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33) - 종로구 공평동의 '공평동꼼장어'
다닥다닥. 가게도 테이블도 음식도 모두.
심지어 벽면까지! 참으로 꼼장어스럽게 모든 게 닮은 집이다.
유독 필자가 좋아라 하는 종로에서 먹부림을 부린 주말이었습니다. 나름 대상은 종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녀석들었기에 만족스럽기도 했는데요. 이번 글은 종로에 갈 때면 눈에 밟히는 곳들 시리즈가 되겠습니다. 육회집, 빈대떡집, 닭한마리 골목 등 둘째가라면 서러운 집들이 참으로 많기도 하지요. 그 중 오늘의 주제는 바로 꼼장어입니다.
빼꼼 삐져나온 야장 테이블과 함께 꼼장어의 연기, 그리고 열기로 자욱한 그곳. 다닥다닥 붙어들 있는 그곳에 필자가 들어갈 공간은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자주하고 발길을 돌리곤 했었네요. 종각역 인근으로 위치한 '공평동꼼장어'를 백서른세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당시 낙산도성길을 걷고 난 후 방문한 '공평동꼼장어'입니다. 이른 저녁임에도 날이 무척 좋았던 탓에 소규모의 야장이 형성되어 있더군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꼼장어로는 끗발 꽤나 날리는 유명집이 바로 이곳인데요. 종각, 광화문 일대가 직장인들로 가득한 덕일지 다행히 젊은 층의 지배력도 적절히 미치는 곳이기도 하지요. 때문에 주말임에도 연령대는 꽤나 다채로웠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웨이팅이 있었다면 발길을 돌렸을 겁니다. 허나 다행스럽게 없었고, 바로 한 자리가 나와주어 그대로 입장했네요. 물론 바톤 터치를 한 필자로 인해 다시 만석이 되었구요.
참 대단합니다. 다닥다닥. 옹기종기 모여있는 꼼장어 한 판처럼 좁은 실내에 사람들과 테이블로 가득 찬 모양새. 불편하긴 하지만 꼼장어에는 꽤나 잘 어울리는 분위기라 생각합니다.
메뉴판으로 시선을 옮겨보겠습니다. 음, 값은 꼼장어인지라 종각치곤 무난하단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벽면엔 그 옛날의 것들이 연도 구분 없이 여기저기 붙어있었는데요. 박작박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함이라면 성공이겠네요. 벽마저, 다닥다닥이니 말이죠. 그래, 왠지 모르게 여유와는 거리가 먼 것이 꼼장어 같기도.
과연 숨 돌릴 틈 없는 꼼장어 삼매경에 빠지게 될 것인지? 소금, 양념구이 각 1인분씩 그리고 도시락을 주문했구요. 허, 김치칼국수? 왠지 뜬금 없다 생각되면서도 이 집의 시그니처가 아닐까? 생각되어 녀석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기본 찬은 세팅이 되어있었습니다. 역시나 이 공간에 옹기종기 앉은 손님들처럼 찬들과 곁들임도 비좁게 세팅이 되어 있었는데요. 먼저 맵싹한 바지락국부터 한 입.
음, 생각 이상의 맵싹함은 마음에 들었으나 바지락이 좀 더 풍성했다면 보기도 먹기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도시락이 등장했는데, 허. 이쯤 되니 이 모습도 컨셉인 걸까? 조금 재미있었습니다. 녀석 역시 둘 곳 부족한 테이블에 겹겹이 쌓여 등장했으니 말이죠. 뭐, 한 데 섞으면 그만인 녀석이지만, 역시나 다닥다닥에 이어 차곡차곡까지. 재미있단 생각을 했네요.
반찬 통의 찬들을 군시절 맛다시스러운 장과 함께 섞어주면 되는 모양입니다. 이곳을 자주 찾았었다는 연인이 추억하길, 과거엔 메뉴명이 짬밥(?)이었다고 합니다. 섞어서 한 입 해보는데, 뭐 사이드인 녀석이기에 맛은 평범합니다. 그 시절 짬밥을 따라가진 못하죠. 기억에 맛다시는 산속에서 참 제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부터가 진짜 중요하니깐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먼저 등장한 꼼장어 소금구이입니다.
음? 양이 아쉬운 건 둘째 치고, 조금 특이했습니다. 떡과 버섯을 함께 구워냈으니 말이죠. 때문에 나름의 버섯 특유의 향이 꼼장어에 퍼지긴 했는데, 음. 개인적인 임팩트는 약한 편이었습니다. 사장님일지 모를 재미난 목소리의 분이 양파와 초장 계열의 소스를 곁들이라 하셨는데, 그렇게 큰 반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달랐습니다. 이어 등장한 꼼장어 양념구이입니다.
마음에 아주 들어 애초에 양념 두 개로 갈 걸 그랬다, 싶었을 정도였네요. 먹기 직전까지 구워냈음에도 넉넉한 양념이 좋았구요. 부족하지 않게 느껴지는 맛도 좋았습니다. 그동안의 꼼장어 집에서는 탄불로 인해 양념이 너무 팍팍하거나 또는 과하거나, 맛을 느끼기엔 부족하다란 인상을 자주 받았었거든요.
이 집은 양념이었네요. 그래, 이런 것 하나만 있으면 나머지 그럭저럭들도 동반 입장 가능이 되어버리지. 양은 아쉽기 하지만 술안주로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고 말이죠.
그렇게 꼼장어에 집중하기 시작하니 김치칼국수도 등장했습니다. 생긴 건 기대했던 그대로의 김치칼국수여서 옳거니! 했는데, 이 녀석은 무난하다기보단 조금 아쉽습니다. 특유의 고추장 텁텁함이 많이 느껴졌는데, 칼칼한 맛에 장맛이 배어 조화롭지 못하단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그래도 다 비우긴 했으나 '술안주로라면 또' 란 말은 생략하겠습니다.
여기까지가 '공평동꼼장어'와의 첫 만남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양념구이의 양념맛으로는 들렀던 꼼장어집들 중에선 가장 우위에 있지 않나 싶네요. 지리적인 이점도 한몫하지 않나 싶지만, 그래도 양념꼼장어의 맛은 인정이었습니다. 그 외 사이드는 무난하거나 아쉬웠던 정도, 그래도 술 한 잔의 자리라면. 바로 앞 단락에서 생략하기로 했었네요.
아, 그래. 기억에 남는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다닥다닥. 가게, 테이블, 음식 거기에 벽면까지. 참으로 모든 게 꼼장어스럽게 닮았던 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평동꼼장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종로구 공평동의 '공평동꼼장어(본점)'
- 영업시간 15:30 ~ 24:00 /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 원형 스테인리스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남녀 공용)
- 서울 유명 꼼장어집들 중 손에 꼽히는 곳으로 약칭 '공꼼'이라고도 불린다. 이곳 본점을 기반으로 그 세력도 확장 중
- 흔히들 아는 소금과 양념 꼼장어(먹장어) 구이를 다루는 집인데, 구이는 외부에서 먹기 직전으로 구워서 내주신다. 이후 탄불 몇 개로 데워가며 먹는 방식.
- 전반적인 사이드 메뉴는 흔히 아는 꼼장어집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무난했던 정도다. 다만 고추장이 들어가서인지 고춧가루 탓일지, 텁텁한 맛의 김치칼국수는 아쉬웠다.
- 양념꼼장어는 인정. 많은 꼼장어집들을 다녀봤다 생각하는 필자인데, 양념은 이곳이 제일 좋았다. 구웠는데도 마르거나 죽지 않고 꼼장어에 착 달라붙어 있달까? 아쉽지 않은 양념에 감칠맛도 좋았고 말이다. 이후 방문하게 된다면 양념으로만 주문할 것 같다.
- 소금, 양념구이의 떡사리도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나 양념은 기름떡볶이 같기도) 사이드로 추가할 의향이 있으니 별도 메뉴로 내어주셨으면 하는 바람. 2개는 굉장히 감질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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