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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동대문구

(동대문구/전농동) 이름처럼 치명적인 조폭불고기와 불두부탕, ‘독‘

고독한 먹기행 (175) - 동대문구 전농동의 ‘독’


비 오는 날, 제대로 독 안에 빠진 쥐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연인의 추억의 발자취를 필자도 따라 밟아본 시리즈입니다.

이곳의 존재를 처음 들은 건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청량리역 인근을 차로 지나다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먼발치로 보이는 도로변의 빛바랜 간판의 집이 연인이 자주 찾던 집이라 하더군요. 이후에도 어깨너머로 듣기만 하다가 가을의 마침표를 찍는 비가 오는 날, 강렬한 필이 찾아온 듯한 연인으로 인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독’의 조폭불고기. 부드러운 양념 목살구이다.

 

이 정반대 동네의 표독스러운 집을 작정하고 찾게 되었네요. 강렬한 표현들이 난무하고 매캐한 공기가 느껴지는 중독상 있는 고깃집. 사실 고깃집이라 해야 할지 술집이라 해야 할지 애매했던 집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립대 인근에 위치한 ‘독’에 백일흔다섯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빠져보겠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비가 오는 날임에도 과감히 방문을 감행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추적추적한 날이라 연인에게 더욱 강렬한 무언가가 찾아왔나 봅니다. 한 시간 조금 넘게 버스로 방문했는데, 뭔가 이거. 가까이서 보니 들어갈지 말지 더욱 주저하게 만드는 외관의 모습입니다.

아마 필자에겐 낯선 동네이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는 참 오래간만인지라 생소한 느낌도 있었던 것 같네요.

 

 

 

 

외부 영업시간 정보엔 지도 앱에 없는 라스트 오더 시간도 적혀 있으니 참고하여 주시고.

 

 

 

 

 

독 안으로 입성했습니다. 크, 들어가자마다 뭔가 찌르는 듯한 매캐한 공기가 느껴지네요. 양념 때문인지 코를 살짝 찌르는 매운 공기가 만연해 있었습니다. 마치 어디서 독성이 퍼지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당최 한 단어로는 요약이 불가한 인테리어였습니다. 확실히 느낀 건 보통의 기운은 아니라는 점. 그런 필자와 다르게 연인은 추억에 젖은 듯 반가운 흔적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으로 시선을 옮겨도 그 범상치 않은 기운은 여전합니다. 그래, 딱 이 가게가 열었을 시기에 이런 집들이 많았던 것도 같네요. 2024년에 보고 있자니 다소 뜨악스럽기 그지없기만 말입니다.

그 젊은 시절 연인의 발자취를 떠올려 보다가, 크흠. 하긴 필자에게도 이런 집이 하나 있긴 했습니다. 금세 수긍해 버립니다.

 

이후 조폭불고기 2인분 16억 원어치와 흔들면 큰일 난다는 18K 도시락, 그리고 치즈 닭알찜을 주문했습니다.

 

 

 

 

 

먼저 쌈재료가 나와줬네요. 이는 셀프바에서도 공수가 가능한데, 구운 고기에 김쌈이라니 굉장히 생소합니다.

 

 

 

 

18K 도시락

 

18K 도시락, 무난한 추억의 도시락이고 딱 그 맛입니다. 18K는 마음만 받았습니다.

 

 

 

불두부탕

(정말 메뉴 그대로의 맛)

 

이건 작명이 참 좋단 생각이네요. 순두부찌개? 아니 잡탕 찌개? 이 알싸하고도 얼얼한 탕을 무어라 불러야 하는고 했는데, 메뉴판을 보니 불두부탕이었으니까요. 그래, 딱 그 표현이 들어맞겠구나. 맛도 강렬했습니다.

 

 

 

 

조폭불고기 2인분

(인당 180g의 돼지목살 양념구이)

 

이어 등장한 메인,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조폭불고기입니다. 초벌이 된 양념 목살을 깍둑깍둑 썰어주셨는데요. 깍두기 스타일? 불맛에 깍두기라. 음, 정말 조폭과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점점 이곳 만의 묘한 중독성에 필자도 모르게 스며들게 된 것 같습니다.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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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양념의 고기는 분주히 움직여줘 합니다. 호일 위에서 이리저리 뒤집었다 옮겼다, 잠시간 구웠을까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완성되었습니다.

 

 

 

치즈닭알찜

(정말 꾸밈없는 그대로의 맛)

 

맞춰 정말 꾸밈없는 치즈닭알찜까지 나와주었고, 본격적인 시식 시작입니다.

 

 

 

 

메뉴판에 적힌 주인장의 강렬한 안내대로 김과 초장 비슷한 소스를 적셔 한 입. (무쌈은 빼고 마늘을 더했습니다.)

 

음?!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일련의 것들을 쭈욱 경험하고 대충 예상 가는 고기 안주겠거니 했는데, 목살의 식감이 상상 이상입니다. 부드럽게 씹히면서도 쫀득하게 풀어지는 목살. 이건 별도 숙성의 과정이 있는 게 분명했습니다.

 

 

 

 

맛도 참 독특하네요. 스모키한 맛? 스모크햄? 바베큐? 쌉싸름한 독성이 느껴지는 처음 느껴보는 양념의 맛이었는데, 유사 단어들을 열거해도 착 달라붙진 않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란 점. 고기에 확실히 이 집만의 강렬한 쪼가 있었습니다. (아주 전에는 옥수수콘, 김치를 함께 구워 먹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없는 듯합니다.)

 

콩가루와 빨간 소스를 찍다가도 으음? 했는데, 콩가루엔 카레 가루도 좀 섞었나 보더군요. 굉장히 어울리는 편이었고, 그런 단일 메뉴 조폭불고기는 인정이었습니다.

 

 

 

 

다만, 저렴한 건 알겠는데 이 녀석은 좀 갔네요. 이름이 제일 정상적이라 독특한 맛도 덜한 것이냐? (김치냉국수)

냉면 육수에 좀 된 듯한 소면을 부었는데 순 날 것의 맛. 그런데 왜일까요? 용서가 되고 수긍이 갑니다. 독에 감염되듯 이 집 컨셉에 중독되었나 봅니다.

 

 

 

 

2000년대 중반의 컨셉을 현재까지 고스란히 유지 중인 ‘독’. 그게 고독함의 독일지, 치명적인 중독의 독일지, 장독의 독일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독이란 단어와 통하는 곳이구나 나름 정의해 봤습니다.

 

 

 

 

그리고 그런 매력에 추억에 젖고 잠시간 빠져들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만족감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집을 만나면 맛도 맛이지만 표현도 풍부해져서 좋고 말이죠.

 

시립대 인근의 독이란 단어로 통하는 마성의 매력을 갖춘 집, ‘독’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동대문구 전농동의 ‘독’

- 영업시간 매일 16:00 ~ 24:00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분리형 남녀 공용, 기차 소리가 들린다.)

- 아는 사람들만 찾는 전형적인 동네형, 대학가형 술집? 고깃집? 맛집이라 하기도 애매하고 고깃집이라 하기에도 애매한데, 술 한잔하고 싶은 아지트 같은 집.

- 조폭 불고기, 불두부탕 등의 메뉴명과 가격 표기, 그리고 상호도 그렇지만 모든 작명과 안내 멘트가 파격적이고 강렬하다. (어떻게 보면 컨셉이 참 일관적이기도.)

- 저렴한 사이드를 보면 속된 말로 가라 같기도 한 맛이었으나 조폭불고기, 목살 양념구이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지 부드러워 참 좋았다.

- 쌈재료가 독특하다. 초장 소스, 카레가루가 첨가된 듯한 콩가루, 김 등. 이는 셀프바에서 추가 공수가 가능하다.

- 은근히 사소한 곁들임에도 나름 공을 들인 맛이 느껴진다. 다만 그 맛이 대학가스럽다는 점이 함정.

- 사장님 일지 무뚝뚝한 서비스는 평범한데, 이것도 컨셉과 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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