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21) - 강원도 속초시 중앙동의 '88생선구이'
간판의 전화번호 8892.
필자에겐 8282 92로 더 기억될 생선구이집.
아무래도 유명 관광지 중 한 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몰리는 음식점들은 두각이 현저했던 곳이 속초입니다. 박작박작 식당과 조용한 식당의 모습이 참 극과 극을 이루더군요. 이런 집. 본래 그리 좋아하진 않는 필자지만, 메뉴가 구미를 당기게 해 찾아봤습니다. 흔치 않은 숯불 생선구이였거든요.
실로 생선구이의 열기만큼이나 손님들의 열기로도 북적북적했던 곳입니다. 유명세도 유명세지만 현지인들도 극찬한다는 속초의 구이집이라는데, 백스물한 번째 먹기행으로 만나보시죠. 숯불에 다양한 생선을 굽는 모듬 정식을 서비스 중인 곳. '88생선구이'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속초 여행 첫날의 저녁. 당연히 빠질 수 없는 것이 반주기에 청초호 인근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필자입니다. '88생선구이'의 모습인데요. 식사를 종료하고 나설 때 촬영한 사진인데 웨이팅이 생기더군요. (초저녁에 도착해 웨이팅은 없이 입장한 필자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점이라면 의외의 규모였다는 점. 그저 적당한 생선구이집이겠거니 했는데, 웬걸. 식당 바로 옆 건물도 '88생선구이'의 전용 건물이었습니다. 좌측 사진으로 보이는 허름한 집에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확장을 해 몸집을 불린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흡사 이 비좁은 골목의 지배자. 적당한 녀석이겠거니 했는데 속초 생선구이계의 대부였습니다.
방문 당시 필자는 저 작은 건물이 식당이겠거니 하고 외부에서 자리를 기다렸는데요. 옆 건물에서 주인장이 불러주셔서 별관이 또 있는 걸 인지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별관도 구이 인파로 한가득이더군요. 천장에 줄줄이 수없이 달린 후드가 참 인상적이어서 남겨봤습니다.
메뉴판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농담 아니라 이때 조금 심장이 아팠네요. 쿵 하는 소리도 살짝 들렸던 것 같습니다. 그토록 염원하던 도루묵만이 지우개 처리되어 있었으니 말이죠. 뭐 첫 집이었으니 다음 집에서 만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정식을 주문한 필자였는데요.
음, 가성비의 경우 실제 목격한 녀석들의 크기에 비하면 꽤나 비싸단 생각이었습니다.
※ 이때까지만 해도 왜 하필 도루묵만 없는 것인가? 했는데요. 202년 12월 크리스마스를 기준으로 이미 속초 도루묵의 철은 빠르게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이상 기후 탓일지 남획 탓일지 모르겠으나, 어획량도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하니, 슬픈 현실을 마주하시기 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주문한 뒤 생선 부대들이 등장했습니다. 속초라 그런지 자투리 오징어도 함께 나와줬네요. 그나저나 숯불 생선이라니 은근히 익숙지 않은 방식. 굽는 스킬이 만만치 않을 듯한데, 괜찮으려나? 하고 몸을 풀려했던 필자였으나.
다행히 직접 구워주시더군요. 엄청난 숙련도와 스킬로 말이죠. 굽는 타이밍을 몸이 본능적으로(=기계적으로) 기억하고 계신 건지 정말 적재적소 이곳저곳을 오가며 구워주시는데요. 이 또한 기억에 강하게 남더군요. 덕분에 생선 토막 하나 망칠 염려 없이 안정감 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좋다 해야 할지 나쁘다 해야 할지, 느긋하게 즐기기 어려워 조금 아쉬운 점이 있긴 합니다. 워낙 빠르게 굽는 즉시 내주시다 보니 그 템포에 맞춰 먹게 되는 점도 있었거든요. 하기사 이런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 많은 손님들을 수용하기도 어려웠겠지요.
그렇게 구워지는 생선을 족족 받아 식사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기본 찬은 무난했던 편이었는데, 양념이 묽지 않은 비빔 스타일의 오징어 젓갈은 꽤나 기억에 남습니다.
갖가지 생선을 종류별로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자 장점이네요. 열기에, 부드러운 청어, 알찬 식감의 삼치까지 탄불에 구워서인지 고소한 기름맛도 더한 느낌이었고 말이죠.
허나 확실히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는 필자 개인적인 취향에는 조금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약간 정형화된 틀의 한 끼 식사란 점에서 말이죠.
당시의 구이 한 점을 접했던 순간처럼 글도 빠르게 스르륵스르륵 넘어간 기분이네요. 그래도 유명하다는 집 들르지 않아 남는 아쉬움보다야 낫습니다. 싱싱했던 생선들과 직원분들의 빼어난 굽기 스킬은 군말할 것 없이 인정이니 말이죠.
간판으로 보니 오묘한 8892의 전화번호. 필자에겐 8282 82로 더욱 기억될 생선구이집.
그래서 더 싱싱하게 먹지 않았나? 란 생각도 해보며 글도 마무리하겠습니다. 숯불에 굽는 속초 생선구이의 대부, '88생선구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원 속초시 중앙동의 '88생선구이'
- 영업시간 매일 08:30 ~ 20:15 (브레이크타임 15:00 ~ 16:30, 라스트오더 14:30, 19:30)
- 주차는 가능하나 여유 공간이 몇 되질 않는 것 같다. 가게에서는 조광, 금호 유료주차장 이용을 권장 중 (할인 지원이 되는 듯하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으로 기억)
- 상당히 넓은 내부. 간판 붙은 작은 집이 만석이어서 기다려야 하나 했는데, 바로 옆 건물마저도 '88생선구이'의 전용 건물이었다. 허나 이마저도 무색하게 한창의 시간엔 웨이팅이 발생하는 듯하다. 회전율이 빨라서 기다림의 소요는 크지 않겠다.
- 메뉴는 단일 메뉴로 생선구이모둠인데, 고등어, 삼치, 꽁치, 가자미, 황열갱이(열기), 청어, 메로, 오징어 등으로 구성. 도루묵은 아쉽게도 빠른 철 종료로 만날 수 없었다. (자세한 이유는 본문 참조)
-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집.
- 다양한 종류의 생선을 물리지 않게 즐길 수 있다는 점, 직접 구워주신다는 점은 장점이겠으나, 그때그때 구워주는 것을 제때 먹어야 하기에 순식간에 식사가 종료된다. 단일 메뉴에 짜인 듯한 코스 같은 식사로 느긋하게 먹긴 어려운 편. 굉장히 분주하게 손님들이 치고 빠지는 듯한 내부 영향도 한몫한다.
- 생선의 맛은 참 좋았지만 가격 대비 크기들은 아쉽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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