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도 멋스럽네요. 내부는 굵직한 기둥들, 각 잡힌 천장, 브라운톤을 비추는 저 샹들리에까지 더해져 근대사를 그대로 찍어낸 듯한 모습입니다. (물론 그 시대를 산 것은 아니지만요.)

 

빵집에서 이런 기운을 느낀 것은 처음이라 적지 않게 당황한 필자였습니다. 방문하길 참 잘했습니다.

 

 

벽면의 풍경도를 보고 순간, '목장까지 있는 것인가?!' 했습니다. 오래전이고 지금은 아닌가 봅니다. (현재는 저 '농축원'의 이름을 따와 별도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듯하구요.)

사진과 같이 내부 한켠에는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구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근사한 카페 공간이 나타나더군요. 분위기 참 고풍스럽습니다. 카페 공간 입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턱시도를 입고 워킹을 해도 위화감이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요. 필자도 가배 한 잔을 할까 했으나.

 

 

내부 감탄은 여기서 마치고,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대표적인 빵들을 찾아줘야 하는데, 제 취향에 맞아 다가간 빵은 야채사라다빵입니다. (앞서 스테디셀러 메뉴에서 봤다시피 모나카아이스크림과 함께 대표 메뉴 중 하나입니다.) 전반적으로 빵들의 가격이 꽤나 있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보니 그만큼 묵직한 빵들이더군요.

 

그런데, 2시간 이내 취식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다음 예정지가 있었기에 늦게 취식하려 했었거든요.

이 녀석은 아쉽게도 패스했습니다.

 

 

그래, 크림빵. 필자가 제일 잘 먹는 빵입니다. (개인적으로 시장의 500원짜리 버터크림빵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생크림빵을 몇 개 주워 담았습니다. 사라다빵 만큼이나 상당히 묵직한 크림빵이네요.

 

 

그렇게 빵을 더 고르기 위해 둘러보는데, 웃음이 나는 반가운 빵들이 보입니다. 글씨체도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글씨체인데, 예스러운 포장지도 참 매력적입니다. 시-본 케익이랍니다. 이것도 그 시절의 표기 같군요. (쉬폰 케익일텐데, 일본어 반탁음 포ポ를 보로 발음했었나 봅니다. '시'와 '본' 사이로는 장음을 표기한 것일까요? 정확진 않습니다.)

 

여하튼 간 어린 시절에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자주 접하던 추억의 빵들입니다.

 

 

월병도 담았습니다. 강낭콩 앙금의 호두과자를 좋아하거든요. 보니 태극당 로고와 월병, 둥글둥글해서 그런지 잘 어울리는군요.

 

그런데 이거 구경을 멈추고 구매만 하려 했는데. 구경거리들이 끝도 없이 나옵니다.

 

 

계산대의 모나카 아이스크림도 한 번 촬영해 봤구요. 사진 속 독특한 액자의 문구도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납세는 국력'이랍니다. 당시 자동차세 고지서가 날아온 필자인데, 급 서글퍼지네요.

 

 

계산을 마친 후 구경을 이어갔습니다. 한켠에 진열된 과자들도 시절을 담고 있네요. 기억이 납니다. 우측 사진의 동그란 쿠키 같.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 칭찬을 받을 때마다 한 개씩 얻을 수 있었던 과자입니다. 오래간만에 보네요.

 

 

자, 빵물관 '태극당 본점' 견학도 슬슬 마무리 단계입니다. 이번엔 견학 중 가장 경악스러웠던 케익들입니다. 색상 참, 매력적입니다. 생크림 케익은 색감이나 모양새가 오랜 예식장이랄까요? 그런 예식장의 물결문양의 하얀 기둥을 연상케 하더군요.

 

다양하고 화려한 것이 늘어난 요즘이라서 그런지 더욱 돋보이네요. 자세히 보면 데코로 올라간 딸기는 딸기 아닌 젤리인 듯싶은데요. 정말 흔치 않은 그 시절의 케익 같은데, 태극당에서는 이질감이 없네요. 참, 이렇게 또 브랜드가 되는구나. 내내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와보길 정말 잘했어요.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로루케익. 사진은 '태극당 서울역점'에서 선물용으로 구매한 로루케익입니다. (이건 유통기한도 긴 편이어서 선물로도 좋으니 참고용으로 첨부합니다.)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이 대전역에 있듯, '태극당'도 이젠 서울역 1층에 분점이 자리하고 있으니, 고향 방문하는 분들이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글의 마무리가 꽤나 늘어졌습니다. 요새 보기 힘든 금붕어 어항으로 본점 소개는 정말 마무리입니다.

 

뭐, 빵맛은 좋았습니다. 묵직하더군요. 다만, 순박하다 해야할지? 그런 느낌의 맛이라, 입맛이 다양해진 요즘 세대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보다 추억을 먹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태극당'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구 장충동의 '태극당'

- 영업시간 매일 08:00 ~ 21:00

- 주차는 불가 (인근 공영, 민영주차장 이용을 권장)

- 대중교통 이용 시 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 바로 앞

- 베이커리 공간과 카페 공간을 함께 운영 중 (매장 내 취식도 가능)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흡사 박물관에 온 느낌, 앤티크한 내부 분위기로 눈 요깃거리가 쏠쏠함 (사진 참고)

- 개성적인 빵보단 그 시절의 빵, 그  시절의 케익, 정통, 추억의 빵을 추구하는 스타일

- 내부의 디자인과 글씨체도 시절을 반영한 느낌

- 빵들이 생각보다 큰 편이고 가격대도 있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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