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17) - 강원 속초시 금호동의 '속초문어국밥'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문어 녀석, 참으로 괘씸하구나.
몸만 슥 담가서는 한우의 공로를 고대로 가로채가 버렸다.
최근 접한 음식들 중 가장 기이했던 조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어의 조합도 뭔가 생소한 느낌이라 단번에 착착 임에 감기지가 않았는데요. 바로 속초 방문을 앞두고 사전 조사를 통해 접한 '문어국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문어국밥이라니. 울릉도에서나 맛볼 수 있다는 오징어내장탕과 흡사한 음식일까? 그 조합이 신묘해 가볍게 체크만 해두었다가 여행 둘째 날의 이른 아침에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찾아가 봤습니다.
직접 녀석을 만났을 때, 그 감동을 배가 시키기 위해 키워드를 스크랩해 둔 뒤에 더 자세한 조사는 하지 않았는데요.
이거 막상 앞에 두고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도 조합이 신박하더군요. 흡사 장터국밥과도 같은 맑은 국밥 위에 차가운 문어가 한 움큼 올라간 비주얼이었으니 말이죠.
백열일곱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은 속초관광수산시장 인근에 위치한 국밥집, '속초문어국밥'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시장도 방문할 목적이었기에 필자의 경우 시장 맞은 편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방문했습니다. 나오며 촬영한 외관의 모습인데요. 입장할 당시에는 줄이 길지 않았는데 호텔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몰린 것인지, 줄이 꽤나 길어졌더군요.
그나저나 간판을 보니 재미있네요. '한우'라는 녀석이 아주 꼽사리 처지이니 말이죠. 먹고 나서 생각해 보면 소고기의 비중이 지배적인 국밥인데, 문어라는 독특한 조합의 키워드와 그 비주얼이 그 활약을 냉큼 가로채버린 느낌이랄까요?
입장한 내부의 모습입니다. 1, 2층의 구조로 1층을 희망했는데, 다행히 연탄난로가 위치한 1층에 자리 잡을 수 있었네요.
이어서 메뉴판. 어렵지 않게 목표했던 문어국밥 두 그릇을 주문했습니다. 음, 확실히 유명 관광지라 영향이 있는 듯한데, 지방 음식치고 꽤나 가성비는 그리 좋지 않은 느낌입니다.
이번엔 맛있게 먹는 방법입니다. 대부분 예상이 되는, 아니 당연하다 생각되는 방법이라 크게 신통한(?) 느낌은 없네요. 그래도 처음 접하는 조합에 나오기 전까지 궁금증은 더해져만 갔습니다.
기본 찬으로는 강원도스러운 쨍한 맛의 김치. (표현이 어려운데 강원도의 김치는 더러 이런 느낌입니다. 시큼한 것을 넘어서 깊게 아린 그런 맛.) 그리고 문어를 위한 와사비장과 국밥을 위한 고추 정도예요.
드디어 등판한 주인공, 문어국밥입니다.
아, 그런 것인가? 살짝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기분도 들었네요. 함께 국물을 내어 끓인 것인가? 했는데, 녀석은 국밥 완성 막바지에 올라간 삶은 냉동 문어였으니 말이죠. (나쁘다기보단 방식의 좀 의외였어요.) 차가운 문어를 뜨거운 국밥에 휘휘 데치고 풀어 바로 먹는 방식. 이게 데코레이션의 느낌도 강해 문어 샤브랄지, 식전 애피타이저 문어랄지 그 위치를 정의 내리기가 굉장히 모호했습니다.
그래도 녀석이 이 시원한 국밥 국물에 기여는 좀 하지 않을까 싶어, 바로 휘휘 적셔 한 입. 음, 부드럽긴 하다만 감질나더군요. 그만큼 순식간에 국밥 국물에 언몸을 녹이고 사라져 버린 문어. 고놈 참 재미난 눈요깃거리 주더니만 금세 사라지는구만!
문어를 들추고 녀석에게 주역의 자리를 빼앗긴 국밥에게 이제 신경을 집중해 보기로 했습니다.
음, 전형적인 맑은 우거지국밥. 문어 녀석이 없었어도 녀석 또한 적당한 가격이었다면 괜찮을 주연감입니다. 흡사 사극 주막에서 게걸스럽게 해치우는 국밥과도 같은 모습인데, 좋은 소고기가 들어가긴 했다만 푸근한 장터국밥의 느낌도 나구요.
전날의 숙소가 추워 고생이었는데, 속을 뜨끈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풀어주니 여간 좋더군요. 문어에게 공로를 빼앗겨 억울할 수도 있을 한우국밥. 열심히 즐겨준 필자입니다.
어느 정도 국밥을 접한 후엔 다대기도 첨가해 봤습니다. 첨가하고 나니 고춧가루의 풋내라 할지 텁텁한 맛이 조금은 신경 쓰여 아쉬운 느낌. 뭐 그래도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이후론 얼굴 박고 푹푹 떠 국밥 삼매경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부른 배 툭툭 치며 나른한 기분으로 식사도 마무리.
우거지국밥만으로도 꽤나 괜찮았는데,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진 조연 문어만이 돋보이는 것이 다시 생각해도 재미납니다. 뭐 그것이 지방 음식의 묘미. 이곳에서나 볼 수 있는 조합이자 방식이겠지. 바다 생선엔 김치를 더하고, 오징어로는 순대를 부치는 곳이 강원도고 속초니 말이죠.
참 이런 게 또 제대로 된 먹기행의 재미이기도 합니다.
'속초문어국밥'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강원 속초시 금호동의 '속초문어국밥'
- 영업시간 07:00 ~ 20:00 / 매주 수요일 정기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가게 앞으로 1대 정도의 공간이 있다곤 하나, 그냥 바로 길 건너 시장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겠다.)
- 테이블식 1, 2층의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
- 주말 기준 11시 반쯤 방문했는데 웨이팅이 있더라. 점심시간에 임박하니 보다 줄이 길어지기도.
- 뜨끈한 국밥 위로 차가운 냉동 문어가 올라간 국밥. 문어의 비중이 높은 국밥이라기엔 애매모호하고, 그렇다고 문어 샤브라고 하기엔 한우우거지국밥의 비중이 높다.
- 국밥이 나오자마자 문어는 국물에 데쳐 샤브의 형태로 즉시 취식을 권장. 금세 질겨진다.
- 때문에 정의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는데, 국밥만 높고 보자면 깔끔하게 잘 끓인 장터국밥의 느낌.
- 원래 있는 강원 지역의 전통 음식인지는 모르겠더라. 그저 이곳에 많이 나는 녀석이라 보기도 좋고 먹기 좋게 국밥 위에 올라간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인상적인 키워드 대비 문어의 활약 비중은 조금 약했다는 느낌이다.
- 허나 추운 강원도 여행, 아침의 뜨끈한 식사로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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