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1) - 중구 신당동의 '평화식당'
한파에 치였다가, 닭도리탕의 맛에 치였다가. 제대로 얼얼해진 하루다.
정말 매서운 한파의 날로 기억합니다. 귀와 살이 아리는 그런 날씨에 찾은 '동대문 종합시장'이었는데요. 매서운 맹추위에도 구매를 위해 방문한 소매상들은 굉장히 강하더라구요. 우연찮게 가죽 한마를 구하기 위해 방문한 동대문. 다행히 어렵지 않게 구하긴 했으나, 금세 출출한 점심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그곳에서 만나게 된 어느 식당의 이야기입니다. 추운 날씨 탓에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입맛의 타이밍까지 맞아 떨어져 인생 닭도리탕이라고 해도 될 정도네요. 열한 번째 이야기로 소개할 곳은 동평화시장에 위치한 '평화식당' 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어찌나 춥던지 2층 식당 내부로 헐레벌떡 뛰어 올라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1층에도 공간이 있지만 음식 준비를 위한 공간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큼직한 창문이 달린 2층의 내부입니다. 점심을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없어 상당히 춥더군요. 직원분이 보일러를 틀어주셨는데도 추웠습니다.
그래도 오랜 동대문 골목의 정취는 조금 느낄 수 있어 좋네요.
메뉴판을 먼저 살펴보죠. 음, 가짓수가 상당히 많죠? 그 범위도 상당해 꽤나 당황스럽습니다. 서비스 메뉴가 많은 일본도 이 정도 스펙트럼의 음식을 다루진 않는데, 아마 시장에 위치한 식당이라 그런 듯합니다.
인근의 상인들 특성상 자리를 오래 비우거나 멀리 가기 어려우니, 인근의 식당을 두고두고 방문하거나 시켜 먹는 경우가 많을텐데, 이런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적은 메뉴로 승부하긴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백종원 대표님이 말하는 단일 메뉴의 승부, 아무래도 이런 특수한 곳에서는 조금 예외로 둬도 무방할 듯합니다.
일종의 상인들을 위한 식당의 배려이자 전략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 대상은 외국 관광객이기도 한가 봅니다. '중앙아시아거리'부터 시장까지 외국인이 즐비한 동대문이기도 하니까요. 저 명동에서 익숙하게 보는 저런 메뉴판도 오래간만이네요. 여하튼 이런 관광객 방문 집이나 메뉴 특수성이 강한 화상집에서나 볼 법한 메뉴판입니다.
필자의 경우 닭도리탕 小짜를 주문했습니다.
기본 찬이 먼저 나왔습니다. 역시 '김밥천국' 같은 메뉴를 서비스 중이지만 백반집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부추파무침, 계란후라이, 멸치볶음, 깍두기, 검은깨묵무침, 애호박볶음, 콩자반이 등장했습니다. 반찬은 조금씩 변동이 있나 봅니다.
간이 조금 있는 편이었는데, 아 저 검은깨묵무침과 애호박은 정말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렇게 등장한 닭도리탕입니다. (닭볶음탕이 옳은 표현이지만, 식당의 메뉴판 표기를 따르자 주의여서 글에는 닭도리탕으로 표기하겠습니다.)
끓기 직전의 모습인데요. 감자, 떡사리, 파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구성은 꽤나 마음에 듭니다. 간혹 고구마가 들어가는 집도 있는데, 그게 아니어서도 좋구요. 양도 푸진 것이 모양새로는 합격입니다.
전체 사진으로도 남기고,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국물을 떠 한 입 해보는데, 음. 부정의 부사인 '너무'가 붙었지만, 정말 자연스럽게 '너무 좋다.' 라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시장 특유의 강한 간, 진한 맛. 밥도둑의 일종이기도 하겠네요. 추운 날이어서 그리 거부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되려 이 녀석 한파에 정면승부를 펼치는 것 같기도 하구요.
맛 자체만 보면 FM 코스를 밟은 닭도리탕인데요. 시장만의 감성도 더해졌습니다.
정말 정신없이 먹게 되더라구요. 무엇보다도 양념의 맛이 참 좋습니다. 닭고기의 질도 나쁘진 않은 편인데, 그냥 시장의 맛으로 무난하다 해두겠습니다. (매우 빼어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푸지게 들어간 감자도 그렇고 덕분에 순식간에 밥이 사라져 버리더라구요. 이런 밥도둑 닭도리탕은 참으로 오래간만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국물을 뜨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집 분명히 갈치조림도 맛있을 거란 확신 말입니다.
우연히 만난 동대문의 닭도리탕, 추운 한파의 날씨까지 더해져 느끼기에 인생 닭도리탕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차를 끌고 와 술과 함께 하지 못한 것도 꽤나 아쉬웠는데요. 이거 그냥 대리기사님을 불러야 하나 싶을 정도였어요.
음, 보면 흔한 맛집 도서나 맛집 리스트에 실리진 않겠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찜해 두었습니다.느꼈던 친절함은 덤이었습니다.
'평화식당'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구 신당동의 '평화식당'
- 영업시간 24시간 영업 / 매주 토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
- 테이블식 구조 (2층에 앉는 것을 권장) / 화장실은 1층 실내에 위치 (남녀 공용)
- 동대문 시장 상인들을 위한 시장 맛집에 가까움
- 때문에 자주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가짓수가 많은 듯한 느낌 (주력 메뉴는 닭도리탕, 갈치조림으로 추정)
- 메뉴에 공깃밥 가격은 미포함, 공깃밥은 1,000원씩 계산 (다만, 밥은 부족하면 더 얹어주려 했던 것으로 기억)
- 상당히 친절했던 직원분들
-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닭도리탕의 양념맛, 필히 갈치조림도 맛있을 거란 확신이 드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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