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92) - 대전 동구 정동의 '신도칼국수'
'천복순대국밥'에 이어 이번 글도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 시리즈입니다. 대전에 오신다면 순댓국과 두부두루치기와 마찬가지로 집집마다 독특한 개성의 맛 좋은 칼국수를 만나보실 수 있는데요. 확연한 매력의 차이가 있어 여러 집들을 후보지로 깔아 두고 패를 고르듯 방문하기 좋은 메뉴이기도 하죠.
그런 집들 중 한 곳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독특한 개성이라면 이 집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진으로 보시기에도 참 독특한 외모이지 않습니까? 사골과 멸치라는 이색 조합의 육수를 베이스로 한 들깨칼국수. 대전역 인근이기에 여행객들이 방문하기도 용이한 이점이 있겠습니다. 아흔두 번째 먹기행의 주인공, '신도칼국수'를 만나보도록 하시죠.
※ 상세한 매장의 요약 정보는 본 게시글 최하단에 정리해 두었으니, 시간이 촉박한 분들은 요약 정보만 참고 부탁드립니다. ※
60년이라. 세월을 제대로 맞은 칼국숫집입니다. 지난 세월만큼 대전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추억의 음식일 수 있는 곳인데요. 물론 필자에게도 그렇습니다. 점포에 대한 추억은 아니고 바로 들깨칼국수란 음식에 대한 추억 말이죠. 유독 어린 시절 칼국수를 주문하면 들깨 베이스의 끈덕지고 진한 육수, '신도칼국수' 스타일의 칼국수를 자주 접했었거든요.
문창동의 '공주분식'에서 공주칼국수가 비롯되었고 수많은 공주칼국수 상호가 파생되었다는 설처럼, 제가 맛보았던 어린 시절 추억의 들깨칼국수도 이 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부를 살펴보시죠. 평일 이른 아침에 방문해서 그런지 굉장히 한산했던 내부입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좌식과 테이블이 혼재된 구조이죠. 멀리 창업주분의 사진도 보이는데요. 추운 겨울, 반가운 난로의 연통까지. 가게 곳곳에서는 요즘스럽지 않은 흔적들이 많아 좋더군요.
이렇게 말이죠. 그릇의 변화 과정으로 그 역사를 자랑하는 집입니다. 어찌 보면 진정한 노포 인증이겠네요. 자, 여기서 주요 정보로 조리시간을 꼭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기차를 타기 전 촉박하게 방문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거든요. 실제로 방문 당시 어떠한 손님도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몇 젓가락만 들이킨 후 허겁지겁 나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메뉴판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어떻습니까? 23년 올초 기준의 가격인데요. 무엇보다 굉장히 저렴하지 않나요? 뭐, 물가 인상으로 다른 집들이 무지막지해진 것일 수도 있으나, 그래도 칼국수는 대비해 상당히 저렴한 인상이었습니다. 대전에서는 메뉴판에서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두부두루치기도 보이네요. (이곳은 오징어두부두루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칼국수 2인분을 주문.
녀석을 기다리며 기본 찬을 세팅하는데, 이건 좀 매우 아쉽습니다. 그래도 칼국수엔 겉절이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거든요. 이 부분은 살짝 기대를 다운시키더군요. 그래도 잔치국수에서 이따금 접할 수 있는 간장 양념장은 좋네요. 파다대기로 대동단결한 순댓국과는 이 지점에서부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대전의 칼국수입니다. 집마다의 특징이 다 저마다 제각기라는 점.
이 파트에서 써먹을 수 있겠네요. 사진 폴더에서 유일하게 건진 대전 칼국수의 사진으로 '신도칼국수'와는 반대되는 진하고 얼큰한 공주칼국수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쑥갓, 계란, 김과 파가 들어가 아주 얼얼하고도 얼큰하게 끓여낸 칼국수지요.
문창동의 원조에서 파생되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얼큰이 칼국수. 때문에 공주칼국수란 명칭의 상호가 즐비해 졌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복수분식'도 있지만 필자에겐 어린 시절부터 자주 듣고 자란 롯데백화점 인근의 '공주칼국수'를 더욱 쳐주고 방문하는 편입니다. 그 외에 물총칼국수의 '오씨칼국수'와 '스마일칼국수'까지. 집마다의 매력이 다르고 두루두루치기와 쭈꾸미 등 주력 사이드도 차이가 나니, 가만있어 보자.
이거 흡사 서울 평양냉면의 세계관과도 통하는 대전의 칼국수 세계관 되겠습니다.
돌아와서 다시 녀석으로. 등장한 녀석입니다. 한 모금 국물을 들이키는데, 음.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칼국수의 느낌. 참으로 오묘한데 당기는 맛입니다. 사골과 멸치 조합의 진하고 구수한 육수에 들깨가루가 듬뿍. 어린 시절의 그 맛과 기억이 납니다. 참, 서울엔 이런 칼국수가 없어서 섭했었는데, 오래간만의 대전 칼국수와의 해후. 좋습니다.
호불호는 꽤나 갈릴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익숙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느끼하단 인상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조미가 강한 느낌도 있어 쉽게 물릴 수도 있겠구요. 당시 생면은 조금 퍼진 감이 있어 아쉽긴 했으나, 그래도 반가운 추억의 맛으로 녀석을 비운 필자였습니다.
맑은 국물이 주를 이루고 얇은 우동면 스타일의 서울 칼국수보단 친숙한 대전의 칼국수. 국물 걸쭉함도, 보다 투박한 면과 특유의 깊이감도 대전의 칼국숫집들에서는 느낄 수 있으실 거라 자부해 두죠. 오신다면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의 한상은 꼭 한 번 만나보시길 추천드리며,
'신도칼국수'에 대전 칼국수에 관한 추억담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대전 동구 정동의 '신도칼국수'
- 영업시간 매일 09:30 ~ 19:30 (이른 시각부터 영업을 시작하고, 대전역 인근이라는 점이 꽤나 큰 메리트.)
- 주차는 불가하다 보는 것이 맞겠다. (굉장히 비좁은 골목으로 갓길 주차가 많아, 차로 진입하는 것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다.)
* 인근 대전역 주차장 또는 대전역사점 민영주차장 이용을 권장.
- 테이블식과 좌식이 혼재된 구조
- 화장실은 건물 계단에 위치한 반 외부 화장실로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남녀 공용이었던 것으로 기억.)
- 일정량씩 생면으로 조리한다. 운이 좋으면 바로 칼국수가 나올 수도 있으나, 조리를 시작하면 기본 15분 이상은 소요.
* 기차를 탑승하기 전에 방문할 경우 꼭 여유를 두고 방문하시기를 권장.
- 들깨와 사골, 멸치 베이스의 육수가 함께 하는 진하고 깊은 풍미의 칼국수. 이 오묘한 조합 탓인지 닭 육수와도 같은 느낌도 받는다.
- 대중적인 맛은 아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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