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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동대문구

(동대문구/청량리동) 참기름 두른 피순대와 오소리 수육 ‘고향집’

고독한 먹기행 (282) -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고향집’
 

뻔하지 않은 먹개론(槪論)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관찰형 아재
지갑만 얇아졌을 뿐. 광고성, 홍보성의 글은 일절 없습니다.


구성이 참으로 좋았던 순대와 수육 한 접시

소주잔이 기분 좋아 절로 흔들거렸다.


 
모처럼 서울을 또 걸었습니다. 예정했던 마장동의 소고기는 불발이었으나, 갑작스럽게 푸슉하고 불꽃처럼 튀어 오른 건 피순대.
‘용두동의 와가리를 또? 아님 새로운 피순대집, 을지로의 유명한 곳도 비슷해 보이는데 아님 거기로? 아, 그곳은 막창이구나.’ 하다가 그나마 브레이크타임이 짧은 청량리의 ‘고향집’으로 낙점했습니다. 가는 길로도 경동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 테니 다시 걷기 시작했고.
 

 

 
만났습니다. 서울에선 그리 흔한 소재가 아닌 피순대인데. 순대가 즐비한 도시에서 자란 필자는 굳이 찾는 편이라, 유독 자주 만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찾은 경동시장, 그 인근에서 소주 한 병에 모둠 수육과 피순대를 즐긴 이야기를 이백여든두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 피순대 : 선지의 비중이 높은 진한 향의 밀도 높은 식감의 순대. 선지의 함량이 약 8할 정도 이상을 차지하면 통틀어 대부분 피순대라 한다. 논산의 연산할머니, 전주의 조점례남문피순대와 같은 피순대는 체감상 서울에선 쉽게 만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용두동의 와가리피순대 정도. 이곳 고향집도 7할 이상 정도는 되어 보이니 피순대가 맞겠다. 고로, 서울에서 순도 높은 피순대는 귀하다. 이게 5~6할 정도 비중으로 야채, 당면과 비등비등해지면 병천순대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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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였구나. 작년에 찾았던 냄비밥의 집, ‘광주식당’ 바로 맞은 편의 순댓국집이었습니다. 당시에 이 집을 본 기억은 나는데, 아바이순대라는 그리 취향 아닌 키워드를 보고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입장했는데요. 후, 많네요. 연령은 상하를 막론하고 상시 방문 중인 이곳입니다. 주말인데 회전율도 좋고 장사도 참 잘 되는 듯보였습니다.
 
 
 

 
미리 사진으로 봤을 때도 아바이순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아바이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고기순대 비슷한 느낌이라 그렇게 칭하는 것인지는. 이후 계산을 하고 나올 때 직원분도 피순대가 맞다 하십니다.
여하튼 간 메뉴판. 소주에 피순대 한 접시란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니. 수육모듬순대 中짜로 주문했습니다. 코는 나가서 푸세요가 너무 강렬해 눈에 자주 들어왔습니다.
 
 
 

 
기본 찬은 이렇습니다. 특이한 게 여긴 된장과 쌈장을 하나씩 주네 했는데. 저 짙은 주홍 종지가 다대기, 순댓국의 양념장입니다. 쌈장과 같은 색이라 전혀 몰랐습니다. 그전까진 근데 여긴 또 다대기가 없네 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맛을 보니 꽤나 칼칼하고 매운 다대기입니다. 메뉴판의 안내대로 적절히 푸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 순대를 찍을 새우젓에도 살짝 풀었습니다.
 
 
 

 
국물만 서비스로도 기본 등장. 쌩큐지요.
 
 
 

수육모듬순대

 
국등장한 수육모듬순대입니다. 이야, 찜기에 등장하는 건 처음 봐서 놀랬습니다. 허파, 간, 머릿고기로 아래를 싹 깔았구요. 그 위로 오소리, 머릿고기 부위와 큼직한 피순대가 얹어진 모양새입니다. 보자마자 드는 생각이라면 구성이 참 좋은 모둠순대라는 점. 그리고 특이했습니다. 찜기로 참기름을 홱 두른 것인지 순대와 수육에서 고소한 향도 훌훌 피어 올라옵니다.
 
 
 

 

 
단면을 보는데 피순대가 맞습니다.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순도 높은 피순대와 병천순대의 중간값 정도. 찰지고 무겁기에 소가 터져 나올 수 있어 큼직큼직하게 썰어낸 것이, 딱 봐도 찐득한 피순대입니다. 독특한 게 순대 소에 다진 버섯이 들어간 것도 캐치할 수가 있었는데, 이는 너무 뭉개기만 하는 식감을 보완하기 위함인가 봅니다.
여하튼 간 청량리에도 있는 줄은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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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접시의 안주로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순대만 먹으러 오기에도 참 좋은 집이란 생각입니다. 즉, 안주 순대로는 최고입니다.
그리고 부위들, 신선합니다. 최근까진 아니고 최신순으로 먹었던 오소리감투 중에선 제일 부드러운 식감이 아니었나 싶네요. 찜기도 그렇고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참기름을 뿌린 것만 봐도 유추가 됩니다.
머릿고기의 비계도 항정과 같은 식감의 아작아작. 지방이 맞나 싶을 제3의 식감, 굿입니다.
 
 
 

 

 
또 찾아야겠구나란 생각이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청량리 시장 일대가 한두 번 깨작 찾을 곳도 아니니. 어느 날씨 좋은 날에 시장을 찾게 되면, 소주에 순대와 수육 한 접시 걸칠 겸 종종 찾을 생각입니다.
 
오래간만에, 서울에서 또 반가운 피순대 편이었습니다.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고향집’

- 영업시간 09:30 ~ 21:30 (브레이크타임 15:00 ~ 15:30, 라스트오더 21: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로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분리형 남녀 공용)
- 청량리 경동시장 부근에서 만나는 참기름 두른 피순대. 이거면 주당들에겐 설명이 끝난 것 같다.
- 물가를 고려하여 양 대비 값은 무난했던 것 같다. 수육은 참 신선했고 부드러웠다.
- 서울에서 만난 수육 모둠+순대 중 구성이 가장 좋지 않았나 싶은 생각.
- 찜기에 나오는 것도 그렇고, 참기름을 두른 순대와 수육만 봐도 이 집만이 내공이 있나 보다 생각된다.
- 청량리의 시장 일대를 방문하는 겸 순대 한 접시 소주 한 잔으로 찾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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