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89) -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1가의 ‘PNB풍년제과 본점’
유독 맛집 간의 구도가 비슷했던 전주와 목포였습니다. 각지를 대표하는 독특한 짜장면을 선보이는 점과 함께, 가족 경영의 분쟁이랄지 유사 상호 베이커리 두 곳이 같은 시그니처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 또한 그러했습니다. 여기서 더 짜 맞추자면 CLB, PNB 전통의 빵집에 이니셜이 콱 박혀 들어간 모습 또한 비슷했고 말이죠.
덕분일지 동일한 상품을 두 개나 맛볼 기회가 되기도 하겠으니, 방문한 이들은 이를 잘 재보고 찾는 것도 재미 중 하나겠습니다.

그중 하나의 소재가 베이커리에 관심 좀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녀석, ‘풍년제과’의 그 유명한 전주 초코파이인데요. 센베이로(전병) 시작해 지금의 명성을 이룬 빵집이지만 필자가 이곳을 알게 된 계기 또한 바로 저 두툼한 초코파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갈라져 나온 ‘풍년제과’와 함께 지금은 PNB를 붙여 바뀐 상호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곳. 무엇이 원조이든 간에 근간은 이곳인 듯해 찾아가 봤습니다. ’PNB풍년제과 본점’을 백여든아홉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 PNB: 가족 분쟁으로 본래의 ‘풍년제과’란 상호를 넘기게 되며 소송 끝에 새로 붙게 된 일종의 이니셜이다. 풍년베이커리의 약자.
※ 상세한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전주 시내 충경로 사거리에 정말 빵 하나 사먹으러 올 수밖에 없겠지? 하고 떡 하니 위치한 ‘PNB 풍년제과’의 모습입니다.
목포에선 모르기도 했고(코롬방과 CLB), 이곳에서 또한 유사 상호 두 개를 동시에 찾긴 과한 감이 있어 과감히 패스한 필자였는데요. 그 덕분에 지척에 위치한 유명 베이커리를 두 개나 제쳐버린 필자였습니다.
’왜, 이거. 응? 분쟁이 벌어져서 한곳만 찾으면 아쉬움이 남게 하니?!‘ 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싶지만 서도. 생각해 보니 아이러니 하게도 그 대립의 각이 지금의 전주 명물을 있게 한 시너지 효과가 되지 않았나도 싶습니다.
이젠 커져버린 두 곳 중 한 곳만 사라져도 만만치 않은 손해가 생길 테니 말입니다.

사담에서 돌아와 PNB 내부로 들어와 봤습니다.
이곳은 ‘백년가게’의 타이틀도 획득 중인데요. 늘 그렇듯 스윽 한 번 정독을 해주고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베이커리의 모습에 조금 놀란 필자입니다. 꾸며진 듯한 모습이 덜한 흡사 제과 공장 같았거든요. 동네 식료품점 가판대의 느낌도 나고 말입니다.
하기야 초코파이 속성 포장객도 많을 것이고, 전주 각지 명소에 분점을 운영 중이기도 하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그래도 여태껏 방문한 랜드마크 빵집과는 사뭇 다른 수수한 분위기에, 재미난 매력을 느낀 필자였습니다.


본격적인 베이커리 나들이를 시작해 봅니다.


당연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시그니처 초코파이 알알이 부대였습니다. 몰랐습니다. 이리도 많은 종류가 있었네요. 그 포장과 진열의 위용이 진정으로 달콤살벌 벌떼와도 같습니다.

오리지널 초코파이 낱개
가장 먼저 집어든 건 오리지널 초코파이 낱개.
이 전주 초코파이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계끼가 아마 이십 대 어느 연말의 선물로였을 겁니다. 자취방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지내던 시기였는데, 초코파이 선물 한 박스는 일주일 유용할 아주 귀중한 양식이 되어줬었거든요. 그 시절의 인연, 이젠 내 널 직접 찾으러 왔구나.


그리고 이곳의 시작이자 현재의 PNB를 있게 해 주었다는 땅콩센베입니다. 솔직히 이곳의 제과류가 필자의 취향을 찌르진 못했고, 담긴 양도 그 옛날의 꾸역꾸역 방식이라 과할 듯해 녀석은 시식 코너를 통해 맛만 봤습니다. 예측이 되는 고소하고도 정겨운 옛맛입니다.

이 양갱도 시식으로 맛봤네요. 이런 시그니처 제과 시식의 코너는 흔치 않은 듯한데, 참 정감 있고 좋았습니다.


양갱 대와 소
달려있는 설명과 네임텍만큼이나 말이죠. ‘그래, 이런 분위기였구나.’ 슬슬 감이 오고, 내부의 모습과 소박하게 생긴 제과들이 이곳의 인상을 완성시켜 주었습니다. ‘말 그대로 풍년일세.’
양갱은 개인적으로 맛이 참 좋다고 느껴, 그런 의미에서 하나를 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옛날 빵 쉬폰의 질감이 느껴지는 투박한 롤케익도 보였고, 조금은 취향에 부합하는 찝찔한 쏘당쏘당 등 몇 개 등을 주워 담아 저녁의 간식으로 구매를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그 맛은 예상 그대로의 맛이겠지 싶었는데, 너무 오랜 옛날의 기억이긴 하지만 기분 탓일지 이곳에서 사먹은 것이 더욱 좋네요. 뭔가 뻑뻑한 감이 덜하게 좀 더 부드럽게 들어갔다고 하겠습니다. 맛도 더욱 진했던 것 같고 말입니다.

대단하게 꾸며진 것 없는 수수한 컨셉의 빵집이었습니다.
간절한 시그니처 아닌 예측되는 맛의 시그니처 몇 종을 만났다 보니 좀 편안하게 힘 빼고 방문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초코파이와 센베 하나로 이 정도의 규모와 인기를 자랑 중이라는 건, 그만큼 당연하고 편안하게 찾는 집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고 보니 정말 ‘백년가게’와 어울리는 빵집이기도 합니다. 뒤늦게 추가된 영문은 어쩔 수 없다만 상호와 내부와 대표 빵 3가지가 모두 통일성 있다는 인상을 안겨준 제과점.
‘PNB풍년제과 본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1가의 ‘PNB풍년제과 본점’
- 영업시간 매일 08:00 ~ 22:30
- 주차 가능 (길 건너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영빈주차장’에 주차 시 30분 무료 지원. 주차장이 그리 크진 않지만 포장객들로 인해 차가 금세 빠지는 듯했다.)
- 1층은 베이커리, 2층은 카페의 구조 (취식도 가능한 듯한데, 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 화장실도 카페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 전주 초코파이가 시그니처인 빵집.
- 서울 소재 백화점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의 유명 터줏대감이자 전국구 랜드마크 빵집이기도 하다.
- 초코파이만 제외하자면 오랜 전통의 베이커리가 주를 이루는 곳. 빵의 종류는 목포의 코롬방과 마찬가지로 그리 많진 않은 느낌이었다.
- 센베 장사로 시작해 지금의 역사가 이어져 온 것인데, 가족 분쟁으로 쪼개져 두 개의 별도 법인이 각자 ‘PNB풍년제과’와 ‘풍년제과’를 운영 중.
- 기원은 이곳인 듯하나 그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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