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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

(은평구/대조동) 인생이 담긴 옛날토스트 노포, '25년 전통 옛날토스트'

고독한 먹기행 (89) - 은평구 대조동의 '25년 전통 옛날토스트'


날씨가 선선해졌으니 이제 묵혀두었던 카드를 꺼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 겨울 매서운 추위의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우연히 마주친 집인데요. 옛날토스트라. 참으로 반갑더군요. 이젠 길거리 노점이 옛날 같진 않으니 만나는 주기가 점점 더 길어지는 느낌인데, 이번에 놓치면 나중은 더 길어질까 싶어 냉큼 들어가 보았습니다.

 

마라톤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신 것 같은 연로한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옛날토스트집입니다. 이거 후에 글을 쓰려 웹상으로 검색하는데 상호도 제대로 조회가 되질 않더군요. (정확한 위치 정보는 하단의 요약 정보에 기재해 두겠습니다.)

여든아홉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은 불광역 인근으로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오랜 연식의 토스트집, '25년 전통 옛날토스트'입니다.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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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그저 허름한 토스트 가게겠지만, 유난히 매서운 추위와 함께 꽤나 골목이 어두웠던 덕일까요? 꽤나 범상치 않다 느낀 필자였습니다. 노란 색상도 토스트의 계란을 연상시켜서 잘 어울리긴 하네요. 지나칠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사장님께서 날도 추운데 국물이나 한 모금하고 가라는 권유에 이끌리듯 들어가 버린 필자였습니다. (사 먹지 않아도 되니, 정말 국물 한 모금하고 가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들어가 보는데, 우와. 글로 이런 감탄의 표현을 직접 쓰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조그마한 가게를 들어가니 이거 실로 엄청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화려한 색색의 메달, 마라톤의 흔적들.

 

 

모르겠습니다. 이때 느낀 명확한 감정은 말이죠. 조그마한 가게 안엔 사장님의 인생의 흔적, 아니 그 자체가 담겨있었네요. 필자가 이 작은 블로그란 공간에 글을 남기듯 말이죠. 저 무수한 것들이 채워지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을지. '끈기 있는 수집광'의 수식언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나름 흔적들을 살피며 유추하니 농담 삼아 프로파일러라도 된 듯한 필자였습니다.

 

자, 너무 디테일한 촬영은 정보 노출의 우려가 있을 듯하니, 이제 바로 음식으로.

 

 

가게 앞으로는 오뎅 솥과 함께 토스트를 부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큰 솥에서 끓이는 오뎅은 또 오래간만이었습니다.

 

 

몸을 녹이라며 뜨끈한 오뎅 국물 한 컵 떠주셨습니다. 오뎅집에 가면 늘상 있는 별 것 아닌 것인데, 매서운 추위가 녹고 분위기에 취한 탓인지, 기분이 참 묘하게 좋았습니다.

 

 

이번엔 색이 바랜 메뉴판을 살펴보시죠. 옛날토스트 2천 원. 햄, 치즈를 추가하면 각각 500원씩이라. 역시 저렴한 가격입니다. 햄, 치즈를 추가해 토스트 2개를 주문한 필자입니다.

 

 

그렇게 포장 후 집에서 컵에 담긴 토스트를 접한 필자인데요. 독특한 게 시금치도 들어있던 것 같네요. 워낙 단짠의 조합이기에 건강한 맛은 아니지만 그런 걱정들 내팽개치고 오래간만에 느끼는 추억의 맛. 늦은 밤의 야식으로 뜬금없지만 좋았습니다. 굉장히 옛날토스트스러운 맛있음도 느꼈구요.

 

 

여기까지, 묘했던 당시 만남의 가벼운 후기인데요. 참 생각할수록 어려웠습니다. 노점, 오래된 노포, 해외의 야시장을 접할 때면 으레 중시 여기던 것들이 이따금 무너지니 말이죠. 겨우 2천 원짜리 토스트여서인지, 노년에 그간의 역사를 담아 운영 중이신 사장님 특유의 따뜻함 때문일지. 앞서 접한 영광의 흔적들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날 밤 문득 든 스스로의문에 참 답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해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이제 종로나 노량진이 아니면 쉽사리 구경하기도 힘든 옛날토스트. 어쩔 수 없지만 시대가 바뀌며 저물어가는 것들이 보이고, 변화를 몸소 느끼다 보니, 그런 아쉬움에 격 없이 더욱 반갑게 찾는 것이 아닐까? 나름의 합리화를 해봤습니다.

 

 

지난 나의 영광의 흔적들과 소중한 추억들을 이따금 되새김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사장님이 건네신 오뎅 국물처럼 조금 훈훈해지고 좋더군요.

이젠 추운 날씨에 불광역 쪽을 들린다면 종종 돌아오는 길로 들릴 듯한데, 자리에 오래 건강히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은평구 대조동의 '25년 전통 옛날토스트'

- 영업시간은 알 수 없었다.

- 주차는 불가하다.

- 위치 정보 :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69길 8 (대조동 3-46)

  * 막상 다음 지도 앱으로 검색하니 해당 주소로 검색되는 '대조분식'. 이름이 '대조분식'이었던 것인가? (정확진 않다.)

- 포장 위주나 가볍게 오뎅을 즐길 집이니 화장실 또한 큰 의미는 없겠구나.

- 가게 실내 취식은 어려우며, 토스트를 포장하거나 매대 앞에서 시식하는 구조.

- 카드 결제는 불가하며 계좌이체 또는 현금만 가능.

- 80세를 넘으신 사장님인데, 마라톤을 굉장히 사랑하시나 보다. (가게 내부는 온통 마라톤 메달과 관련 전단이 붙어 있더라.)

- 좁은 공간에서 나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곳. 옛날 모습을 삽 푸듯 옮겨놓은 듯한 노점이기 때문에, 엄연한 잣대보단 감안한 요소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 옛날토스트는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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