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45) - 강원 춘천시 석사동의 '대원당'
여유로운 만남의 광장과도 같았던 빵집.
저렴한 시장 빵집 앞을 지나칠 때면 늘 버터크림빵이 있는지부터 한 번씩 찾는 필자입니다. 그때면 연인 曰, 버터크림빵이 그리 좋으냐라 물으면 언제나 “빵은 버터크림빵이지.”라 응수하는 필자인데요. 뭐랄까, 개인적으론 어린 시절 첫사랑의 달콤함과 같은 빵이 버터크림빵입니다. 생크림, 땅콩 또는 모카크림과 함께 나란히 초입에 진열되는 소박한 일상과도 같은 빵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음? 녀석을 주연으로 밀고 있는 유명 빵집이 있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였는데요. 으레 그렇듯 ‘백년가게’를 공략하려다가 춘천의 대표 빵집인 듯한 곳이 눈에 들어왔고, 버터크림빵이 주력 중 하나기에 일말의 주저 없이 방문을 결정했습니다. 유서 깊은 빵집은 역시나 당으로 끝나더군요.
춘천에서는 대표인 듯한 터줏대감 빵집, ‘대원당’이 백마흔다섯 번째 고독한 먹기행의 주인공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생각보다 큼직한 규모에 먼저 놀랐습니다. 서울의 유명 베이커리처럼 건물 자체가 ‘대원당’입니다. 꼭대기 층은 루프탑 카페로도 활용 중이더군요. 아주 춘천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린 지방 강자로구나 했네요. 만만치 않을 것 같은 느낌. 그 옛날 고려시대의 지방 유력 호족이 이러한 느낌이었을까? 말도 안 되는 비유를 떠올림과 함께 빵집에 들어가 봤습니다.
음, 넓습니다. 사치스러울 정도로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이질적이기도 했는데 이리 여유로운 유명 빵집은 또 처음이네요? 반대되는 매력이 있다 하겠습니다. 줄을 서서 들어가는 북적이는 빵집과는 다른 탁 트인 공기를 느낄 수 있는 베이커리라. 그런데 빵까지 많으니 약간 사치스럽단 표현이 생각났습니다.
서울이나 주요 도시가 지나치게 북적이는 걸 수도 있지만 말이죠.
그런데 카페 공간을 보자마자 그런 인상이 단박에 날아가 버리더군요. 잘못 짚었습니다. 사치가 아니라 여유였구나. 다른 베이커리엔 없는 탁 트인 전망. 이때부터 편안함의 기운이 확 느껴졌습니다.
친구를 만나려 기다리는 듯한 손님부터 빵을 시켜 수다를 떠는 손님 등. 일반적인 유명 빵집에선 느낄 수 없는 여유.
그렇게 다시 바라본 토요일 주말 ‘대원당’의 풍경은 오히려 소박하고도 여유롭다는 감상이었네요.
유유자적 내부를 거닐다가 아차 싶어 본격적으로 빵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음, 가격은 착한 편이란 생각입니다. 엄청난 가성비는 아니더라도 요즘 물가 대비 이 정도면 따수운 편이지요.
직접 마주한 버터크림빵은 선호하지 않는 식빵의 스타일이라 살짝 머뭇거렸으나 그래도 최고로 치는 녀석이기에 하나를 담았구요.
이름만 들어도 배부른 빵이자 이 집의 또 다른 시그니처, 맘모스도 담아봤습니다. 회사 과장님이 추천해 준 ‘장블랑제리’를 아직 만나지 않은 상태인데, 훗날 대결을 펼쳐봐도 좋겠구나 싶어 담았습니다. 가격 역시 크기 대비 준수하다 느껴지는 가격입니다. 어디까지나 요새 물가로 치면 말이죠.
본래 커피와 함께 포장할 예정이었으나 이곳이 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테이블에서 먹고 가란 분위기를 연출해 줬습니다. 덕분에 예쁜 전용 커피 잔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리품도 개봉했지요.
먼저 버터크림. 음, 좋습니다. 워낙 화려하지 않은 빵이기에 든 건 없지만 시장의 아주 저렴한 버터크림빵보단 확실히 격이 있는 느낌입니다. 빻은 듯한 호두가 이따금 씹히구요. 크림이 산뜻합니다. 설탕 입자는 거의 씹히지 않는 부드러움도 있고 말이죠. 뭔가 살짝 이곳의 내부와 닮았단 생각을 하며 달콤함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즐겨봤습니다. (아마 날씨가 무덥지만 않아도 더욱 사갔을 듯합니다.)
냉장고에 살짝 얼렸다 먹었으면 더욱 좋았으련만 이런 생각도 했네요.
이어 얼마만일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맘모스. 그저 어린 시절 추억의 빵 정도로 여겼던 녀석은 피식할만한 추억의 풋맛(?)과 같은 향이 났는데, 이거 참 묘사가 어렵네요. 그때 기억을 불러일으켜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겹겹 사이에 든 딸기잼도, 크림도 그렇고 소박한 풋내가 나는 빵.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되려 여운은 이 녀석이 버터크림빵보다 조금 더 진했습니다.
그렇게, 남은 녀석들을 싸갈 수 있도록 큼직한 봉투 한 장 더해주셔서 고이 모시고 복귀한 필자였습니다.
지방 랜드마크 유명 빵집 치고는 너무도 여유진 시간을 보내서 어색했던 ‘대원당’.
대전의 ‘성심당’과도 꽤나 그 취지가 통하는 듯한 춘천의 대표 빵집. 그런 이곳의 마음이 필자에게도 조금 닿았나 봅니다.그래, 꼭 박작박작하지 않아도 되는데, 필자가 가지고 있는 유명 맛집들에 대한 인식이 편견이라 일깨워주네요. 버터크림빵과도 같은 집이구나. 그렇게 빵과 함께 소박함과 여유를 느끼고 간 필자입니다.
유명 빵집이면서도 여유를 물씬 풍기는 ‘대원당’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원 춘천시 석사동의 ‘대원당’
- 영업시간 매일 08:00 ~ 22:00 (라스트오더 21:30)
- 건물 지하 주차장에 주차 가능. 단 협소해서인지 근처 공영 주차장 이용을 권장 중이다. (주말은 무료라 한다.)
- 테이블식 구조의 카페 공간도 넓게 구비 중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춘천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빵집으로 버터크림빵과 맘모스빵이 시그니처다.
- ‘공지천’변에 위치해 빵집답지 않은 트인 뷰와 넓은 공간이 인상적. 빵의 종류 또한 상당히 많다.
- 현재까지 방문한 유명 빵집들 대비, 이곳은 소박한 만남의 광장과도 같은 빵집의 느낌이 물씬이었다.
- 유명 빵집들과는 대비되는 넓은 공간과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그 이유다.
- 기대했던 버터크림빵은 식빵의 스타일이어서 아쉬웠으나 크림은 산뜻함이 강한 편. 보통의 버터크림빵보다 밝고 싱그럽다. 트인 내부와도 닮았다.
- 지방 빵집답게 저렴한 편. 가성비의 대명사 ‘성심당’과 비등비등한 편이다.
- 버터크림빵을 메인으로 내세워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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