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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은평구/녹번동) 맑게 시작해 스며드는 감자탕 아닌 감자국, '서부감자국'의 우거지감자국 小짜

고독한 먹기행 (88) - 은평구 녹번동의 '서부감자국' 


감자국 시작 전, 밥 한 공기와 김치도 좋고, 시작 후 볶음밥도 좋으니.

이게 참 난제다.


이미 이전 티스토리 글에서도 자주 언급을 했던 집입니다. 은평구에서 그 유명세로는 손에 꼽을 집인데요. 저 역시 은평구에서는 가장 많이 방문한 집들 중 하나이기도 하죠. 매번 사진을 남길 기회가 적어 벼르고 있다가, 마침 최근 방문하게 되어 이렇게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은평구 토박이인 지인 또한 이곳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정도로 인근 주민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집. 단, 흔히들 아는 진하고 걸쭉한 감자탕 아닌, '시작은 조금 맑게'라는 독특한 초식을 구사하는 감자국이니, 호불호는 꽤나 갈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응암동 감자국거리의 쟁쟁한 집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집, 여든여덟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은 은평구청 인근의 '서부감자국'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일요일 점심에 찾은 필자인데요.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구요. 매번 이곳을 찾는 시간은 주로 이 시간대. 해장 겸 찾았다가 느낌이 오면 점심 반주를 가볍게 걸치기도 하고, 포만감에 취해 집에서 낮잠에 들기도 하고. 참 그런 기억이 좋은 집입니다.

음식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간판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도 자주 드는데요. 바로 옆동네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유명 설렁탕집, '봉희설렁탕'과 함께 간판이 매력을 더해 주는 집이기도 하죠.

 

한창의 시간대에 열린 창문들 사이로 박작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아, 이 집 꽤나 내공이 있나 보구나 절로 납득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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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내부는 대략 이러한 모습입니다. 밖에서 보이는 그늘진 어두움 대신 탁 트인 전경. 홀에 배치된 묵직한 의자와 테이블 때문인지, 조금 투박한 느낌도 듭니다. 그리고 벽면을 가득 메운 유명 인사들의 흔적까지. 참, 저 사인들을 보고 이거 보통의 집이 아니구나 느꼈던 기억도 나네요.

 

메뉴판을 대신해 계산서를 촬영했는데요. 매번 그렇듯 우거지감자국을 주문한 필자입니다. 기본 감자국만 시키면 이따금 우거지는 추가하지 않을 것인지 여쭤봐 주시는데요. 우거지 추가, 필수 권장입니다. 잘 삶아져 질기지 않은 양념된 우거지가 함께 들어가니 꼭 우거지 추가 또는 우거지감자국으로 주문하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주문과 함께 상은 금세 차려집니다. 자, 여기서 주목해야 할 녀석이 바로 이 녀석. '서부감자국'의 배추김치입니다. 겉절이도 아닌, 그렇다고 김장김치도 아닌 절여진 짙은 양념의 김치.

감자국도 감자국이지만 필자가 꼽는 이 집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저 김치인데요. 아주 간혹, 무더운 여름이면 녀석이 시큼하게 익어 나올 때가 있는데. 허, 그런 때면 굉장히 슬퍼지더군요. 익지 않았을 때 뜨끈한 쌀밥과 즐기는 매력이 상당하니 말입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감자국의 마무리로 볶음밥도 좋지만, 늘 이 한 공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공깃밥을 주문하는 필자입니다. 쌀밥에 녀석을 얹어 먹으면 금세 한 그릇 뚝딱. 굉장히 꿀맛이거든요. 본격적으로 감자국을 시작하기도 전에 녀석과의 승부는 순삭으로 끝나버리고 말이죠.

 

 

이어 메인 되시겠습니다. 흔히들 아닌 감자탕과는 달라 독특하지 않나요? 대파가 숭숭 썰린 조금은 맑은 국물 느낌의 감자국. 보시는 것과 같이 시작이 꽤나 맑습니다. 때문에 초반엔 시원하고 개운한 뼈국을 먹는 듯한 느낌도 들어요. 감자탕 아닌, 감자국의 키워드가 확실히 어울리는 맛이죠.

 

 

이어 본격적으로 끓기 시작하면, 맛이 올라옵니다. 스며든다. 라는 표현이 여기에 어울리겠어요. 점점 스며드니 말이죠. 감자국도 스며들고, 필자도 그 맛에 스며듭니다. 끓일수록 맑던 국물이 진해지기 시작하고, 간도 올라오기 시작하는데요. 이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전 그렇더라구요. 첫 만남 당시, 이 초반의 맑은 깔끔함에 반했으니 말이죠. 주저 없이 반주를 결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느끼기에 저 살코기들은 푹 끓어야 부드러워지는 느낌인데, 때문에 초반은 맑은 국물로 목을 시원하게 개셔냈다가, 이후에 고기와 함께 올라온 국물을 즐기는 리듬.

 

참 서비스는 그때그때 달라 심히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대체재가 없으니 찾을 수밖에 없는 집이기도 한데. 뭐 그래도 미운 정이라 치겠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없이 녀석을 즐기고 있는 필자이니 말이죠.

 

시원하고 맑은 스타일의 감자탕으로 유명세를 치는, 은평구 '서부감자국'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은평구 녹번동의 '서부감자국'

- 영업시간 매일 11:00 ~ 23:00 (과거엔 24시간이었으나 코로나 시기로 인해 변동된 것으로 안다.)

- 주차 가능 (다만 가게 앞 4~5대 정도로 복불복, 번거로움은 있겠다. 8분 정도 걸어도 상관이 없다면 널찍하고 저렴한 '은평평화공원 지하 공영주차장' 이용을 추천.)

- 대중교통 이용 시 6호선 '역촌역' 또는 3호선 '녹번역'에서 내려 도보 8분 정도.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반 외부 (남녀 분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봉희설렁탕'과 함께 국, 탕을 다루는 음식점들 중에선 은평구에서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 진하고 걸쭉한 스타일의 감자탕 아닌, 살짝 맑은 느낌의 감자국 스타일인데, 끓이면 끓일수록 그 맛이 더욱 진하게 올라온다. (필자의 경우 초반의 맑은 맛에 반했었다.)

- 우거지 추가는 필수. (=우거지감자국 메뉴가 있는데, 양념이 살짝 된 우거지가 들어가 필수로 권장.)

- 감자국과 함께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진한 양념의 김치. 볶음밥도 괜찮긴 하지만 진한 겉절이스런 김치와 밥 한 공기를 꼭 뚝딱하는 필자다.

- 개인적으로 서비스는 심히 아쉽다. 납득하기 어려워 인상이 찌푸진 기억도 여러 번. 다만 맛에 순응해 그래도 찾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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