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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종로구

(종로구/부암동) 미쉐린 빕구르망의 고즈넉한 만둣국과 앵두화채, ‘자하손만두’

고독한 먹기행 (183) - 종로구 부암동의 ‘자하손만두’


 

만두를 좋아하는 연인으로 인해 점찍어뒀던 집입니다. 북악산을 오르던 날에도 아, 여기였구나 하고 눈에만 담아뒀었는데요. 서울의 사소문(四小門) 중 하나인 창의문(자하문) 바로 옆에 위치해 인왕산 뷰를 즐길 수 있는, 고저가 높은 부암동에 위치한 집이지요. 차를 동반한 어느 날 주말의 점심으로 낙점했습니다.
 

 

 
등산로 인근이라는 나름의 지리적 용이성과 함께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도 선정된 이곳은 유명세로는 말할 것도 없는 집이겠습니다. 살던 주택을 개조했다지요. 부암동에 위치한 주택형 독채 만둣국집, ‘자하손만두’를 백여든세 번째 고독한 먹기행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늦은 점심에 도착했습니다. 때문인지 웨이팅 없이 어려움 없이 입장했네요.
다만, 입구 대기판에 손님들의 흔적이 한가득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불과 몇 시간 전 점심에는 웨이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높은 동네답게 주차 후 계단을 올라야 하는 큼직한 주택의 구조인데, 2층으로 안내를 받아 입장했습니다.
 
 
 

 
아, 이건 참 좋더라구요. 인왕산을 마주한 통창의 뷰입니다. 저 멀리 북한산도 보이고 말이죠. 산자락 인근, 고저가 높은 동네가 주는 황홀한 경치. 서울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이쪽은 참 이런 맛이 있는 고즈넉한 동네입니다.
 
 
 

 

 
잠시 마음을 정화시키는 시간이었습니다. 흔치 않은, 산으로 둘러싸인 부암동. 눈에 담는 풍경이 크니 지나가는 시간도, 마음의 조급함도 더뎌지네요. 저 멀리 이륙해 하늘을 천천히 유영하는 듯한 비행기를 보는 기분도 듭니다. 무얼 보고 담느냐에 따라 시간은 참 상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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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멋을 낸 메뉴판도 그냥 지니치기가 아쉬웠습니다. 손때가 묻은 건 어쩔 수 없지만 돋보이는 정성에 촬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허나 금액은 음. 고즈넉한 풍경과 대비되게 꽤나 많이도 무겁습니다. 갑자기 이 한적한 풍경을 뒤로하고 찾아오는 묵직한 가격의 한 방. 그런 것인가? 이 풍경마저도 대가가 따르나 봅니다. 역시 서울은 맞네요.
가볍게(?) 떡만둣국과 그냥 만둣국 한 그릇씩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디저트로 보이는 앵두화채도 욕심을 보탰구요. 내내 고민했던 이유로 흔치 않은 이북식 만두 편수가 눈에 밟혔기 때문인데요. 뭔가, 만두 파티가 될 것 같은 느낌에 녀석은 참기로 했습니다.
 
 
 

 
그래, 비싸다 하더라도 이 좋은 풍경에 맛까지 있으면 후회가 있겠는가? 라는 생각으로 다시금 마음의 여유를 장착하고 주변을 살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니 직접 담갔을 배추, 총각김치가 먼저 나와줬습니다. 식당에서 총각김치는 꽤 오래간만이긴 하네요. 김치는 별도로 판매 중이기도 하던데, 필자의 입맛엔 그럭저럭이었습니다.
 
 
 

 

만둣국과 조랭이떡 만둣국

얼마 지나지 않아 꽤나 심플하지만 심플하지 않은 듯한, 정갈하게 담긴 모습의 만둣국이 나와주었고. 필자의 삼색 떡만둣국도 등장했습니다. 편수가 있었던 것처럼 떡국의 떡은 이북식 조랭이떡으로 나와줍니다.
본격적인 시식 시작. 오래 전부터 눈여겨보던 녀석, 과연 어떤 맛인가 하고 그릇에 떡만둣국에 코를 슥 갖다 대니, 음?! 육수에서 고기 비릿한 향이 후욱 치고 올라왔습니다. 나쁜 표현은 아니고, 평양냉면 비슷한 느낌의 육향과 같다고도 하겠습니다. 역시 떡국의 국물이 만둣국보단 조금 더 밀도감이 있네요.
 
 
 

 
그런데 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슴슴하다 말고 다른 표현을 좀 쓰고 싶은데, 영 떠오르질 않습니다. 필자가 느끼기엔 슴슴함 이상으로 더 나아간 맛이었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간결화되고 간소화된 듯한 맛의 느낌. 만두의 속 또한 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니, 이거 필자가 속세의 조미료에 찌든 것인지, 이 집의 맛이 정도인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한 건, 아쉽게도 필자와 연인의 입맛엔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취향이 차이라 볼 수 있는데, 느껴지기에 팟하는 포인트가 없는 슴슴함 이상의 극치였기 때문이니 말이죠.
심영순 선생님이라면 ‘간이 정말 좋네요.’ 라고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피 또한 진득한 반죽이어서 만두 소와 섞이는 듯한 식감을 많이 느꼈는데, 이 또한 스타일엔 그리 부합하진 않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워낙 정박의 간, 슴슴함과는 연을 맺지 않고 살았던 필자이니, (그나마 나아지긴 했으나) 이건 개인 취향이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바로 옆 테이블의 손님은 몇 번은 더 와본 듯한 모습으로 설레는 표정으로 기다리다가는 아주 맛있게 영접하는 듯했으니 말입니다.
 
 
 

앵두화채

 
그렇게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친 뒤에 추가 주문한 녀석이 등장했네요.
직원 분이 감사하게도 식사 마칠 타이밍에 내주시겠다고 한 앵두화채입니다. 단순히 디저트로 접하고 싶어 시켰다기엔 별도의 확실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수제청들, 어느 작은 방의 공간에서 유자를 다듬는 것 같은 할머니의 모습까지. 뭔가 일가견이 있지 않을까? 싶었으니까요.
일반적인 화채도 아니고 앵두라니, 영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이 녀석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씨를 발라낸 앵두살이 얼음과 함께 섞여 거친 셔벗과 같이 등장합니다.
좋네요. 정신이 팟하고 드는 시큼함과 달콤함. 디저트마저도 맛이 주력 음식과도 같이 깔끔합니다. 줏대 없이 이런 깔끔한 달달함은 또 좋다고 하고 있네요. 앵두를 따먹어 본 지가 참 오래전인데, 그 시절의 향기도 살짝 입에 머금었습니다.
 
 
 

 
그렇게 식사는 잘 마무리했네요. 역시, 필자에겐 미쉐린 가이드보단 백년가게 인가 봅니다. 매번 아쉬움을 조금씩은 느끼는 미쉐린 가이드. 전형적인 아재형 입맛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
그래도 꽃들과 함께 한적한 인왕산과 부암동의 풍경은 담았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습니다.
 
풍경만을 묘사하다가 상호 언급이유독 적었던 것 같네요. ‘자하손만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종로구 부암동의 ‘자하손만두’

- 영업시간 11:00 ~ 21:00 (라스트오더 20:15)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 가능 (발렛 주차로 3,000원의 요금이 든다. 카드 가능.)
 다만 식당의 고저가 높고, 들어가는 길이 워낙 좁기 때문에 식당을 나가는 차로 인해 차를 한 번 뺑 돌려야 했던 필자다. 자칫 북악스카이웨이로 빠져버릴 수 있으니 주의. (실제로 필자가 그랬다.)
- 큼직한 주택 형태의 1, 2층 구조로 꽤나 규모가 있다.
-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전형적인 정갈한 한식의 집 스타일이다. 만두도 국물맛 맛도 그렇고, 때문에 간이 굉장히 슴슴한 편. (이로 인해 좋은 평들도 많았으나, 되려 찌든 아재 입맛인 필자에겐 너무 슴슴의 극치란 생각이었다.)
- 진한 사골의 떡만둣국과는 반대로 일반 만둣국은 국물에 만두가 담긴 느낌을 받기도.
- 전반적인 유명세 및 단아한 멋 때문일까? 값은 심히 비싼 편이다.
- 흔히 아는 만둣국, 떡만둣국과는 별개의 장르로 기본 음식의 업그레이드 상위 버전을 기대하고 가는 이들에겐 추천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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