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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지순례

(중구/태평로2가) 두 나라의 문화가 마주 보며 사각형으로 크로스, '덕수궁 리에제와플'

고독한 먹기행 (79) - 중구 태평로2가의 '덕수궁 리에제와플'


덕수궁과 리에제와플.

전혀 다른 두 나라의 문화가 마주 보며 사각형으로 크로스!


주말 오후, 정동길을 산책하던 중. 모처럼 뜻하지 않게 근사한 디저트 하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아직은 글이 미미한 '고독한 빵지순례'의 섹션에도 글을 보탤 수 있게 되었네요. 그 주인공은 벨기에 사람들이 무척이나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 와플입니다. 이거 간판부터가 벨기에의 리에주를 담고 있으니,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본업과 먹기행을 위해 큰맘 먹고 구매한 아이폰 14 pro가 간만에 제 역할을 했습니다. 온화한 아웃포커싱이 참으로 좋더군요.

와플처럼 각진 문양의 덕수궁 돌담길에서, 잠시나마 달콤한 와플 타임을 갖게 된 필자입니다.

벨기의 브뤼셀도 먼 나라 딴 세상 이야기인 필자가 리에주 와플을 만나게 된 후기. 필자뿐만 아니라 돌담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접하고는 쉽사리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덕수궁 리에제와플'을 일흔아홉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으로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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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인근의 경희궁에서 출발한 오후의 도심 산책이었습니다. 슬렁슬렁 걷다 보니 덕수궁길이 나오기 시작했고, 범상치 않은 와플집을 떡 하니 만나게 되었죠. 항상 늦은 시간에만 찾았어서 그런지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멈칫하고 바라보는데 손님들의 방문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집으로 앞으로 사람들이 몰렸다가 줄었다가를 반복하더군요.)

 

와플이라. 개인적인 추억이라면 뭐 벨기에는 꿈도 못 꾸거니와 동네 노점의 와플집 정도인데, 생크림과 꿀을(메이플 시럽 아닌) 발라 착 접어 먹었던 길거리 와플 정도. 언제인가, 그 맛이 간절하게 생각이 나 냉큼 배달 주문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금액만큼이나 이 녀석의 맛은 훨씬 고급지겠죠? 가까이로 가 이것저것 살피니 상당히 유명세를 떨치는 집인가 봅니다. 가게 외관에 달려 있는 와플 모형을 재미나게 보며 이것저것 사진에 담는데, 그런 흔적들이 보이더군요.

이런 유명 디저트집의 방문. 흔치 않지. 잽싸게 만남의 기회를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메뉴판입니다. 개별로도 생소한 필자인데, 거 참 종류가 많군요. 또 언제 방문할지 모를 일이니 복수의 것을 주문할까 했으나, 저녁을 앞둔 터라 무리한 주문은 불가했습니다. 흔치 않은 단 한 번의 1회성 기회이니, 이 집의 시그니처. 와플 블루베리 크림치즈로 도전장을 내민 필자입니다.

 

 

커피와 함께 말이죠. 이야, 와플이 다 그런진 모르겠으나 참 예쁘더군요. 생크림과 잼 등의 첨가물에게 가려지긴 했지만 정말 맛있게 노릇노릇 구워졌다는 느낌이 딱 들었어요. 역설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맛있게라는 표현보다 달콤하게 구워졌다라는 표현이 조금 더 어울리겠네요.

무거운 녀석을 지탱하고 휴대하기 좋은 용기가 덕수궁길 일대를 카페로 만들어주네요. 바로 근처에 앉아 취식을 한 필자입니다.

 

 

아, 물론. 빠질 수 없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과의 촬영, 필자도 해봤습니다. 분명 사장님의 노림수가 있었겠지요? 덕수궁 옆의 와플이라니. 전혀 다른 문화의 것들이 사각으로 통합니다. 세는 무시무시할지 모르겠으나, 생각해 보니 이 집은 무료 포토월을 구비 중인 집인 셈이네요.

서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아는 연인들의 담벼락을 말입니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아 맛을 보는데, 음. 묵직합니다. 그런데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농후한 달콤함. 새콤하면서 녹진한 크림치즈와 달달한 블루베리 잼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는 후하디 후한 달콤함. 좋더군요.

덕수궁과의 예쁘장한 한 컷 뿐만 아니라, 입안 가득 주말의 행복감을 되새겨주기도 합니다.

 

디저트엔 일가견은 없고, 이제 막 만날 기회들을 만드는 중인 필자지만 알 것 같네요. 녀석이 주는 고급진 행복감을 말이죠.

주말 오후의 색상에 와플의 금빛 분위기까지 더해져 은은함이 감돌게 만들어줍니다.

 

 

모처럼의 주말 오후의 산책. 덕수궁과 리에제와플의 조화가 주는 행복감. 값진 곳에 발도장 하나 더 찍어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어요.

'덕수궁 리에제와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구 태평로2가의 '덕수궁 리에제와플'

- 영업시간 08:00 ~ 21:00 / 매일 영업하나 주말의 경우 09:00부터, 금토는 21:30까지, 미세한 요일별 차이가 있는 듯하다.

- 주차는 주말만 '한화빌딩 1층'에 주차가 가능함을 안내 중

- 실내 취식은 불가능. 대부분 가게 앞에서 촬영 후 맛을 보고 있더라. (벨기에 리에주 와플이 그런 길거리 간식이라 한다.)

- 인상 깊은 것은 반죽의 맛. 크림치즈와 블루베리잼에 가려지긴 하지만, 농후한 달콤함과 함께 쫀득하게 압착되는 듯한 식감.

- 표면은 살짝 바삭해 단단하지만 깨무는 순간 퍼석하고 부드럽게 씹힌다.

- 반죽의 밀도는 꽤나 느껴져 묵직한 맛과 포만감도 존재.

- 분점은 과천의 서울랜드에 딱 1개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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