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55) - 종로구 부암동의 ‘계열사’
어느 치킨집 방문 전으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고독한 먹기행을 시작하며 왜 치킨 맛집을 공략해 보지 못했을까? 그런데 가만 보니 시도하지 않은 것이 맞더군요. 워낙 대중적이고 도처에 접할 수 있기에 ‘특별한’을 붙이기 힘든 소재이니 말이죠. 때문인지 정말 맛있는 치킨은 간절하지 않았었나 싶기도. 그냥 맛있는 게 치킨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 집을 방문하기 전. 기대감 반, 평범하겠지 반의 감정이 아주 팽팽히 충돌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방문하게 된 곳은 인왕산 등산 후 부암동 방면으로 빠져나와 만난 어느 유명 치킨집이었는데요. 서울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집으로 3대 치킨집으로 불리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관순 열사와 같은 열사의 뜻인지는 모르겠네요.
부암동의 낮은 인도변으로 위치한 ‘계열사’를 고독한 먹기행 백쉰다섯 번째 이야기로 만나보겠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도로보다는 낮은 지반에 숨겨진 듯 위치한 ‘계열사’의 모습입니다.
아마 이 부암동에선 ‘자하손만두’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유명세 맛집이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 도착하니 웨이팅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등산객 위주의 산으로 둘러싸인 부암동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덜한 느낌.
필자도 입구에서 번호를 입력하고 대기했습니다.
치킨의 달인. 아마 ‘생활의달인’ 프로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방송으로 한 번씩 접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필자도 후에 찾아보고 아, 그분이셨구나 했습니다.
그리 길진 않은 웨이팅 후 착석했습니다. 치킨집 치고는 부암동스럽게 우아한 내부의 ‘계열사’. 물론 포장객들과 오고 가는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보면 여느 치킨집 못지 않습니다.
메뉴판입니다. 입장 전으로 미리 주문을 해야 하기에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등산 후 닭집에 왔으니 추가할 건 목을 가셔 줄 생맥주뿐.
등산 후 탁주 아닌 생맥주라니. 여간 날이 따뜻하게 풀렸던 오후였어서 그런지 이 또한 괜찮겠구나 했습니다.
바깥 또한 쾌청하니 등장만으로도 행복지수는 상승합니다. 아, 메뉴판에 양념 치킨은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종지에 양념에 꽤나 크게 담겨 나옵니다. 소스의 맛이라면 새콤함이 조금 강한 편. 이때까진 별도 특이점은 찾지 못한 상태였는데요.
후라이드 치킨
(이곳은 오로지 후라이드로만 직진. 통감자튀김이랄 것이 함께 들어가 부함을 강조한다.)
생맥주를 한 두어 모금 들이켰을까? 황금빛 후라이드 치킨이 등장했습니다. 빠르게 스캔을 시작하는데 튀김옷은 그리 많지 않은 스타일. 큰 호수의 닭을 쓰나 싶었는데, 닭다리살에 칼집을 내어 컸던 것으로 약간의 착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치킨이 부한 느낌이지 했는데, 아. 중간중간 튀겨진 큼직한 통감자가 함께 들어가 있더군요.
닭은 적절한 사이즈였습니다. 다만 치킨의 가격은 유명세 때문인지 프랜차이즈와 엇비슷한 수준이니, 시세 대비 그리 가성비는 아닌 적당한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그렇게 탐색 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식을 시작했습니다.
음, 사전에 이곳은 옛날 통닭과도 같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필자의 감상은 조금 다릅니다.
노릿노릿 튀겨져 진한 색상의 옛날 통닭과는 다르게 녀석이 색은 조금 잘빠졌는데, 아주 깔끔하게 잘 튀겨진 치킨에 가깝단 생각입니다. 맛도 깔끔하구요. 굉장히 깔끔하게 정박으로 튀겨졌다는 생각. 튀김옷은 역시나 나름의 풍미가 있는 편이었는데, 음 옷이 적은 편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요약하자면 깔끔하게 잘 튀겨진 건강한 치킨의 느낌이랄까요? (짓궂은 치킨을 만나면 탈이 나기 일쑤인 필자인데, 이곳은 속초의 닭강정 팩토리와 같이 뒤끝이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그 깔끔함이 강한 느낌으로 인해 기대치엔 미치지 못한 것 같네요.
뭔가 강하게 맛있는 치킨이란 인상보단 지금껏 쌓아온 상징적인 의미가 강해 인기가 있는 집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감상은 아주 기름기 좔좔, 염지 또한 짭조름한 짓궂고 작은 호수의 동네 치킨을 좋아하는 필자의 성향도 한몫하는 듯합니다.
이 녀석은 꽤나 좋더군요. 케첩 아닌 치킨 양념에 찍어 먹는 감자튀김입니다. 가장 특이하지 않았나 싶은데, 감자 한 덩이가 통으로 치킨과 함께 들어가 있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웨지감자라기엔 묵직하고, 감자튀김이라기엔 구이스러운 그런 통감자입니다.
한 차례 쪄내어 큼직하게 튀긴 녀석이다 보니 구이나 찐의 느낌도, 튀김의 느낌도 동시에 나는 모양입니다. 치킨의 양은 적당했는데, 되려 녀석 때문에 배가 금방 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등산 후 탁주 아닌 생맥에 치킨 한 상도 마무리했습니다. 아, 타이핑을 마치며 사진 간판의 한자를 보니 그 ‘열사’가 아니었네요.
닭 한 마리를 만나기 위한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곳은 맞습니다. 당시 갑작스럽게 찾아온 때아닌 더위도 조금은 통했고 말이죠.
부암동에 위치한 유명 치킨집, ‘계열사(鷄熱社)’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종로구 부암동의 ‘계열사 본점’
- 영업시간 12:00 ~ 22:3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일요일의 경우 22시까지)
- 주차는 불가하다.
- 테이블식 구조로 1층, B1층의 홀로 구성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주말 웨이팅은 기본인 듯한데, 일요일 15시 기준으로 약 20분 대기했던 것 같다. (테이블링으로 연락처를 입력하면 대기번호를 호명)
- 서울의 3대 치킨집으로 불리는 집으로 여러 지점도 보유 중.
- 보통 이상 호수의 닭을 쓰는 듯하다. 동네 옛날 통닭집들보단 조금 큰 사이즈인데 칼집을 닭다리를 제외하면 나머지 부위는 그리 크지 않은 편.
- 옛날 통닭이라 하기엔 아주 바삭하고 얇은 튀김의 질감이어서 깔끔한 후라이드 치킨 정도로 정의했다.
- 깨끗한 기름을 쓰는 듯한 느낌. 먹으면서도, 그 뒤에도 더부룩함이 적었다.
- 정말 큼직하게 튀긴 감자가 비대한 크기로 함께 들어가 있는데, 이게 또 튀김보단 구운 감자의 느낌이 강한 편.
- 깔끔하게 정박으로 무난하게 맛있다. 허나 그래서인지 심심하다. 짓궂은 맛이라 해야 할지, 동네 옛날 시장 치킨을 추구하는 스타일엔 그런 느낌이었다.
- 웨이팅이 조금 더 길었다면 실망이 더 컸을 수도 있겠다. 그만큼 유명세와 기대감에 비해서는 무난했던 정도.
- 사장님일지 내외의 분은 굉장히 친절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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